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https://www.motortrend.kr/news/articleView.html?idxno=1239
테스타로사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모두가 손뼉을 치며 환호한다. 아마 이곳 이탈리아 밀라노가 아니라 한국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만큼 페라리에서 많은 역할을 했고, 인기도 많은 모델이니 말이다. 이 전설적인 이름을 쉽게 다시 꺼내기 어려웠을 텐데, 페라리는 어떤 의도로 테스타로사를 부활시켰을까? 이번 행사에서 공개한 모델은 ‘849 테스타로사’다. 페라리를 좋아한다면, 앞에 붙은 숫자에 주목할 것이다. 이번에는 V8 엔진의 8과 각 실린더의 배기량인 499cc의 49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글의 끝까지 ‘테스타로사’라고 부르고 싶으니 참고해 주길.
페라리가 밀라노에서 신차를 공개하기 하루 전, 페라리 본사의 담당자들과 각 나라의 기자들이 모여 저녁 만찬을 즐겼다. 아직 새로운 차의 이름은 모르지만 SF90의 후속이라는 정보와 진보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하고, 최신 페라리의 디자인 언어를 입힐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들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으며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홍보 책임자 조앤 마샬은 내일을 기대하라며 우리를 보며 웃었다.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약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간 곳에서 내리니 빨갛게 물들인 장소가 우리를 맞이했다. 주변을 둘러보다 이곳에 모인 이들의 얼굴을 보니 다들 새로운 장난감을 받는 아이들처럼 신나 하며 흥분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어 울렁증인 나는 조금 긴장하며 표정이 굳어 있었는데, 함께한 한국 페라리 담당자가 “같이 인증샷 찍으시죠!”라는 말과 함께 긴장을 풀어주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철저한 보안 체크를 마친 뒤 행사장 안에 들어가니 붉은색 베일을 덮은 차가 보인다. 납작한 실루엣을 보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스테이지 앞 의자에 앉으니 마케팅 및 커머셜 총괄인 엔리코 갈리에라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신차 공개에 앞서 페라리 라인업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를 했는데, 운전에 초점을 맞춘 모델과 일상생활에 맞춘 모델을 나열했다. 먼저 최근 출시된 아말피가 가장 컴포트하고 일상 주행에 맞춰진 모델이라며 설명했고, 지금 공개하는 SF90의 후속 모델이 가장 운전에 맞춘, 파일럿의 느낌을 주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곧이어 커다란 스크린이 열리고 세 대의 차가 등장했다. 처음 보자마자 낮게 깔린 차체와 보닛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형태는 달랐지만, 왜 테스타로사의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을 한 플라비오 만조니가 직접 설명하길, 페라리의 헤리티지를 미래지향적으로 해석했다고 이야기했다. 1956년에 출시한 첫 테스타로사인 500TR과 1984년에 출시한 아름답고 강력했던 로드카, 테스타로사를 오마주했다.
특히 뒤에 달린 트윈 테일 스포일러가 모두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는 과거의 레이스카였던 512M에서 영감을 받아 채택했다. 공기역학적인 측면에서는 시속 250km에서 415kg의 다운포스를 생성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전 세대 모델인 SF90보다 무려 25kg 증가한 수치다. 또한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의 냉각 성능도 15%가량 향상되었다.
대다수가 새로운 예술품 같은 외관에 홀려 있는 사이, 만조니가 새로운 인테리어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전보다 운전자를 감싸는 설계로 인체공학적이고, F80에서 영감을 받아 솟아오른 중앙 부분이 특징인 ‘센트럴 세일 모티프’를 선보였다. 통합형 기어 체인지 게이트의 위치를 더 효율적으로 배치했고, 버튼들도 손이 닿기 쉬운 곳에 두어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새로운 스티어링 휠은 한층 더 심플해지고 예뻐져 이전 페라리를 타는 사람이라면 스티어링 휠만 떼서 자기 차에 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페라리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에 최고 제품 개발 책임자인 잔마리아 풀겐지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의 설명으로는 차의 레이아웃과 파워트레인은 이전 SF90과 동일한 V8 트윈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엮은 구성이다. 하지만 새로운 설계와 페라리 사상 가장 큰 크기의 터빈을 사용해 이전보다 50마력이 늘어난 830마력의 출력을 완성했다.
여기에 발전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최고출력은 1050마력까지 올라간다. 모터는 이전과 같이 3개를 사용하는데 변속기에 한 개, 앞쪽에 두 개가 들어간다. 모터만으로도 220마력을 내고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최대 25km를 엔진 소리 없이 잔잔하게 주행할 수 있다.
또한 앞쪽에 있는 모터와 뒷바퀴를 굴리는 엔진의 조합으로 정교하고 다이내믹한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을 선보였는데, 운전 시 저속과 고속에서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직접 운전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시승 때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 시승기를 기대해 주길.
헤리티지 모델인 테스타로사의 모습과 이름을 담았지만, 안쪽에는 첨단 기능이 잔뜩 들어갔다. 제동 장치 쪽에는 최신식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시스템과 페라리 ABS 에보 컨트롤러가 적용되었는데, 어떤 주행 조건에서도 제동의 일관성과 정밀도를 완벽하게 보장한다.
