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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우수사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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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넣을 수 있는 별, 르노 필랑트
모터트렌드주영삼 기자 2026.07.16

“시승기도 쓰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제품도 다루고… 뭐, 그렇습니다(웃음).” 어느 모임에서 멀지도, 그리 가깝지도 않은 아내의 지인으로부터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꼬리를 물어 주로 어떤 차를 타느냐고 물었다. “당장 떠오르는 건 포르쉐, 마세라티, 페라리 정도네요.” 얼마 전 촬영한 모델들이다. 그는 멋쩍은 웃음을 띠며 다음과 같은 멘트로 말문을 막았다. “저랑은 전혀 상관없는 차들이네요.” 잘못한 게 없는데 왠지 사과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고백하건대 나 역시 인지부조화를 겪는다. 애스턴마틴에서 내려 에르메스 행사장 입구로 들어설 때, 뉴욕의 최고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비즈니스석에 몸을 싣는 경우다. 왜냐고? 동경하는 삶인 건 분명하지만, 일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럭셔리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와의 대화를 풀어낸 건,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럭셔리는 없을까 하고 고민하는 계기였다는 걸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르노 필랑트는 일종의 답인 셈이고.

과감하지만 과하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트렌디하지만 영감이 된 무언가를 노골적으로 떠올리게 해서도 안 되고. 위엄을 갖추면서도 세련되어야 하지만, 어떤 각도에서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멋이라는 게 흘러야 한다. 꽤나 까다롭지만, 촬영장에서 몸으로 익힌 것들이다. 럭셔리라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이 끝나는 탈것들의 공통점이랄까? 필랑트에서 그 요소들을 보게 될 줄이야…. 유려한 면과 예리한 각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린다. 섬세하게 깎아낸 조각상을 감상해 본다. 르노가 이렇게 고상한 차를 만들었었던가, 새삼 놀랍다. 눈이 부시게 빛나는 로장주 패턴의 얼굴은 매 순간 표정을 바꾸는데, 미소를 짓는 듯 부드럽다가도 서늘하리만치 날카롭다. 실루엣은 잘 달리는 스포츠카가 세상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기 위해 살짝 몸을 일으켜 세운 듯한 형상. 별똥별이라는 뜻의 ‘에투알 필랑트(Etoile Filante)’의 이름을 물려받아 그런지, 멈춰 서 있을 때조차 공기를 가르며 나아가는 듯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제아무리 근사한 차라고 해도 타고 내릴 때 잠깐 쳐다보는 게 전부다. 빼어난 외모는 타인을 위한 것이니 말이다. 반면 도어를 당길 때 펼쳐지는 세상은 오너만을 위해 존재한다. 실내 공간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필랑트라면 매일 아침 반복되는 출근길이 설레고, 퇴근길 창밖으로 비치는 노을이 보다 붉게 타오를 것 같다.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를 커다란 디스플레이는 방대한 기능을 담고 있는 데다가 미적 지수마저 높다. 다루기 편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고.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소개하라면, 르노의 고성능 브랜드 알핀의 모터스포츠 감성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인테리어에 역동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트랙 위의 뜨거움이 정성스럽게 스며든 느낌인데 시트가 메인 오브제가 된다. 고급 호텔 라운지에 있는 듯한 무드를 조성한다. 반짝이는 알핀 로고와 삼색 컬러의 조화는 사진으로 결코 담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목적지에 도착했음에도 밖으로 나가기 싫다면 바로 이 때문일 터.

호화로운 공산품은 동적인 순간에도 정적인 평온함을 건넨다. 충분한 힘을 지녔음에도 드라이버의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않는다. 필랑트의 심장이 그 묘한 역설을 구현해 낼 줄은 정녕 기대하지 않았다. 1.5ℓ 터보 엔진과 3단 변속기에 두 개의 전기모터가 맞물린 파워트레인. 합산 최고출력 250마력과 최대토크 25.5kg·m라는 숫자를 앞세워 1.8t의 거구를 가뿐히 다스린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쉽게 추월 가속을 이끌어낼 수 있고, 느껴지는 변속감은 비단결처럼 매끄럽다.

세단과 SUV, 내 선택은 언제나 전자였다. 승차감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허나 르노 필랑트라면 이야기가다르다. SUV에 대한 편견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세단과 SUV, 내 선택은 언제나 전자였다. 승차감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허나 르노 필랑트라면 이야기가다르다. SUV에 대한 편견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하체 역시 웬만한 고급 세단만큼이나 노면의 불쾌한 진동을 유연하게 걸러낸다. 여기에 고급 차의 필수 덕목인 오디오 시스템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밀도 높은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 광활한 뒷좌석에서도 1열 못지않게 고품질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통상적으로 뒷자리의 청음 경험은 소외되기 마련인데, 능동형 소음 제어 마이크 덕분에 오롯이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다. 이렇듯 좋은 선율과 함께 도로 위를 미끄러질 때면, 달리고 있지만 깊은 휴식을 취하는 듯하다.

이제 글의 시작점으로 되돌아 가보려 한다. 훗날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 차에 관해 이야기할 테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도 접근 가능한 럭셔리 카를 찾았다고 말하면서. 그리고 이와 같은 부연 설명을 보태겠지. 필랑트는 르노의 오랜 헤리티지와 프랑스 미학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면밀히 살펴봐도 적당히 타협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고.

정리하자면, 필랑트는 저마다 소중한 꿈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꿈을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당겨 주는 가교가 되어주기 충분하다. 굳이 수억 원을 호가하는 명차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싶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본인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향유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밀도 높은 호사라고 생각하니까. 또한 ‘고급스럽고 호화로움’을 뜻하는 그 단어(럭셔리)의 사전적 의미에도 필랑트는 결코 손색이 없다. 오히려 누구나 조금만 욕심내면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다. 딱 하나 필요한 게 있다면, 그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뿐일 테지…. ■


글 주영삼 에디터 사진 주보균 진행 김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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