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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야 야마카와, Between Calmness and Passion
모터트렌드모터트렌드 기자 2025.03.30

하와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주목받는 주니어 레이서로 활동했던 진야 야마카와(Jinya Yamakawa)는 부상과 함께 서킷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그의 열정적인 전진은 멈추지 않았고 파슨스 디자인 학교에서 순수 미술을 공부하며 아티스트로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강렬한 색과 브러시 터치, 주제로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진야 야마카와를 만나 젊은 아티스트로서 그가 마주하고 일궈낸 비약적 도약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하와이, 뉴욕, 도쿄 등 여러 국가와 도시를 오가며 살았다. 이러한 시간이 작업에도 영향을 끼치나? 특히나 서울에서 두 번의 개인전을 연 만큼 도시에 대한 인상도 궁금하다. 도시마다 지닌 다양한 에너지를 느끼며 살았다. 호전적인 뉴욕에 비해 도쿄는 전통을 고수하는 분위기지 않나. 생각의 깊이나 방향에 꽤나 영향을 줬다고 본다. 사색적인 일본인인 동시에, 자유분방한 미국인이자 유쾌한 한국인의 모습을 조금씩 갖고 있다(웃음). 많은 도시 중 서울에서 아티스트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부분에 대해선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서울은 전 세계 아트 허브로 자리매김하고자 뜨겁게 팽창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이 아트페어, 전시를 통해 기성 작가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도시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주제와 배경의 경계를 하나로 아우르는 멜트다운(Meltdown) 기법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기법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개인 작업을 시작하기 전 몇 년간 유명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이후 산업 디자인 일도 했고. 이 시간 동안 스스로 예술가가 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지녀야 할 태도, 공식 같은 것들을 파악했다고 본다. 완성도는 물론, 예술적 철학과 작업 방식의 강한 연관성을 지녀야 함을 깨달았다. 멜트다운은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를 필두로 한 포스트모더니즘 사조 슈퍼 플랫(Super Flat)과도 같이한다(슈퍼 플랫은 사회적 계급의 높낮이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발전한 일본 사회에 2차원의 평평한 그림을 통해 하위문화로 여겨지던 것들을 상위 예술 시장에 소개하며 현대미술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사람들은 좋은 것과 싫은 것, 높은 것과 낮은 것 등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이 모두는 매우 개인적인 판단이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주제, 대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곤 하니까. 멜트다운은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괜찮다”는 말을 건네기 위한 작업방식이자 기법이다.

동시에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34가지의 색만을 제한적으로 사용했다. 보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내 그림이 이해, 소비되길 원했다. 오렌지, 옐로처럼 강렬한 색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방식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물론 개인적으로 색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적게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낀다. 그러나 제약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즐거움이 크다. 사람의 피부를 회색으로, 표범을 노란색으로 칠하면서 사고의 관습적 장벽을 깼다. 내가 그려낼 수 있는 감정의 범위, 방향에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본다.

이번 전시에는 옐로, 오렌지 컬러의 표범을 주된 대상으로 삼았다. 소녀, 물결을 대상으로 한 이전 전시에 비해 강한 자아가 느껴진다. 각각이 갖는 의미가 있을까? 물론이다. 구상미술을 하는 작가로서 내가 그리는 모든 대상은 나의 내면, 사고방식을 의인화한 형태니까. 소녀 혹은 소년, 성별을 알아채기 어려운 어린아이는 나의 내면이자, 물결치는 풍경은 하와이에서 살던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다. 표범은 작가로서 보다 호전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나의 의지다. 호랑이를 그리고 싶었는데 아직은 이른 건 아닐까 싶었다(웃음). 호랑이로 진화하고 있는 작가 진야 야마카와를 기대해 주면 좋겠다.

