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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모터트렌드조현규 기자 2026.08.14

ANDRÉ LOTTERER

안드레 로테러 · 독일

르망 24시 3회 우승, WEC 월드 챔피언 2회. 마흔넷의 베테랑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에 가장 먼저 영입된 드라이버로 GMR-001의 개발을 이끌었다.

 

Q.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에 합류한 이유가 궁금하다.

포르쉐에서 월드 챔피언십을 차지한 직후에 제안이 왔다. 당시 포르쉐의 미래가 예전만큼 흥미롭지 않으리라는 게 보였고, 실제로 이후 챔피언십 참가를 접었다. 여러 빅 팀에서 쌓은 경험을 갖고, 완전히 백지에서 시작하는 새 브랜드에 합류해 원하는 방식으로 팀을 함께 빚어갈 기회였다. 요즘 세상에 새 브랜드가 이렇게 모터스포츠에 뛰어드는 일 자체가 흔치 않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Q. 팀에 가장 먼저 영입된 드라이버로서 경주차 개발에 깊이 관여했을 텐데, 엔지니어들과의 충돌은 없었나.

차가 처음 트랙을 밟은 게 지난해 8월이다. 개발부터 테스트까지 반년 남짓이었던 셈인데, 첫 랩부터 밸런스가 건강한 차라는 걸 알 수 있었고 트랙을 거듭할수록 좋아졌다. 물론 기어 시프트나 차량 제어 프로그램처럼 원하는 만큼 다듬는 데 시간이 더 걸린 영역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일은 다른 일보다 오래 걸리는 법이고, 그럴 땐 전문가답게 인내해야 한다. 우리는 신생 팀이고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팀 안에서 부딪힐 일이 없다. 원팀이니까.

Q. 다른 팀 경주차와 비교했을 때 GMR-001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늘 르망의 톱 클래스에서 달려왔고 지금보다 훨씬 빨랐던 LMP1 시절의 속도도 겪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레이스카 GMR-001은 고속 코너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마이크로 섹터로 쪼개 보면 르망의 고속 코너에서 우리가 가장 빨랐고, 다른 몇몇 코너에서도 그랬다. 한계까지 밀어붙일 수 있으니 모는 재미가 있는 차다. 물론 제동과 가속 쪽 제어 소프트웨어는 개선할 부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에어로 다이내믹과 섀시 등 차의 기본기는 잘 갖췄다.

Q. 내구 레이스는 한 대의 차를 세 드라이버가 나눠 몬다. 스타일 차이는 어떻게 조율하나.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다. 피포 데라니와 나는 스타일이 비슷하고, 마티스는 조금 다르다. 우리 둘이 차를 안정적으로 쓰는 쪽이라면 마티스는 오버스티어에 좀 더 예민하다. 다행히 차 안에 도구가 있다. 브레이크 밸런스와 마이그레이션을 만지고, 코너 구간별 셋업을 달리하고, 콕핏에서 앞뒤 롤바를 조절해 기계적 밸런스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결국은 데이터를 함께 보며 이 차에 가장 맞는 주법으로 수렴한다. 때로는 드라이버가 자기 스타일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

Q. 르망에서 17번이 서스펜션 문제로 리타이어했다. 고참으로서 막내 동료에게 처음 건넨 말은.

우리 모두의 일이지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드라이버 탓도, 팀 탓도 아니다. 파손된 부품의 정밀 분석을 기다리는 중이고, 거기서 거슬러 올라가 원인을 찾을 거다. 보통 이런 파손은 연석을 공격적으로 쓸 때 생기지만 요즘 차는 그 정도 스트레스를 견디도록 설계되고, 사고 전까지 어떤 경고 신호도 없었다. 그러니 받아들이고, 서로 안아주고, 더 강해져서 돌아오는 것. 그게 우리가 한 일이다. 남은 에너지는 전부 19번에 쏟았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연석을 아껴 타도록 조언했고, 19번이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을 때 개러지 양쪽이 함께 축하했다.

