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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9 메리츠캐피탈 판매 1위
  • - 2021 상반기 GNA 영업의신 수상
  • - 2019 메리츠캐피탈 판매 1위
위 사람은 금융회사와 위타계약을 체결한 대출모집법인에 소속되어 있으며,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된 대출상담사입니다. (협회 홈페이지, 전화번호 등에서 확인) 민원상담 1544-4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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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모터트렌드주영삼 기자 2026.08.11

깊이 고민해 본 적도 특별하게 여긴 적도 없다. 자랑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더더욱 없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 말이다. 반도체 강국이니 케이팝 수출국이니 <오징어 게임>을 낳은 나라니 하는 수식어도 전부 남 얘기로 치부했다. 하는 일과 별 상관이 없는 데다 삶에 큰 보탬이 된다고 느끼지 못했으니까. 욕먹을 각오로 하나 고백하면 모국어가 한국어라는 사실에 불만을 품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태어났다면 지긋지긋한 영어 공부는 안 해도 됐을 텐데 하면서. 게으름과 귀찮음이 누구나 다 아는 한글의 우수성마저 외면하게 만든 것이다.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뿐인데 어쩐지 세종대왕님께 송구하다. 여하튼 그러고 보니 이번 월드컵도 그렇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같은 선수들을 데리고 어떻게 32강에 못 올라갈 수 있을까…. 이런 내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단전 밑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덕분이다. 애국심이라 하면 너무 거창하니 그와 비슷한 무엇이라 해두자.

시작은 드라이버 퍼레이드. 르망 24시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시내를 돌며 팬서비스 확실하게 제공하는 이벤트다. 이 많은 사람이 대체 어디 숨어 있었나 싶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인파에 종종걸음은 권장이 아니라 필수. 저마다 응원하는 대상도 제각각이다. 이탈리아의 상징 페라리부터 독일 자동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BMW, 영국 비밀정보부 요원의 애마 애스턴마틴까지. 나는 어느 쪽이냐고? 당연히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하 마그마)이다. 이날만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른다. 포뮬러 원(F1)보다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을 최고의 모터스포츠로 치는 사람이라 그렇다. 그중에서도 르망은 스물네 시간 동안 라 사르트 서킷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시험에 들게 한다. 물론 지금껏 콕 짚어 마음 준 팀은 없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이 없었으니까. 월드컵 본선 진출이 기적과도 같은 카보베르데 국민의 심정이었달까. 그런데 그 기적이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더 놀라운 건 마그마 팀 기어를 온몸에 두르고 선수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이들의 얼굴이다. 누가 봐도 외국인이다. 여기에 제네시스 엑스 그란 컨버터블에 오른 드라이버들이 금빛 미소를 지으며 티 없이 맑은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찔끔 새어 나온 지점이다. 창립 10년을 갓 넘긴 브랜드가 첫 르망에서 어떻게 이토록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을까. 여기만 그런 게 아닐지 하는 의심(?)에 제조사 빌리지의 제네시스 부스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디어 신분이 아니었다면 입장조차 못 할 뻔했다. 다른 부스도 많은데 입구부터 늘어선 줄이 20m에 달했다. 운 좋게 먼저 들어선 팬들은 GV60 마그마와 G80 전동화 모델을 구경하고 히스토리 월과 시그니처 모먼트를 훑으며 브랜드와 가까워졌다. 시선을 돌리면 다음 장에 등장할 마그마 GT3 콘셉트의 웅장함에 빠져든 이들도, 근사한 머천다이즈를 사느라 정신없는 이들도 보였고.

다음은 제네시스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차례. 제조사의 초청을 받은 이들이 제네시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음악, 웹툰, 뷰티, 영화까지 K-콘텐츠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여기서 깨달았다. 한국 사람들 센스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누군지 몰라도 성과급 두둑이 챙겨줘야 한다. 네임택부터 남다르다. 'SON-NIM'. 방문객을 손님으로 맞이하고 환대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이름값을 밥상으로 증명한다. 여러 나라에서 한식 좀 먹어봤지만 차원이 다르다. 현지에서 이름난 셰프와 손잡고 한국인도 외국인도 사로잡을 음식을 준비했다. 르망처럼 큰 잔치에 부침개가 빠질 수 없다는 듯 노릇한 전에, 국물 맛 끝내주는 육개장까지 내어놓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네시스 직원들이야 그렇다 쳐도 이벤트 에이전시 인력들까지 동방예의지국에서 나고 자란 듯 바쁜 와중에도 짜증 한 톨 없이 손님을 모신다.

트랙 밖 환대에 취해 있던 정신이 번쩍 든 건 현지시각 15시 30분. TV로만 보던 출발 세리머니가 눈앞에서 막을 올리면서다. 르망에 도전하는 모든 팀과 드라이버 그리고 엔지니어가 레이스카 앞에 비장하게 정렬하고, 각 제조사의 국기가 그리드 위에 펼쳐진다. 남들은 골고루 눈에 담겠지만 내 시선은 온통 마그마에, 또 태극기에 쏠려 있다. 한 세기를 이어온 전쟁터에 태극기가 나부끼는 첫 순간이니까. 이윽고 트랙 위에는 레이스카만 남는다. 이내 롤링 스타트를 위해 하이퍼카 클래스가 앞장서고, 그 뒤를 LMP2와 LMGT3가 줄지어 따라붙는다. 그렇게 어느덧 선두가 마지막 코너를 돌아 나오는 15시 59분 50초쯤. 배경음처럼 스탠드를 채우던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의 선율이 뚝 끊긴다. 그 정적 속에서 흐르는 10초. 나도 모르게 숨을 참는다. 이어 롤렉스 시계가 정확히 16시를 가리키는 찰나, 수십 대의 레이스카가 일제히 굉음을 내지르며 뛰쳐나간다. 참았던 숨이 함성으로 터져 나왔다. 여기에 적지 못할 단어가 살짝 섞였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심장은 터질 것 같았고 도파민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카타르시스…. 마그마의 참전이 아니었다면 정녕 몰랐을 감정이다.

혼을 담아 응원할 팀이 있다는 게 이토록 소중한 것이라니. 과거 르망을 지켜보던 태도와는 천지 차이다. 그때는 아무나 이겨라, 방관자 모드였다. 심지어 드라이버만 다치지 않는다면 보는 재미를 위해 레이스카끼리 크고 작은 컨택이 잦기를 바랐을 정도다. 허나 마음 준 팀이 생기니 생각 자체가 달라진다. 스타트 라인에 선 모두가 사고도 고장도 없이 무사히 체커기를 받았으면 한다. 내가 마그마를 애타게 바라보듯 다른 팀을 향한 누군가의 진심도 그러할 테니까. 이왕 팬이 된 김에 밤을 새우며 지켜보겠다 다짐했지만, 무거운 눈꺼풀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대신 깨자마자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카톡이 아니라 마그마의 순위였다. 그런데 웬걸, 한 대가 보이지 않았다. 17번 차의 리타이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부터 속으로 빌었다. 제발 19번 차 한 대만이라도 완주하게 해달라고. 제네시스 관계자도 아니면서 식은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다행히 그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 우여곡절 끝에 19번 차가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첫 도전에서 이뤄낸 완주. 이것만으로도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 쳐줄 대단한 성과다. 허나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내년에는 마그마가 포디움에 올라 라 사르트의 허공에 애국가를 날려 보냈으면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더 자랑스럽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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