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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Origin, 토코토코진 이야기
모터트렌드모터트렌드 기자 2026.05.11

토코토코진은 귀여운 투칸 캐릭터 ‘토코토코’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그린 캐릭터 ‘토코토코’는 오랜 시간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존재로, 단순한 캐릭터 드로잉을 넘어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되었고, 작가의 여행과 경험을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주된다. 변화와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작가가 토코토코 세계관의 출발점이 된 이탈리아를 다시 바라보며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폼페이와 나폴리에 긴 시간 체류하며 프레스코 벽화와 고고학 유물을 관찰하고 재료와 표면에 대한 실험을 이어갔다. 화산석 가루와 안료를 활용해 프레스코의 질감을 캔버스 위에 옮긴 신작은 오는 4월 18일부터 경기도 성남 판교에 있는 더 스탠 뮤지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활동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 작가님과 토코토코라는 캐릭터를 뗄 수 없어요. 언제부터 토코토코를 그리기 시작했나요?

고등학교 무렵부터 토코토코를 그렸어요. 시리얼 상자에 그려진 새를 봤는데, 그게 실제로 있는 새인지 궁금했거든요. 나중에 책에서 그 새가 투칸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 계속 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낙서처럼 시작한 캐릭터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관이 만들어졌어요. 본격적으로 작업한 건 2011년이니까 이제 15년 정도 됐네요. 사람들이 같은 캐릭터를 그렇게 오래 그리면 지겹지 않냐고 묻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살면서, 또 여행을 다니며 계속 새로운 영감을 받거든요. 다음에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 저도 예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토코토코가 변해왔어요. 그래서 늘 새롭다고 느껴요. 지겨우면 다른 그림을 그리면 되기도 하고요. 실제로 다른 작업도 하지만, 공개되는 작업이 토코토코 중심이라 그렇게 보일 뿐이에요.

지금의 토코토코 세계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긴 시간 토코토코를 그리면서 만들어온 세계관이에요. 다만 시작점은 있죠(웃음). 당시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데 저는 가장 행복할 때가 오히려 무섭더라고요. 모든 순간은 결국 끝나기 마련이라는 걸 아니까요. 그래서 항상 ‘지금 이 순간이 여기서 멈췄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무렵 이탈리아 폼페이에 갔는데, 화산 폭발로 도시가 그대로 묻혀서 수천 년 뒤에도 그 순간이 남아 있잖아요. 그걸 보고 큰 영감을 받았어요. 그래서 토코토코 두 마리가 서로 껴안고 있는데 화산이 폭발하는 그림을 그렸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이 그대로 멈춰버리는 장면이었죠.

시간을 굳혀버린 거군요(웃음).

맞아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결국 그 관계가 끝났고, 코로나19도 터졌어요. 그 시기에 토코토코 시체들이 쌓여 있는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고 그 옆에는 ‘우사용’이라는 용 캐릭터를 등장시켰죠.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는 용’이라 이름도 ‘우사용’인데요. 그 용이 승리한 장면이었죠. 사람이 또 참 신기한 게 시간이 지나니까 이별도 괜찮아지잖아요. 그래서 시간이 또 흘러 그 시체들 사이에서 한 마리가 다시 살아서 날아가는 그림을 그렸죠. 결국 ‘토코토코는 살아남았다’라는 걸 알리는 장면이었어요. 화산이 폭발한 지역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숲이 생기고 생명이 돌아오잖아요. 그래서 저는 수백 년 뒤의 세계를 상상했어요. 그 세계에서 토코토코들이 여행을 떠나는 설정이 생겼고, 그 여행이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토코토코 작업에서 여행은 꽤나 중요한 요소예요.

토코토코는 물론 제 작업에서 떼기 어려운 요소가 된 것 같아요.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죠. 2015년 유럽을 배낭여행 하면서 길거리에서 캐리커처를 그려주던 게 시작이었어요. 당시엔 여행을 이어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을 뿐이었죠. 그런데 몇 년 뒤 인도와 네팔,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어요. 제가 작가인 걸 알고 네팔에서 만난 어느 분이 가게 벽에 그림을 그려줄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요청을 받았고, 그 일을 겪으면서 ‘이걸 내가 먼저 제안해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직접 ‘재워주고 먹여주면 벽화를 그려주겠다’라고 제안 메일을 보냈죠. 그렇게 나라를 이동하면서 벽화를 하나씩 남기기 시작했어요.

여행지마다 벽화를 남기는 게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죠. 나라마다, 지역마다 토코토코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나라의 색이나 문화가 자연스럽게 작업 안으로 들어와요. 예를 들어 포르투갈에서는 벽화보다 타일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포르투갈에는 아줄레주(Azulejo) 타일 문화가 있잖아요. 그래서 공방에서 작품을 타일로 구워 작업을 했어요. 얼마 전 포르투갈로 여행한 지인이 벽에 타일이 여전히 붙어있다며 사진을 보내줬어요.

