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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 원대 전기 픽업의 등장, 포드가 던진 승부수 '패덤(Fathom)'
모터트렌드유일한 기자 2026.08.07

F-150 라이트닝의 고전 이후 전기차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섰던 포드(Ford)가, 마침내 차세대 전동화 전략의 첫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EV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며 195억 달러 규모의 비용을 계상했던 포드는, 사운을 걸고 개발한 신규 'Universal EV(UEV)' 플랫폼의 첫 타자이자 그간 코드명과 추측으로만 떠돌던 보급형 전기 픽업트럭의 공식 이름을 공개했다.

그 이름은 바로 '포드 패덤(Ford Fathom)'이다. 다만 실물 외관은 예약이 시작되는 2027년 초까지 공개되지 않으며, 지금 공개된 것은 이름과 가격, 그리고 핵심 콘셉트다.

1. '깊이 이해하다': 9개월의 고민이 낳은 이름 '패덤'

'패덤(Fathom)'은 물의 깊이를 재는 길이 단위(1패덤=약 1.8m)이자, 어원적으로는 '두 팔을 넓게 벌린 폭'을 뜻한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헤아려 완전히 이해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포드는 9개월에 걸친 네이밍 여정 끝에 이 이름을 골랐다.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관행적 명칭은 물론, 갈락시(Galaxie)·토러스·랜체로(Ranchero) 같은 100년 헤리티지 명칭까지 아카이브를 샅샅이 뒤졌지만, 저마다의 함의가 이 새 전기 픽업과 맞지 않는다고 봤다. 대신 기존 픽업 구매자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새로운 고객을 '깊이 이해(Fathom)'하고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이름에 담았다. 실제로 두 명의 카피라이터가 각자 독립적으로 'Fathom'을 떠올렸고, 수백 개 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 엔지니어 약 15명에게 선호를 물어가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름이라는 게 포드의 설명이다.

2. 2만 8350달러의 승부수: 매버릭과 겨루는 전기 픽업

공개된 패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가격이다. 스탠다드 레인지 배터리 기준 시작가는 2만 8350달러(한화 약 3880만 원), 탁송료를 포함해도 2만 9945달러로 3만 달러의 벽을 넘지 않는다. 이는 포드가 오랫동안 공언해 온 '3만 달러 이하' 목표를 지킨 수치이자, 미국 시장에서 3만 달러 미만으로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기차 중 하나다. 가격대는 내연기관 매버릭(Maverick)과 비슷한 자리에 놓인다.

중국산 저가 EV의 공세에 맞서 '모델 T 모먼트'를 선언한 포드는, 루이빌 조립 공장과 미시간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프런트·리어·구조용 배터리 3개 섹션을 따로 만든 뒤 결합하는 새로운 조립 방식이 원가 절감의 열쇠다. 배터리는 프리즘형 LFP가 유력하게 거론되며, 포드는 공기역학과 효율에 집중해 최소 300마일(약 483km) 이상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주행거리·충전 방식 등 세부 스펙은 공식 확정 발표가 남아 있다.)

3. 실용성과 스마트 커넥티비티의 단단한 결합

차체는 매버릭과 유사한 미드사이즈급이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 특유의 패키징 덕분에 실내 거주 공간은 토요타 RAV4를 넘어서는 것으로 예고됐다. 성인 5명이 여유롭게 타며, 전면 프렁크(frunk)와 뒤쪽 적재함(bed)으로 레저·업무용 화물 수용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대형 고해상도 터치스크린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기술 사양도 충실하다.

블루크루즈(BlueCruise) & 애플 맵스 결합: 전 트림에 핸즈프리 고속도로 주행 보조(블루크루즈) 하드웨어가 기본 탑재되며, 애플 지도(Apple Maps)와 결합해 진입로부터 진출로까지 한층 매끄러운 내비게이션 경험을 제공한다.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지원)

양방향 전력 공급(Bidirectional Power): 작업 현장이나 캠핑장에서 전기 도구를 구동하는 것은 물론, 정전 시 집에 여러 날 전력을 공급하는 수준의 양방향 급전 능력을 갖췄다.

디지털 키(Digital Key):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다.

4. 국내 출사표 전망: KGM 무쏘 EV와의 맞대결 성사될까?

여기서부터는 국내 도입을 가정한 전망이다. 포드는 패덤을 2027년 미국 시장에 먼저 내놓을 예정이며, 한국 도입 계획은 아직 발표된 바 없다. 다만 국내에서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어, 수입 가능성을 점쳐볼 여지는 있다.

국내 도입을 가정할 경우 예상 가격은 미국 트림·옵션 구성을 바탕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기본 트림(스탠다드 레인지)은 2만 8350달러(약 3880만 원)이며, 롱레인지 배터리·AWD·고급 내장재 등 주요 옵션을 더하면 3만 4000~3만 7000달러(약 4600만~5000만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격이 수입 물류비·인증 비용을 거치고 국고·지자체 전기 화물차 보조금(약 800만~1000만 원 상당) 및 사업자 환급과 결합된다면, 실구매가는 3000만 원 후반대에서 4000만 원 초반대에 형성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는 여러 가정을 전제한 추정치로, 실제 도입 여부·가격과는 다를 수 있다.)

이 가격대가 실현된다면, 국내 전기 픽업 시장을 선점한 KGM 무쏘 EV(보조금 적용 실구매가 3000만 원 중후반대)와 정면으로 겹치는 사정권에 들어선다. 국산 유니바디 전기 픽업인 무쏘 EV가 가성비와 서비스 네트워크로 앞서 있다면, 포드 패덤은 정통 픽업의 유전자, 양방향 전력 패키징을 무기로 내세울 수 있다. 애플 지도와 결합된 블루크루즈가 국내에서 지원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포드의 픽업 헤리티지와 차세대 전동화 기술을 담은 패덤이 한국 도로에 안착한다면, 국내 도심형 픽업 시장의 판도를 흔들 만한 경쟁력을 지녔다고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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