팬의 입장에서는 진야 야마카와가 무엇을 그리는지를 계속해 기대할 수밖에 없겠다. 자동차를 그리고 싶은 생각은 없나? 어린 시절 고카트로 시작해 주니어 프로팀까지 나갔던 선수였으니 굉장히 애착이 깊은 대상일 듯싶은데. 모터스포츠 장르 자체에 대한 나의 존경심을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더욱 그리기 어렵게 느껴진다. 나의 커리어 백그라운드를 아는 팬들이라면 자동차 작품을 선보였을 때 너무나 좋아해 주리라 짐작해 보지만 나의 실력이 뒷받침되었을 때, 정말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에 이를 때 도전해 보고 싶다.

그만큼 사랑했던 운전대 대신 붓을 쥐게 된 계기가 있나? 자동차를 너무나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56살부터 고카트를 탔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모터스포츠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아주 깊게 몰입했다. 모터스포츠 장르는 마치 마약과도 같게 느껴지는데, 언제나 목숨을 담보로 경기 에 임하기 때문이다. 가솔린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왔던 것에 반해 죽음이 내 뒤를 바짝 쫓는 느낌도 받았다. 안타깝게도 사고로 목과 허리를 크게 다치면서 모터스포츠를 그만두어야 했는데 큰 아쉬움은 없다. 언제나 삶과 나의 자아, 예술, 레이싱, 일 등의 균형을 맞추며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 분야에 잠식되기보다 다양한 분야, 관심들을 자유로이 주행하듯 살아가면 좋겠다. 바람이 있다면 작가로서 큰 성공을 이뤄 앞으로 재능 있는 모터스포츠 선수들을 마음껏 후원하고 싶다.

십분 공감한다. 인생을 아우르는 여러 키워드들이 맞물려 진야 야마카와라는 사람, 예술을 만들어내는 거니까. 그럼에도 이전의 삶과 큰 차이가 있으리라 본다. 레이싱과 예술 작업의 공통점 혹은 차이점이 있을까? 이렇게 전시장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 이면에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레이싱도 동일하다. 경기는 찰나일 뿐 매일 서킷을 돌며 기록을 경신하는 훈련이 수반된다. 이러한 인내의 시간이 공통점이겠지. 또한 레이싱 팀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힘을 합쳐 작품, 전시를 완성한다는 사실도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서로서 지기 싫어했던 승부욕이 예술 작업에서 이점으로도 다가온다.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작가적으로 하나의 방식, 스타일을 밀어붙이고자 하는 노력과 맞닿아 있다.

그만큼 감각적이고 전투적인 사람이라 예측해 본다. 드라이브할 때 즐겨 듣는 음악이나 좋아하는 향이 있나? 레이싱, 페인팅 모두 매우 감각적인 작업이다. 언제나 작업실, 차 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웃음). 음악은 일본 래퍼 ‘Guca Owl’의 <High Wall>을 자주 들었다. 특히 작업할 때. 높은 벽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젊은 아티스트로서 공감, 위로가 많이 된 곡이다.

아티스트와 레이서 두 가지 정체성에 기인한 밸런스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차를 고를 때 아름다운 외관과 파워풀한 퍼포먼스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보나? 100% 퍼포먼스다. 이건 내 성격에 기인한 답이다. 무엇이든 최선의 결과를 내고 싶다.

어느 분야든 실력으로 진검승부를 보는 스타일인가 보다(웃음). 아티스트 진야 야마카와를 넘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대표 등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다. 스스로를 무엇이라 규정하고 싶은가? 예술가. 하나의 장르, 스타일, 직업으로 규정되고 싶지 않다. 다채로운 분야를 아우르며 나만의 창작, 예술을 끊임없이 이끌어내고 싶다.

한시도 쉬지 않고 전진해 온 진야 야마카와의 인생을 자동차 엔진처럼 이끌어가는 동력을 꼽아본다면? 나와 크루를 이뤄 일하는 팀원들이지 않을까? 예술 작업 전반에 레이싱 팀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협업을 이루며 일하고 있다. 나 자신을 슈퍼스타로 성장시키기보다 자동차 속 많은 부품들이 상호적으로 움직이며 더 빨리, 멀리 가는 것을 꿈꾼다. 그런 면에서는 나의 추진체는 나와 힘을 합쳐 함께 작업하는 모두다.

글ㅣ유승현 피처 에디터  사진ㅣ주보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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