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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아말피가 전해주는 기품있는 여유
모터트렌드주영삼 기자 2026.08.06

포뮬러 원(F1), 르망 24시, 로쏘 코르사, 티포시. 어찌 떠오르는 단어와 그 이미지가 하나같이 죄다 격렬한 것뿐이다. 페라리 말이다. 분명 나만 그런 게 아닐 테다. 그들을 논하면서 모터스포츠와 뜨거움을 빼놓고는 얘기가 되지 않으니까. 그러고 보니, 과거 ‘Ferrari’가 적힌 네임택을 달고 거닐었던 이벤트 역시 마찬가지다. 주무대는 서킷이었으며, 파트너는 레이스카 못지않은 머신이었다. 뽀송뽀송하게 되돌아가는 것과는 정녕 거리가 멀었달까?

미디어 행사 하나 참여하는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니.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된다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트랙이 아닌 와인딩 로드에서 페라리를 경험한다는 건 결코 평범하지 않다. 여하튼 지금 시간은 아침 8시 30분, 조금 전까지 비가 내렸고 눈앞에서 아말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현시점 페라리에서 가장 우아한 모델.

밖에서 감상해도 시트에 앉아 둘러봐도 기품이 느껴지는 차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잠에서 깨우는 순간에도 이러한 인상은 변하지 않는다. 점잖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GT카라는 장르에 맞게 의젓하게 기지개를 켠다. 이렇게 말하면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녀석의 심장은 3.8ℓ 트윈 터보 V8 엔진이다.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조화를 이뤄 최고출력 640마력을 한순간에 뿜어낼 수 있고.

페라리에 앉으면 언제나 설레지.
페라리에 앉으면 언제나 설레지.

주행 질감도 고상하다.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 해안에서 영감받은 이름처럼 달리기 시작해 멈추기까지의 모든 여정이 느긋하고 여유롭다. 스티어링 피드백과 액셀러레이터의 감각, 그리고 승차감까지도 한적한 휴양지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는 듯하다. 물론 마네티노 다이얼을 스포츠나 레이스로 돌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역동적인 페라리로 돌변하겠지. 허나 웻 컨디션인 지금 그런 모험은 하고 싶지 않다.

색다른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296 GTB에 처음 적용된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이 탑재됐는데, 누군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페달 밟는 느낌이 직관적이고 선명하다. 여기에 답력의 무게감도 적절해 발목에 쓸데없는 피로감을 유발하지 않는다. ‘ABS 에보’ 덕분인지, 촉촉하게 젖어 있는 노면에서도 언제든 멈춰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고….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레드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레드가 아닐까?

짧은 여정을 마무리하고 차에서 내려 서킷 한쪽에 마련된 페라리 라운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안락한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바에서 내어준 에스프레소를 음미한다. 따스한 온기가 몸으로 스며드는 사이 시선을 돌려 공간을 찬찬히 뜯어본다. 은은하게 떨어지는 조명의 색감과 감각적인 가구 배치에 더해 고급스러운 오브제까지, 페라리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공간 전체에 촘촘하게 응축되어 있다.

머무는 이의 1분, 1초를 얼마나 럭셔리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지 디테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페라리 라운지는 아말피의 또 다른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야수와 같은 모습으로 언제든 변할 수 있으면서도 운전자가 원하면 시종일관 우아함을 잃지 않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움켜쥐고 이를 완벽하게 통제해 낼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극상의 여유. 붉은 전율과 안식을 정교하게 컨트롤해 내는 것이야말로 이 브랜드의 진정한 면모가 아닐까 싶다. ■

글 주영삼 에디터 사진 페라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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