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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보급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세상
모터트렌드유일한 기자 2025.04.26

미국에서는 대략 5분마다 한 건의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다고 한다. 대부분은 뉴스에 나오지도 않지만 말이다. 너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가? 한국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엔진 자동차 차량 화재는 총 1만 933건이라고 한다. 대략 하루에 10대는 불타는 셈인데,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뉴스를 장식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엔진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차에서 불이 난다면?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이 불탈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이 불타는 것을 넘어 정부 또는 관공서의 정책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점까지 오면, 여기서부터는 혼란을 넘어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정책도 그런데,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실상 철회’라는 말을 들먹였지만, 누구의 생각인지 도통 알 수도 없고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권고였다.

그러한 정부 및 관공서의 즉흥적인 정책을 보고 있으면, 정녕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진다. 2023년 12월에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 대, 수소차 30만 대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전기차를 구박하는 것을 넘어 천대하는 지경까지 간다면 무슨 수로 전기차를 보급하고 목표로 하는 ‘공기가 깨끗한 도시’를 만들겠는가. 삼척동자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팔린 게 10년이 안 된다. 국내로 한정한다면 쉐보레 볼트 EV, 현대 코나 EV가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를 일으킨 모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은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사용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화재 등으로 걱정이 많은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잊고 있는 사실이지만, 엔진 자동차도 화재는 많이 난다.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러면 이제 엔진 자동차나 전기차나 똑같다는 건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주차장이나 충전기 관련 규제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즉흥적인 여론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적어도 그런 자리에 서서 규제를 만든다면 즉흥에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여론을 수렴한다고 해도 모든 것을 널리 알아보고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갑자기 전기차가 위험하다면서 그동안 규정을 만들어 잘 설치하고 있던 지하 주차장 충전시설을 못 쓰게 만들려고 하고, 충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급하게 만든 것들은 과연 실효성은 있을까? 적어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것들을 만들면서 자동차 제조사에 자문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이미 급하게 만든 규제는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이야기도 나올 수는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판매를 위해 전기차의 결함을 숨기고 자문을 받는다면 큰일 난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게 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는 모두 정부의 인증 과정을 거친다는 것 말이다. 그 과정에서 결함을 숨기면 큰 문제가 되어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결함을 발견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그러니까 자동차에 대한 안전장치는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있다. 그동안 일어났던 자동차 화재 사고들, 특히 지하 주차장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사고들은 화재에 대비한 설비들만 잘 작동했다면 최소한 확산은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고들을 잘 살펴보면, 소방 설비 자체는 마련해 두었지만 입주민의 민원이나 오작동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설비를 꺼 두었다가 초기 대응에 실패한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사고는 엔진 자동차와 전기차를 가리지 않는다.

애초에 그렇게 된 이유조차도 너무 간단하다. 근무 인원을 너무 줄여서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만들어 놓고 ‘그동안 사고가 안 났으니까 괜찮아’로 일관해 온 것이다. 그 군대에서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전우조라는 것을 만드는데, 당장 돈 몇 푼 아끼겠다는 이유로 막대한 손실을 볼지도 모르는 상황을 스스로 만드는 것에 대해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결국 자동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던 것인데, 이 부분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 좋다.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치자. 그러면 정말로 진압이 어려울까? 예전에는 그런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는 소방 관련 기술, 그리고 장비도 발전해서 진압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기차 화재를 10분 만에 진화할 수 있다는 장비도 등장했다. 뭐 군대에서처럼 새 장비를 치장물자라고 창고에 보관만 해 놓는다면 소용은 없겠지만, 소방이라는 업무에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소방관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고.

결국 문제는 간단하다. 애초에 지금까지 세워놓았던 규칙들을 잘 지키기만 했다면, 불이 난 자동차가 엔진을 품든 전기를 품든 상관없이 불을 끌 수 있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 규칙을 못 지키고 일을 크게 키워버렸고, 규칙을 못 지킨 건에 대해서 뭐라고 하기는커녕 전문가들의 제대로 된 조언조차 받지 않은 채 새로운 규칙을 급하게 만들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것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다 보면 의문은 하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전기차 보급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당사자들은 ‘그건 오해’라고 말하겠지만, 이미 말과 행동이 다른데 그 말을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그런 오해를 받기 싫다면 할 일은 두 개다. 즉흥적인 분위기에 휘둘리지 말고 규칙을 제대로 준비할 것, 그리고 그 규칙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확실히 지켜보는 것이다.

나는 아직 엔진 자동차를 사랑하지만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흐름을 막을 생각은 없다. 그리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데, 전기차는 환경 보호보다는 다루기 쉽다는 성격 때문에 더 잘 팔릴 것이다. 그래서 전기차 확산은 잘될 것이지만, 만약 또다시 이런 식으로 되지도 않는 공포에 휩싸여 즉석에서 아무렇게나 규칙을 만든다면 확산의 흐름이 확실히 멈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제발 이제는 휘둘리지 말고 목표를 확실히 해 줬으면 좋겠다. 전기차를 보급하고 싶다면 확실히 혜택을 주어 많은 이들이 전기차를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아니면 확실하게 전기차를 포기하고 엔진 자동차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든지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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