Q. 레이스 중의 휴식도 전략이라는데,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시간을 아낀다. 엔지니어들에게 피드백을 전하고 다음 드라이버에게 필요한 정보를 넘긴다. 그러고 나면 빠르게 샤워, 마사지, 식사를 한다. 잠은 사실 잘 못 잔다. 아드레날린은 그대로고 패독은 시끄러우니까. 그래도 누워서 5분, 10분이라도 눈을 붙이면 그게 큰 회복이 된다. 내 순서가 돌아오기 한 시간 전에는 개러지에 대기해야 한다. 펑크나 세이프티카로 차가 일찍 들어올 수 있으니까. 그동안 몸을 풀고 스트레칭을 한다. 그래도 잠이 덜 깼다면, 걱정 없다. 시속 350km로 첫 시케인에 접근하는 순간 무조건 깨게 되어 있다.

Q. 르망 이후 내구레이스 그리고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에 대한 한국 팬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

최초의 한국 팀으로서, 모터스포츠의 최고 무대에서 한국과 제네시스를 대표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르망에서도 태극기를 여럿 봤다. 이번 방한 기간에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나며 더욱 실감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한국 팬들이 모터스포츠를 더 즐기도록 영감을 줄 수 있을지 배우고 싶다. 더 많은 분들이 서킷에 와서 이 여정의 일부가 되어주면 좋겠다.

Q. 최종 목표는 우승일 텐데, 무엇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나.

첫해부터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지금은 최대한 경험을 쌓고, 사람을 더 뽑고, 리소스를 키워 차를 계속 개발해야 하는 시기다. 그리고 르망 자체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가장 빠른 차가 아니어도 실수와 트러블 없이 일관되게 달리면 이길 수 있었다. 지금은 세이프티카 운영이 바뀌어 중립화 한 번이면 필드 전체가 붙어버리고, 그게 종료 네 시간 전이라면 남은 건 스프린트다. 이제는 정말로 가장 빠른 차가 필요하고, 규정 전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은 우위를 찾아내야 한다. 올해 우승차와 2위의 격차가 겨우 10초였다. 운영, 엔진, 섀시, 모든 부서의 경험이 퍼즐처럼 맞아떨어져야 잡을 수 있는 차이다.

Q. 내년에는 참가 브랜드가 더 늘어난다. 어떻게 준비하나.

팀 모두에게 평소와 같은 일상이다. 레이스하고, 테스트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약점을 찾아 보강한다. 개발은 끝이 없는 과정이다. 새로 오는 팀들보다는 우리가 1년 앞서 있지만, 처음부터 이 챔피언십에 있던 팀들에겐 3~4년 뒤져 있다. 게다가 우리는 챔피언십만 처음이 아니라 부서 자체를 새로 세운 조직이다. 과제가 두 배라는 뜻이다. 다만 르망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충분히 고무적이었다. 위로 갈수록 따라잡기는 어려워질 테니,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모든 성능 요소를 들여다보고 있다.

Q. 모터스포츠 입문에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들었다. 아들이 하겠다면 권하겠나.

아버지가 팀 디렉터였고, 어릴 때부터 트랙에 데려가 주셨다. 드라이버들을 우러러보며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일곱 살에 고카트로 시작했다. 아름다운 스포츠다. 차가 몸의 연장이 되어 한계 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니까. 솔직히 쉽게 권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고카트부터 시작하는 진입 비용이 갈수록 비싸져서, 축구 같은 구기 종목과는 다르다. 그래도 언젠가 아들이 생긴다면 트랙에 데려가 이 바이러스를 옮겨보고 싶다. 내게 이 스포츠는 아버지, 삼촌과 팀을 꾸리고 주말마다 함께 달리던 시간이었고, 열세 살에 혼자 세계를 돌며 레이스하게 해준 인생 학교였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당연히 같은 길을 갈 거다.

Q. 마지막으로, 드라이버 개인으로서의 목표와 팀의 포부를 듣고 싶다.

드라이버의 목표는 단순하다. 매 랩, 매 순간, 실수 없이 가장 빠르게 달리는 것. 나는 마흔넷이고,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언젠가 유통기한이 온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장기적인 바람은 내가 핸들을 잡고 있지 않더라도 이 팀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는 것, 지금 쏟는 노력의 열매를 팀이 거두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제네시스가 어떤 팀인지 세상에 보여주고 기본을 단단히 다지는 것, 장기적으로는 승리를 다투는 최고의 모터스포츠 팀을 만드는 것. 2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우리는 이제 막 새 챕터의 첫 줄을 썼다.

 

글   조현규 에디터(SPOTV 모터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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