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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을 안 쓰고 사는 방법?
모터트렌드유일한 기자 2026.06.23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26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군사 공격을 감행했고,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반격했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석유를 받을 수 없는 나라들이 많아졌다. 4월 11일부터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가 너무 크고, 핵 개발 문제에 있어 심각하게 학을 떼고 있는 미국의 모습도 있다. 그러다 보니 국제 유가도 올라가고 있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석유를 얻을 수 있으니 걱정 없다’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중동 원유를 공급받기 힘들어지면서 타 지역 원유 수요가 급증해서, 최악의 경우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이 1배럴에 150달러까지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가 경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21세기 오일 쇼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도 이 상황만큼은 회피하고 싶겠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다.

뭐, 국제 정세는 대략 이렇고,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 중요한 건 정해져 있다. 다름 아닌 기름값이다. 자동차 유지 비용에는 기름값 외에도 보험료, 세금, 타이어를 포함한 부품 교체비도 포함되지만, 다른 비용들은 사람들이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데 비해 기름값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동차가 움직이려면 기름을 넣어야 하고, 자주 사용할수록 주유소에 들르는 빈도도 높아지니 말이다. 게다가 기름값은 주유소 앞에 크게 표시되어 있다.

그렇게 기름값이 높아지다 보니 자동차 이용이 크게 줄어들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조사 결과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자동차를 이용하는 생활에 익숙해져 다른 수단을 찾기 힘든 것이다. 게다가 의외로 교통 사각지대가 많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집에서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이 멀거나, 버스를 탈 수 있어도 회사, 또는 학교까지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할 수 있다. 자동차라면 확실히 빠르다.

자동차 유지가 힘들어진다면

엔진 자동차에서 쉽게 벗어날 수는 없지만, 엔진 자동차 유지 자체가 힘든 시기가 다가올 것 같다. 기름값은 둘째치고라도 엔진에 꼭 넣어야 하는 엔진오일에 문제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이 부분에서 ‘엔진오일은 어디서나 만드는 거 아니냐!’라고 물으실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전 세계적으로 봐도 엔진오일을 만드는 기업은 5~6개사밖에 없다. 렙솔이나 모튤 같은 유럽의 유명한 브랜드들이 있지 않냐고 물을 텐데, 사실 그들도 엔진오일은 안 만든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의외로 전 세계 엔진오일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만든다. 그리고 비어 있는 부분은 카타르에서 담당한다. 합성유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한국에서 만드는 기유(Base Oil)를 갖고 와서 자신들이 개발한 첨가제를 배합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카타르에서 엔진오일을 갖고 올 방법은 사라졌다. 한국 역시 석유를 받아야 기유를 만들 수 있는데, 힘겹게 적은 용량을 받아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엔진오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돈을 내고서라도 교환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지금의 중동 정세를 생각해 보면, 문제가 해결되어 다시 엔진오일을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날이 오기까지는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올해를 확실히 넘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그동안 엔진오일을 갈지 못한 차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 그냥 세워두는 게 최선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어디에나 독점, 혹은 사재기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엔진오일도 그런데, 필요한 양을 미리 확보하는 개인, 또는 기업들은 분명히 나온다. 특히 디젤 엔진을 생각해 보자. 국내에서 물류 운송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트럭이 엔진오일이 없어서 서 버려야 한다면? 대중교통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버스가 운행하지 못한다면? 관련 회사들이 엔진오일을 비축한 채 내놓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나서서 비축분을 내 달라고 해도 안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전기차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기사들을 보게 된다. 허나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전기차도 오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엔진 자동차에 비해서 교체 주기가 긴 만큼 인식하기 쉽지 않지만, 전기차 역시 오일이 필요하다. 타이어는 또 어떤가. 고무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지만, 쓸만한 타이어를 만들려면 석유에서 추출한 성분들을 섞어야 한다. 한 마디로 ‘석유 의존형’ 제품이다. 이미 이 업계에도 타격이 오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 중이다.

그리고 자동차를 만드는 것조차도 힘들어질 것이다. 자동차 범퍼, 혹은 실내를 꾸미는 데 잔뜩 들어가는 플라스틱도 석유에서 추출한 나프타 등을 사용해야 한다. 즉, 석유가 없으면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한다는 것도 꿈꿀 수 없게 된다. 이러다 보니 석유 확보가 중요하지만, 지금은 힘든 행보만이 느껴진다. 중동이 아닌 러시아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니 말이다. 결국 전 세계가 각자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에 돌입하게 된 것 같다.

진작에 전기차, 또는 수소차를 널리 보급하고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지금의 이 사태도 극복할 수 있는, 혹은 장시간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형태로 완성했을 것이다. 허나 우리는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했고, 줄이지 못했다(모든 건 돈 때문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 것도 싫지만 현실이니까). 만약 이대로 석유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대신 옛날처럼 가구용으로 다듬은 나무를 깎아서 대시보드를 만드는 수밖에.

그래서 자동차에 대해서만 살펴봤지만, 나는 사실 자동차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내 차를 굴릴 수 없는 것 정도는 참으면 된다. 지하철을 이용하고, 만약 오일 부족으로 지하철마저 멈춘다면(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뛰면 된다. 허나 개인적으로 제일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현대 농업의 필수품이 된 비료다. 특히 질소 비료와 같은 화학 비료가 걱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와서 분뇨를 대신 활용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잡설이 길었다. 여러 분야에 얽혀 있는 민감한 문제이고 지루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읽기 힘들었을 텐데, 다 읽으신 분들에게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래서 결론은 간결하게, 명확하게 내리고 싶다. 적어도 독자 여러분을 위해서만 말이다. 전기차를 사도 좋다. 허나 사기 전에 더 효과가 좋은 방법을 실현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석유를 조금이라도 덜 쓰는 것이다. 만약 전기차를 타고 있다면 꼭 필요한 이동을 할 때만 사용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된다.

에너지는 석유 따로, 전기 따로, 태양광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다. 그러니 우리는 할 수 있을 만큼 에너지, 그러니까 석유 소비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원유와 원유 유래 소재 조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니, 정확히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조달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가 아니라 실물을 갖고 와서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하길 원한다. 그 결과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플랜 B도 모자라 플랜 C까지 세워야 할 테니. ■

글 유일한 수석 에디터 사진 S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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