벽화를 그릴 장소는 어떻게 찾나요.

대부분 직접 찾아요. 여행지에서 길을 걷다가 ‘여기에 그림이 들어가면 좋겠다’ 싶은 벽을 발견하면 주인을 찾아 허락을 구해요. 허락을 받으면 작업을 하고, 거절당하면 다른 벽을 찾아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에요. 그래도 재미있어요. 마치 여행지마다 작은 흔적을 남기는 느낌이거든요. 저는 그걸 일종의 기념처럼 생각해요. 그 장소에 다녀왔다는 표시를 남기는 것 같아서요. 최근에는 나폴리에서도 벽화를 하나 그리고 왔어요. 피자를 먹고 있는 토코토코 그림인데, 그 도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도 있나요.

남미를 아직 가보지 못했어요. 남미 쪽은 꼭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인도도 꼭 다시 가보고 싶죠. 예전에 갔을 때 너무 강렬한 경험이었거든요. 색도 강하고 문화도 강해서 토코토코 작업으로 풀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다만 인도는 갈 때마다 배탈이 나요(웃음). 거의 일주일은 고생하는 것 같아 여행 시간을 좀 길게 잡아야 해요. 그래도 그곳에서 받는 자극이 워낙 강해서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작업을 보면 재료나 기법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재료를 시험해 보는 걸 좋아해요. 한 방식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계속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편이에요. 스스로 약간 성장주의적인 기질이 있다고 느껴요. 캐릭터는 같지만 작업 방식은 계속 바뀌고 있어요. 물론 새로운 재료를 쓰면 시행착오가 많아요. 현재 진행 중인 프레스코 벽화를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도 처음에는 감이 잘 안 잡혀서 많이 헤맸어요. 캔버스 위에 미장 재료를 어떻게 바를지, 어떤 안료를 쓸지, 마감은 무엇으로 할지 계속 테스트해야 했거든요. 수성 마감재도 써보고 스프레이 마감재도 써보고 여러 가지를 실험했어요.

프레스코 벽화를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처음 얻었을까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와요.

토코토코 세계관이 폼페이에서 시작됐잖아요. 그래서 이탈리아에 가서 그 장소를 다시 보고 싶었어요. 나폴리에 숙소를 잡고 한 달 반 정도 지내면서 고고학 박물관을 거의 매일 갔어요. 거기서 프레스코 벽화나 모자이크, 도자기 같은 유물들을 많이 봤어요. 화산에 묻혔는데도 색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래서 왜 그렇게 보존이 잘 되는지 궁금해서 프레스코 공방을 찾아가 수업을 들었어요. 프레스코는 벽에 회반죽을 바르고 마르기 전에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에요. 마르면서 안료가 벽과 함께 굳기 때문에 물로 씻어도 지워지지 않아요. 그 방식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는 실제 프레스코와 완전히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화산석 가루와 안료를 섞어 비슷한 질감을 만들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폼페이에서 받은 영감을 재료에서도 이어가고 싶었어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주저함이 없군요.

새로운 걸 배우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요. 저는 무엇이든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재료나 공예 방식이 있으면 직접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도자 작업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바르셀로나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문득 토코토코를 청자에 그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도자 작업을 하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작업실을 빌리고 상감 기법을 직접 배워서 만들었어요. 이렇게 하나씩 배워보는 과정이 작업의 세계를 넓혀주는 것 같아요.

해외 작업도 많지만 한국적인 작업에 대한 애착도 큰 것 같아요.

맞아요. 여러 나라에서 작업을 했지만 한국에 대한 애착이 커요. 저 청자 작업도 상감 기법으로 토코토코를 새겨 넣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작업이에요. 또 태극기를 소재로 한 작업도 있는데 그건 판매하지 않고 가지고 있어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작업을 하지만 결국 제 작업의 출발점은 한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한국을 주제로 한 작업도 계속 해 보고 싶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작업들을 볼 수 있을까요.

이번 전시는 토코토코 세계관의 시작이 된 장소로 다시 돌아간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폼페이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많이 담았어요. 그래서 프레스코 스타일 작업도 있고, 이탈리아에서 스케치한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만든 작업들도 있어요. 여행에서 얻은 드로잉과 재료 실험이 함께 들어간 전시라고 볼 수 있어요.

전시를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어떤 경험이 되었으면 하나요.

판교에서 전시가 열리는데요. 시내 중심이 아니다 보니 관람객의 먼 발걸음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작품을 늘어놓는 것을 넘어 조금 더 재미있게 관람할 방법도 고민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그림 안에 토코토코가 몇 마리 있는지 세어보는 퀴즈 같은 거죠(웃음). 그림을 하나씩 천천히 보면서 작은 요소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전부예요. ■

글 유승현 피처 에디터 사진 주보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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