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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F1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모터트렌드유일한 기자 2025.11.04

F1 유치를 위한 인천시의 움직임이 본궤도에 오른 것 같다. 2024년 4월 유치를 위한 전담반을 설립한 뒤 2025년 2월과 4월에 조사 용역 업체를 공개 입찰했고, 관련 법에 따라 틸케 및 KID 컨소시엄에 용역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현재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송도와 영종도, 청라 정도인데 용역 중간에라도 F1에 대한 윤곽이 잡히면 본격적인 유치 협상에 나서는 것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비 확보를 위한 협의도 진행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있어 F1을 국내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꿈과도 같은 이야기다. 나 역시 십여 년 전 전남 영암에서 F1이 개최될 때는 많은 기대를 걸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현장에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TV 중계를 통해 그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암이 F1 캘린더에서 제외되더니, 이후 위약금을 물더라도 남은 개최 일정을 포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마 그 소식을 듣고 많은 이들이 통곡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F1이 다시 개최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게 반갑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들도 있다. 제대로 된 계산 없이 덤볐다가 큰코다친 뒤 다시는 개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국내에서 모터스포츠는 잘되지 않는다’는 통념이 퍼지는 것이 두렵다. 그런 김에 F1을 개최하는 도시에서 그동안 언급된 부작용은 없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유치에 뛰어들어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현실을 한 번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F1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다시 짚어보자. 얼마 전 일본에서 작성한 F1 관련 보고서를 입수할 수 있었는데,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F1을 도시 마케팅 및 세일즈와 연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다수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 점에서 보면 영암은 도시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인천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F1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관광 자원’이며, 지역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수단도 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역시 소득일 텐데, 몇백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특히 숙박, 교통, 음식, 상업 부문에서의 경제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F1을 포기한 지 꽤 지난 지금도 영암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 이름 하나는 확실히 각인한 것 같다.

모나코와 같은 풍경이 과연 인천에서도 펼쳐질 수 있을까?
모나코와 같은 풍경이 과연 인천에서도 펼쳐질 수 있을까?

F1이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모터스포츠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는데, F1이 이전보다 더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자사 콘텐츠를 통해 팀에 속한 레이서들과 관계자들의 드라마를 극적으로 그려내면서 미국에서 인기가 높아졌고, 덩달아 국내에서도 팬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브래드 피트를 캐스팅해 F1 관련 영화도 만들고 있을까. F1 개최 예정 무대와 국내에서의 F1 인지도를 고려해 보면, 과거보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걱정되는 것은 분명히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패한 사례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F1과 맞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전기차 레이스, 포뮬러-E다.

2022년 8월 서울 잠실을 무대로 개최된 포뮬러-E는 여러모로 기대를 모았지만, 레이스 유치부터 개최 및 진행까지 많은 문제를 보여줬고 다음 해에는 유치도 하지 못했다. 사실 다른 문제들이야 개최를 계속 유지하며 연 단위로 개선하면 될 이야기다. 제일 큰 문제는 레이스 개최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일단 F1 개최에 필요한 라이선스 비용이 문제인데, 신흥 개최지를 노린다면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일례로 싱가포르 그랑프리의 경우 개최에 약 1억 달러(약 1360억 원)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서킷을 새로 짓는 데도 돈이 든다. 인천시의 구상대로 기존 도로를 활용해 코스를 만든다고 해도 그렇다.

그러니까 적어도 F1을 개최하고 계속 유지하려면, 앞서 이야기한 돈을 모두 메울 수 있는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일반 도로를 활용한 코스를 만든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볼 주민들의 보상안도 필요하다. 그 돈을 과연 레이스 티켓 판매 수익만으로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중앙 정부 예산에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그보다는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 부분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인천시의 이번 F1 유치 움직임을 알아보면서 일본 오사카에서도 F1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사카는 2019년에 인공섬 ‘유메시마’에 카지노를 포함하는 IR(통합형 리조트)을 유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F1 무대를 만들고자 했지만,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한 전력이 있다. 지금은 오사카 엑스포가 끝난 뒤의 부지를 활용해 F1 무대를 만들고, 운영은 기업이 하면서 정부는 뒤에서 돕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모터스포츠가 비즈니스임을 이해 못한다면 영암 F1의 전철을 또 밟을 것이다.
모터스포츠가 비즈니스임을 이해 못한다면 영암 F1의 전철을 또 밟을 것이다.

지금의 모터스포츠는 하나의 거대한 비즈니스의 장이라고 봐도 좋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는 만큼 투자도, 일의 진행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F1을 좋아한다고, 혹은 F1의 인기에 편승해 시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가 된다고 하여 뛰어들 수는 없다. 그리고 반대하는 사람들과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미 자리를 잡은 서킷 옆에 집을 지은 뒤 ‘서킷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시대다.

그래서 감히 제안하지만, F1을 유치하고 싶다면 적어도 모터스포츠 전문가와 비즈니스 전문가를 불러서 의견을 듣고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과거에는 한국에도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었다. 한진해운을 이끌었던 고 조수호 회장이다. 베네통의 원료를 운반한다는 이유만으로 F1 스폰서가 되었던 그는 르노 F1팀도 지원했고, 틈이 나면 직접 레이스를 관전하며 레이서들을 격려했다. 지병으로 너무 일찍 세상을 떴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어쩌면 인천시는 이미 마음속으로 F1 유치를 기정사실화했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F1 개최 타당성 조사에 걸리는 기간은 12개월 정도인데, 그 기간을 5~6개월로 줄이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F1 유치 목표 일을 뒤로 미루더라도 신중하게 생각할 것을 권하고 싶지만, 만약 마음속으로 정했다면 전문가들을 영입한 뒤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방법을 지금부터 생각해야 한다. 아니, 기업들과 접촉하며 설득해야 한다. 과연 인천시에 그 정도로 F1, 그리고 모터스포츠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 유일한 수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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