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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대시보드 시계였다, 루이비통과 싱어가 선보인 911 명작의 경지
모터트렌드유일한 기자 2026.08.13

클래식 포르쉐 911(Type 964)의 섀시를 영혼까지 재해석하며 레스토모드(Restomod) 업계의 절대 권력으로 올라선 캘리포니아의 싱어 비클 디자인(Singer Vehicle Design)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럭셔리 하우스 루이비통이 사상 초유의 파트너십을 선언했다.

루이비통의 철학인 '여행의 예술(Art of Travel)'을 도로 위로 옮겨온 'Louis Vuitton Takes the Road with Singer' 프로젝트는, 172년에 달하는 루이비통 역사상 처음으로 타 브랜드와 공동 명의(Co-branded)의 결과물을 내놓은 이정표다. 싱거에게도 첫 코브랜드 작업이다. 몬터레이에서 베일을 벗은 이 두 대의 911은, 초고가 레스토모드 공학에 패션 하우스의 럭셔리가 이식되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예술품의 모습을 보여준다.

1. 시작은 작은 대시보드 시계 하나였다

이 협업의 첫 단추는 사소한 주문에서 시작됐다. 싱어의 창립자 겸 회장 롭 디킨슨(Rob Dickinson)이 루이비통 시계 부문 총괄 장 아르노(Jean Arnault)에게 "싱거의 911에 들어갈 특별한 대시보드 시계를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타진한 것이다.

스위스의 하이엔드 시계 공방 '라 파브리크 뒤 탕(La Fabrique du Temps)'의 장인들은, 대시보드에 통합했다가 뗄 수 있는 탈부착식 기계식 시계를 만들었다. 베젤에 브랜드명을 이루는 12개의 연마·각인 글자가 새겨진 상징적 '탐부르(Tambour)' 시계에서 디자인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 작은 시계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계기판 전체를 다시 그리는 일이 필연이 됐고, 속도계와 회전계, 게이지까지 탐부르 라인의 그래픽 코드로 통일했다. 사소해 보이는 이 작업에 꼬박 1년이 걸렸다. 완성된 계기판은 선명한 코발트 블루 바탕에 레터링만 밝은 오렌지로 튀겨, 시계 공방의 정밀함과 자동차의 엄격한 요구를 한자리에 앉혔다.

2. 쿠페와 터보 카브리올레: 두 개의 명작으로 탄생한 911

이번 협업은 싱어의 가장 아이코닉한 두 서비스를 기반으로 각각 제작됐다. 두 차 모두 경량 카본파이버 보디에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를 갖췄고, 캘리포니아(쿠페)와 영국(카브리올레) 두 시설에서 나뉘어 만들어졌다.

Porsche 911 Reimagined by Singer – Classic (쿠페)

루이비통 패키징의 헤리티지 컬러인 새프런(Saffron)과 코발트 블루(Cobalt Blue) 듀얼톤 차체에 노란색 새들 스티치와 전용 루프 랙, 속도 감응식 리어윙을 얹었다. 4.0L 자연흡기 공랭식 수평대향 6기통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 후륜구동 구성이다. 루프 랙에는 맞춤 제작된 루이비통 방수 트렁크와 서프보드·스키가 실린다. 좌석과 프런트 트렁크, 리어 엔진 커버 가죽에는 루이비통 트렁크 내부의 다이아몬드 '말타주(Malletage)' 퀼팅이 각인됐고, 스위치 노브와 잠금장치, 에어벤트 등 실내 기능 부품은 대부분 로듐 도금 금속을 시계 마감 기법으로 하나씩 손질했다.

Porsche 911 Reimagined by Singer – Classic Turbo (카브리올레)

루이비통 여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가 직접 기획에 참여한 카브리올레다. 파리의 건축물에 쓰이는 석회암에서 영감을 얻은 '칼케르 뤼테시앙(Calcaire Lutétien) 화이트' 차체에 고래 꼬리(whale tail) 리어윙을 달고, 은은한 귀목(precious wood) 패널과 나파 가죽으로 클래식 모터보트의 우아함을 실내에 옮겼다. 3.8L 트윈터보 공랭식 엔진(수랭식 인터쿨러)에 6단 수동변속기와 주행 모드 선택 기능이 맞물려, 품격과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병행한다. 카브리올레에서는 대시보드 시계가 스티어링 휠 뒤가 아니라 콘솔 중앙에 놓여, 금빛 게이지·차체와 같은 색의 다이얼·황금 시동 키와 하나로 어우러진다.

3. 디테일의 극한, 자동차를 넘어선 '여행의 예술'

쿠페의 리어 엔진 흡기 그릴에는 L과 V를 조합한 기하학 모티프가 은근하게 새겨졌고, 오일 캡과 연료 캡의 타이포그래피는 루이비통 시계 부품에 쓰이는 각인 기법을 그대로 따랐다. 여기에 차와 짝을 이루는 40mm 한정판 '탐부르 오토매틱' 예물 시계(세라믹+옐로 골드), 모노그램 운전용 가죽 장갑, 그리고 오너 전용 의류 캡슐 컬렉션까지 풀 패키지로 수납된다. 트렁크 제작부터 가죽·패션·풋웨어·워치메이킹까지 루이비통의 거의 모든 부문이 이 한 대에 투입됐다.

롭 디킨슨 싱어 회장은 "루이비통이 172년에 걸친 전통과 노하우를 우리에게 믿고 맡겨, 그 기법을 싱거의 작업에 녹여낸 것은 특권과도 같은 일이었다"고 밝혔다.

단순한 명품 로고 붙이기 식 컬래버레이션에 신물이 난 애호가들에게, 스위스 시계 공방의 정밀함과 파리의 장인정신,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공랭식 포르쉐 공학이 맞물려 탄생한 이 루이비통·싱어 911은, 자동차가 도달할 수 있는 '움직이는 미술품'의 정점을 증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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