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https://www.motortrend.kr/news/articleView.html?idxno=520
“안녕하세요.” 우리를 따뜻하고 친숙하게 맞이하는 그녀는 만트럭버스코리아(이하 만트럭)의 첫 여성 임원으로 부임한 에블린 카셀(Evelyn Kassel) 부사장이다. 그녀에 대한 명성은 그녀의 동료들에게 익히 들었다. 직장 상사 이야기를 꺼내는데도 누구 하나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고, 에블린 부사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약 1시간 남짓 함께 시간을 보내니 그들이 엄지를 세우는 이유를 알겠다. 일에 대한 자세는 누구보다 진지하지만, 밝고 환한 웃음과 재치 있는 농담도 잊지 않는다.
올해도 어느덧 끝나가네요. 어떤 한 해였나요?
많은 도전과 함께 만족스러운 한 해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축구팀 FC 바이에른 뮌헨이 방한했을 때 고객들을 초청해서 은퇴한 선수인 클라우디오 피사로와 함께 사인회와 Q&A도 진행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것이었어요. 또한 올해 열었던 고객 시승 행사도 무척 효과적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작년에 비해 고객의 만족도를 키웠거든요. 내년에도 이러한 증가가 지속되길 바랍니다.
내년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세요?
고객들이 비즈니스 파트너 혹은 친구들에게 만트럭의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이것이 판매로 이어져 마켓 셰어를 높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나만의 MAN능 파트너 트럭’입니다. 한국 고객들에게 저희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깊게 고민한 결과물인데요. 고객의 기대에 더 부응할 수 있고, 회사와 고객이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상용차 업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거든요.
독일 뮌헨에서 나고 자란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뮌헨은 만의 본사가 있는 곳이니까요. 한국 사람들이 현대그룹, 삼성그룹을 당연히 아는 것처럼 독일에서는 만이라는 브랜드가 굉장히 유명합니다. 그래서 이 그룹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항상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많은 입사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중 만트럭에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게 무척 매력적이었죠. 상용차 업계는 화려하거나 돋보이는 시장은 아니에요. 하지만 꾸준히 제품이 개발되어 나오고, 솔직하고 명확한 시장이죠. 그리고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밑바탕이 되는 게 트럭 산업입니다. 그러한 점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무척 잘 맞았어요.
한국에 오면서 어떤 것을 기대했거나 걱정했나요?
저는 여행을 좋아해요. 아시아권은 몇 번 방문한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처음 오는 한국이지만 긴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왔고, 큰 걱정도 없었습니다. 한국은 개발이 잘 되어 있고, 빠르고, 현대적이며 혁신적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기대했던 것 같네요.
여러 국가, 다양한 문화권에서 일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노력하시나요?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그리고 한국에 오면서 각 문화에 적응하고 이해하는 게 정말 중요했죠. 흔히 말하는 ‘뉘앙스’의 차이가 있잖아요? 문화마다 말해도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 그리고 적절한 표현들을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독일은 피드백을 굉장히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전달합니다. 반대로 영국은 나쁜 내용이더라도 표현은 우아하게 하려고 하죠. 오스트리아는 한국과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중요한 의견들은 공식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보다 편안한 자리에서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회의 시간보단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술도 한잔할 때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처럼 말이죠. 아, 물론 그곳에선 와인, 한국에선 소주입니다.
한국 문화와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는 없으셨나요?
독일과 한국의 음주 문화에서 재미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건배를 하고 술을 마실 때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윗사람과 술을 마실 때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마시잖아요. 그래서 첫 술자리에서 정말 놀랐지만 지금은 적응했고요. 그리고 술자리에서 상사가 앉는 자리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잖아요? 제가 자리를 옮기면 다른 직원들도 다 같이 자리를 옮기는 그런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한국 시장의 특별한 요소도 궁금해요.
한국 시장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물론 어느 나라를 가도 자신들이 독특하다고 말하는데요. 그중에서도 한국은 정말 특별한 시장이에요. 다른 나라들과 큰 차이점은 한국의 주요 고객들이 개인 차주 고객이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한국은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고객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개인이 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운송회사가 차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기사를 고용하는 방식입니다.
한국 고객은 차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높고, 제조사가 지속적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합니다. 그래서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빠르게 결정하는 비즈니스를 펼쳐야 하는 것이 한국 시장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고객과 회사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도 필요해요. 예를 들자면 최근에 했던 고객 시승 행사가 그런 경우에 속합니다. 최신 모델을 직접 보여드리고 타볼 기회를 제공한 후 고객의 피드백을 직접 듣는 기회를 만들어서 무척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고객들의 기대감을 맞추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센터의 운영 시간을 늘려서 고객들의 편리를 더욱 신경 쓰고 있고, 부품 창고에서 서비스센터까지 몇 시간 안에 부품을 운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이 외에도 평소 고객분들이 원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듣고 그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만트럭에도 다양한 모델이 있죠. 그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모델 하나만 말씀해 주세요.
어렵네요. 제가 하나의 종류를 고르면 다른 고객들이 서운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하나만 꼽자면 D38 엔진을 사용하는 플래그십 모델 ‘인디비주얼 라이온 S’입니다. 성능뿐만 아니라 모든 실내도 거실처럼 안락하게 꾸며져 있고, 높은 기준을 가지고 계시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타고 다니는 차도 궁금해요. 트럭을 타고 다니진 않으실 테고….
폭스바겐 투아렉을 타고 다녀요. 차에서도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넓고 편한 실내 공간과 안정적인 주행감으로 얻는 신뢰도가 무척 매력적인 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우디도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그 브랜드의 팬이에요.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독일에서 나고 자라면서 정말 많이 접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한국에서 즐기는 음식과 이것만은 못 먹겠다 싶은 음식이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코리안 바비큐, 그러니까 한국의 고기 요리들을 정말 좋아하고 즐겨 먹습니다. 반대로 순대는 가장 어려운 음식이에요. 사실 독일에도 순대와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요. 독일에서부터 먹지 않았습니다. 본사 지하 직원 식당에서 순대가 나오는 날은 사무실이 있는 3층까지 냄새가 올라와서 밖으로 도망치기도 하죠.
휴일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주어진 일이 많고 출장도 잦기 때문에 자유 시간이 생기면 가족과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주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편이에요. 서울에서는 서울숲, 한강 공원 같은 곳을 자주 가고요. 평창, 춘천, 부산 등 산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한국의 많은 관광 도시를 여행했어요. 한국의 장점이 산과 바다를 원하면 언제나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것이라 무척 좋습니다.
지금까지 이뤄오신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만족하시나요?
사실 커리어 우먼으로 지내는 게 크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경험을 하니 이게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동료와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인정받으며 비즈니스를 펼쳐가는 동시에 2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어요.
업계의 성공적인 리더 중 한 분이시니, 루키들이 조언을 구할 것 같아요.
어떠한 일을 할 때 스스로에게 어떻게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따라가 보세요. 그리고 정해진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각을 해보세요. 성별, 배경, 환경을 떠나서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성공은 절대 운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과 헌신이 정말 많이 필요하고, 남들이 하는 것 그 이상의 노력을 했을 때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글 조현규 에디터 사진 주보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