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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으로 돌아오다
모터트렌드주영삼 기자 2026.08.12

본선 레이스를 하루 앞둔 금요일. 라 사르트 서킷의 공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던 그때, 제네시스가 미디어를 불러 모았다. 하이퍼카 'GMR-001'의 르망 데뷔전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주말이라 여겼는데 트랙 밖에 감춰둔 카드가 하나 더 있었다. 스탠스 좋은 차체 위로 사나운 공력 장치를 두른 '마그마 GT3 콘셉트'다.

찬찬히 뜯어본다. 양산은 애초부터 안중에 없다. 오직 GT3 기술 규정에 맞춰 레이스 환경 하나만 파고든 독자 콘셉트다. 기존 양산차를 뜯어고친 게 아닌 백지에서 그려 올렸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각도에서 봐도 군더더기가 없다. 낮게 깔린 노즈 끝에는 대형 프런트 스플리터가 아스팔트를 긁을 듯 뻗었고, 좌우로 한껏 벌어진 타이어 위로는 부푼 펜더가 근육처럼 솟아 있다.

도어에는 크고 작은 핀들이 돋아 있다. 장식이라 넘겨짚으면 오산이다. 공기 흐름을 다스리고 양력을 짓누르는 철저히 기능 중심의 장치다. 차체 곳곳에 뚫린 흡배기 덕트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며 압력을 풀어내는 통로다. 겉으로 드러난 이 모든 에어로다이내믹 시스템의 존재 이유는 쉼 없이 달리는 무대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열을 식히기 위함이고.

후면부로 돌아서면 벤티드 구조 위로 고정식 리어 윙이 우뚝 솟았고, 그 아래 레이스 디퓨저는 마지막 공기 한 줌까지 쥐어짜낼 태세다. 냉각과 내구성 그리고 공력… GT3 레이스카에 주어지는 세 개의 난제를 이 차는 이미 다 풀어놓은 모습이랄까.

옆자리에는 익숙한 얼굴이 함께했다. 지난해 11월 폴 리카르 서킷에서 외관을 공개한 '마그마 GT 콘셉트'다.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실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도어 안쪽으로 고개를 밀어 넣는 찰나, 낮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갈라 세운 트윈 콕핏과 드라이버 중심의 레이아웃 그리고 기계식 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아날로그 계기판이 포인트다.

시선을 내리면 손끝으로 돌리고 누르는 물리 버튼과 다이얼이 곳곳에 박혀 있다. 디지털 화면은 꼭 필요한 자리에 스며들어 드라이버의 집중을 깨지 않는다. 앞다퉈 화면부터 키우고 보는 요즘 신차들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다. '역동적인 우아함'이라는 제네시스의 철학이 아날로그 감성의 실내와 외관의 조형을 관통하고 있다.

이렇게 깜짝 이벤트가 막을 내리고 행사장을 나서는 순간, 문득 GT3란 무엇인지 되짚어 보고 싶어졌다. 하이퍼카 클래스가 기술의 정점을 다투는 어나더 레벨의 세계라면, GT3는 모터스포츠의 근본 중 근본이다. 이곳 르망을 포함한 뉘르부르크링부터 스파와 데이토나까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개최되는 레이스의 주인공이면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 트랙에서 겨루는 클래스다.

제조사가 레이스카를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하는 커스터머 레이싱이 근간이기에 팬과의 거리도 가장 가깝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하이퍼카를 다루는 브랜드 대부분이 GT3 모델을 함께 굴린다. 페라리, BMW, 애스턴마틴은 자체적으로, 토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이름을 빌린다. 캐딜락은 결이 조금 다르지만 같은 지붕 아래 콜벳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제너럴모터스). 알핀과 푸조 정도가 예외랄까. 정상에 도전하는 자는 결국 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공식이 여기에 있다.

그러니 제네시스의 이러한 행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론 그들의 결정이 당연하다는 뜻은 아니다. 모터스포츠 데뷔 첫해를 맞이한 브랜드가 정점과 근본을 한 손에 쥐겠다고 선언했으니까. 어쩌면 이번 발표는 제네시스가 팬들에게 건네는 선물에 가까울지도 모를 테다. 언젠가 유명 서킷에서 마그마 컬러를 입은 GT3 레이스카를 마주하는 상상… 그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진다.

현대차그룹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자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루크 동커볼케 사장의 설명이 이 상상에 무게를 얹는다. 그의 말을 빌리면 두 콘셉트는 제네시스가 그리는 퍼포먼스의 방향성을 서로 다른 영역에서 증명하는 모델이다. 마그마 GT가 도로 위에서 럭셔리와 역동성을 맡는다면, 마그마 GT3는 같은 감각을 서킷으로 옮겨 성능과 효율 그리고 목적 하나만 남을 때까지 벼려낸 결과물이다.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그의 마지막 문장이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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