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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실체, 자동차 브랜드는 무엇으로 사는가. 7월호 칼럼
모터트렌드유일한 기자 2026.08.08

나는 마쓰다 로드스터의 오너다. 그것도 최신형인 4세대가 아니라 구형이 된 2세대 모델이다. 화려한 숫자도, 넘치는 편의 장비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 가벼운 몸이 운전자의 의도대로 코너를 파고드는 움직임, 그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에 반해 버렸다. 사람과 말이 한 몸이 되듯 차와 내가 하나로 연결되는 감각, 마쓰다는 그것을 ‘인마일체(人馬一體)’라 불렀고 나는 그 네 글자에 매료되어 이 브랜드의 자동차를 택했다.

그런데 최근 ‘마쓰다의 색이 흐려지고 있다’라는 외신의 지적은 오너인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CX-70, CX-90으로 대표되는 대형 SUV가 줄지어 등장하고, 실내는 분명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졌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사랑했던 그 ‘결’은 옅어졌다.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그 사이에서 자리를 못 잡은, 그런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더 많이 팔기 위해 누구나 인정할 보편적인 모습을 좇는 사이, 마쓰다만의 날카로운 개성이 무디어진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제 인마일체를 실천하는 차는 소수만 남았는지도 모른다. 마쓰다 3와 로드스터 정도일까? 신형 CX-5에는 그 감각이 남아 있기를 바라지만, 이는 나만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브랜드가 덩치를 키우는 순간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 브랜드를 선택하게 만든 바로 그 이유이기 때문이다.

마쓰다의 방황을 지켜보는 시선은 자연스럽게 제네시스로 향한다. 정의선 회장이 선포한 ‘인간 중심의 진보(Human-centered Luxury)’. 이 근사한 문장은 과연 도로 위에서 얼마나 선명한 실체로 존재하는가.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대중이 소비해 온 제네시스는 ‘진보된 철학’보다 ‘압도적인 편의 사양’과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고급스러움’에 가까웠다. 넓고 조용한 실내, 빈틈없는 마감, 합리적인 가격. 이것만으로도 제네시스는 충분히 성공한 브랜드다. 그러나 럭셔리의 본질은 결국 ‘대체 불가능한 개성’에 있다. 브랜드의 정의는 거창했으나, 그것이 실체로 이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과, 그 브랜드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미 자신만의 정답을 써 내려간 두 브랜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방식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라 칼레니우스 체제 아래 정체성을 ‘디지털 럭셔리’로 재편했다. 대시보드를 가득 채우는 스크린과 전용 운영체제를 앞세워, 이제 벤츠는 기계를 넘어선 ‘경험의 영역’에 있음을 선언하고 실천한다. 정의를 새로 쓰고, 소프트웨어로 그것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렉서스의 토요다 아키오는 더 집요했다. 그는 ‘마지막에 선택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임원실이 아닌 서킷으로 나갔다. 모리조라는 가명으로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달렸고, 그 집념은 LC라는 작품으로 정점을 이룬 후 라인업에 골고루 퍼져 있다. 렉서스가 단순한 정숙함을 넘어 ‘장인 정신이 깃든 주행의 즐거움’이라는 실체를 가졌음을, 말이 아닌 결과물로 증명한 것이다. 한쪽은 정의를 선언했고, 한쪽은 실체로 증명했다.

나는 제네시스의 브랜드 정체성을 논할 때마다 BMW 알피나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알피나는 무조건적인 고성능을 논하지 않는다. 대신 힘 위에 있는 부드러움, 강함을 품은 우아함을 이야기한다. 압도적인 출력으로 운전자를 압도하는 대신, 충분한 힘을 여유롭게 다스리는 품격. 제네시스가 추구해 온 고급스러움도 이와 결이 비슷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그리고 까다로운 유럽의 잣대 앞에서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대체 불가능한 개성’을 증명하라는 구매 고객들의 물음표가 바로 그 지점에서 생겨났을 것이고, 제네시스는 그것을 지우기 위해 마그마를 내세웠다고 나는 본다.

마그마는 고성능 브랜드로서의 본격적인 모터스포츠 진출이다. 세간에서는 이를 유럽 시장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제네시스는 마그마를 통해 모터스포츠라는 가장 가혹한 시험대 위에서 실체를 증명하려 한다. 2026년 WEC에 데뷔해 이몰라 개막전을 치렀고, 두 번째 무대인 스파-프랑코샹에서는 곧바로 첫 포인트를 따냈다. 여기에 브랜드 파트너이자 자문으로 합류한 재키 익스가 무게를 더한다.

이는 화려한 껍데기를 입히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의 엔지니어링 근간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다. ‘인간 중심의 진보’가 단순한 옵션의 나열이 아니라, 운전자의 감각을 일깨우는 기술적 진보임을 보여주려는 정면 돌파인 것이다.

마쓰다 로드스터의 오너로서 내가 느끼는 갈증은 결국 ‘약속된 경험’의 부재다. 한 세대 지난 차에서조차 또렷이 살아 있는 그 일체감을, 정작 브랜드가 스스로 잊어가는 것은 아닌지. 정의는 선언되었으나 실체가 옅어질 때, 오너는 가장 먼저 그 공백을 알아챈다.

제네시스가 알피나의 우아함에 M의 역동성을 이식하려는 시도가 성공하려면, 마그마는 단순한 상위 트림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되어야 한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CEO의 말 한마디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서킷의 연석을 타고 넘는 진동에서,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되는 노면의 정보에서,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거쳐 드라이버에게 닿는 확신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마그마가 뜨겁게 달궈진 실체로서 ‘인간 중심의 진보’를 증명해 내는 날, 우리는 마쓰다가 빠진 애매함을 넘어 진정한 럭셔리의 정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의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실체는 오직 서킷 위에서만 새겨진다. ■

글 유일한 수석 에디터 사진 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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