또한 스프링과 댐퍼 세팅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해 접지력의 한계에 가까운 상황에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경량화도 확실히 했다. 터빈의 크기를 키우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성능을 끌어올렸지만, 무게는 쿠페 기준 이전 SF90과 동일한 1570kg을 유지했다. 심지어 스파이더는 10kg 가벼워진 1660kg이다. 덕분에 라인업 사상 최고의 출력 대 중량비를 자랑한다.
출시가 되는 내년이면 국내에서도 새로운 테스타로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만조니의 디자인 언어와 최신 기술로 무장한 테스타로사는 다른 슈퍼카 브랜드에게 위협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기술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 데 두려움이 없고, 헤리티지 또한 확실하게 지켜나가고 있다.
혹자는 옛 페라리가 가장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말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어렸을 적 오래된 페라리를 보며 환상을 가졌던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향수에 젖은 우리와 달리 새로운 페라리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아가 지금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모델이 될 것이다. 자라면서 그들 또한 “옛날에 나온 849 테스타로사가 최고지!”라는 이야기를 할 날이 있지 않을까? 마치 지금의 우리처럼 말이다.
최고 마케팅 책임자 엔리코 갈리에라 ENRICO GALLIERA
차명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최상위 파일럿 카로서 특별한 기념을 위해 제작했다. 1955년 시작된 테스타로사 프로젝트 70주년을 기념하며, 1956년 500 TR이 처음 대중에 공개된 역사와 맞닿아 있다. ‘849’는 8기통, 실린더당 499cc의 배기량을 의미한다. 당시 미캐닉들은 가장 중요한 레이스 차량의 엔진 헤드를 붉게 칠해 구분했는데, 이 이름은 그런 페라리의 뿌리와 레이싱 유산을 기념했다.
앞으로 페라리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을 알려 줄 수 있나?
구체적인 5년 전략은 천천히 공개될 예정이지만, 핵심은 페라리 DNA인 고성능과 첨단 기술의 지속적 발전이다. 동시에 ‘Tag on Road’ 같은 브랜드 경험과 다양한 브랜딩 활동을 확대해, 고객이 페라리를 소유하고 즐기며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는 무대를 넓히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아세토 피오라노 패키지의 주요 특징은?
트랙 전용 멀티매틱 알루미늄 댐퍼, 티타늄 스프링, 내·외부 카본 파츠, 레이싱 전용 투톤 리버리(옵션), 레이싱 타이어, 렉산 리어 패널을 포함한다. 성능 향상을 위해 기본형 대비 30kg 경량화, 다운포스 강화, 레이스에서 다듬은 댐퍼를 적용했다.
최고 디자인 책임자 플라비오 만조니 FLAVIO MANZONI
이번 모델의 공기역학 디자인과 핵심 솔루션은?
과거와 현재의 레이싱 아키텍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SF90을 뛰어넘는 다운포스와 효율을 구현했다. 이를 위해 범퍼렛·사각 플랜 전면 설계, 측면 보조 흡기, 그리고 F1 기술을 반영한 경량 트윈 테일 리어 스포일러 등 다양한 공기역학 솔루션을 적용했다.
이번 신형 모델의 외관 디자인과 색상 선택에는 어떤 영감과 옵션이 담겨 있나?
70년대 512S와 80년대 스포츠카, 그리고 F80에서 영감을 받았다. 출시 색상은 ‘Rosso Fiammante(신규 메탈릭 레드)’와 ‘Giallo Ambra’다. 외장은 다른 레인지 모델처럼 맞춤 제작이 가능하며, 비앙코 체르비노(화이트 계열)와 로쏘 코르사(레드 계열) 두 가지 색상의 아세토 피오라노 전용 리버리도 선택할 수 있다.
새로운 HMI 및 커넥티드 서비스에 대해 알려 달라.
물리적 스타트/스톱 버튼을 부활시켜 직관성을 강화했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며, 오프라인 사용을 위한 지도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MyFerrari Connect’는 차량 상태와 위치를 추적·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프라이버시 모드를 통해 GPS 비활성화 및 데이터 전송 중단이 가능하다. 서비스는 기본 36개월 이상 유지되며, 계약 보증 기간 내내 무료 제공된다.
최고 제품 개발 책임자 잔마리아 풀겐지 GIANMARIA FULGENZI
하이브리드로만 출시한 이유는?
현시점에서 최고의 성능·무게·주행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구조가 하이브리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플러그인 방식을 유지한 것은 더 큰 배터리 용량과 전기 주행 모드를 통한 다재다능함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결합한 지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이번에 공개하는 차에 들어간 하이브리드 기술 중 ‘이것만큼은 아무도 못 따라온다’ 싶은 핵심은 무엇인가?
배터리와 전기모터, 그리고 내연기관을 완벽히 조율하는 자체 개발 전자·차량역학 통합 소프트웨어다. 고속과 저속을 막론하고 안정적이고 직관적인 제어감을 제공하며, 어떤 주행 조건에서도 최고의 성능과 안전을 보장하는 페라리만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핵심이다.
토크 벡터링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앞바퀴의 두 전기모터가 각각 독립적으로 토크를 제어해 코너링과 제동 시 주행안정성을 높였다. 브레이크 상황에서는 ‘Ferrari Dynamic Enhancer 2.0’이 예측적으로 제동력을 분배한다.
글 송준호 에디터 사진 페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