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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현대(현대자동차 중국 법인)가 중국 시장에 아이오닉(IONIQ) 브랜드를 공식 출시했다. 첫 모델은 아이오닉 V(IONIQ V)이며, 2030년까지 총 20종의 신차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목표 또한 명확하다.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 판매를 달성하고 매년 9%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청사진이다. 50만 대에는 중국 내수와 수출 물량이 모두 포함된다. 호세 무뇨스(Jose Munoz)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출시가 단순한 브랜드 공개가 아니라 상품과 전략을 함께 펼쳐 보이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론칭의 배경에는 베이징현대가 24년에 걸쳐 중국 시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길어 올린 교훈이 깔려 있다. 무뇨스 사장은 중국 시장 부진의 원인과 EV 시장 목표 점유율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먼저 24년간 1200만 대를 판매해 온 궤적을 짚었다. 다만 상황이 너무 좋을 때 안주하고 과신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며, 중국에서 겸손해지는 법을 배웠다고 술회했다. 그동안 베이징현대는 합자 파트너 북경기차(BAIC Group)는 물론 딜러와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경쟁사 동향도 꾸준히 살펴왔다. 변화의 속도가 유난히 빠른 중국 시장에서 과거에는 의사결정이 더뎠지만, 이번에는 적시에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만큼의 노하우를 갖췄다는 평가다. 중국 제조사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고, 견고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베이징현대 역시 강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수소에너지와 피지컬 AI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것 역시 과거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결과라는 부연도 따랐다.
전동화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와 중국 전략 개편의 배경에 대해서는, 중국이 가장 중요한 EV 시장이며 현재 현대차가 EV 성적을 가장 잘 내는 회사라는 자평으로 답했다. 가격과 상품, 기능, 디자인, 서비스로 중국 제조사와 대등하게 겨루고 있지만, 여기에 현지화라는 한 겹을 더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EV 시장일 뿐 아니라 첨단기술의 최전선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그 흐름을 현대차 상품 안에 녹여내야 하고, 마침 포지셔닝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적기가 왔다는 진단이다. 2030년 50만 대 목표를 달성하면 다른 권역의 리스크를 미리 분산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앞서 신차 발표회에서 2배가 아닌 3배 성장을 공언했던 만큼, 도전적인 성장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전략 전환의 또 다른 축에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이 있다. 무뇨스 사장은 EV 판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시장 수요 역시 22%가량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맞선 베이징현대의 해법이 바로 현지화다. ‘In China, For China, To Global’의 출발점은 결국 현실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최고의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넘어 안전과 품질, 합리적인 가격까지 두루 갖추는 것이 진정한 상품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현지 파트너와 손잡는 이유 역시 근원 경쟁력 확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 기능과 기술을 단순히 수입하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도전을 받아들이고 이를 발판 삼아 도약하는 것이 창업회장의 철학이기도 하다는 말이 뒤따랐다.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는 우저우타오 동사장이 부연 설명을 더했다. 중국 정부는 NEV(신에너지 차)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취득세 10% 면제 혜택을 제공해 왔으나, 지난해 말부터 면제 폭이 10%에서 5%로 축소됐다. 그 여파로 올해 1~2월에는 NEV 비중이 50% 아래로 내려앉았지만, 3~4월에는 55% 수준으로 다시 올라섰다. 보조금 정책이 NEV 시장 전체의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흐름이다. 시장 트렌드 변화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중국 소비자가 전기차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전동화는 이미 기본값이 됐고, 그 위에 얹히는 지능화가 진짜 승부처다. 특히 젊은 층은 스마트 캐빈과 스마트 드라이빙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베이징현대가 아이오닉 V를 들고나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며, 향후 자율주행 레벨 3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향후 중국 라인업은 ‘행성 컨셉트’ 아래 펼쳐진다. 글로벌 전략과도 결을 같이하며, 비너스(Venus)와 어스(Earth)는 중국 특화 모델로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우 동사장은 20종 신차 계획에 대해서도 한 발 더 들어가 설명했다. 플랫폼은 콤팩트와 중대형 두 갈래, 파워트레인은 EV와 EREV 두 갈래로 각각 3개 차종씩 준비 중이다. 2년 안에 D세그먼트 SUV와 MPV를 포함한 6개 모델이 모습을 드러내고, 2030년에는 에너지 전략 등을 고려해 라인업이 한층 두꺼워질 전망이다.
아이오닉 V의 디자인 결정 배경은 현대 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 담당 이상엽 부사장이 풀어냈다. 전기차 경쟁이 가장 치열하고 SDV가 가장 앞서 있는 중국에서, 현대차와 아이오닉 라인업이 고객에게 어떻게 가닿을 것인가? 초기 단계부터 고민이 깊었던 프로젝트라는 술회다. 디자이너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었다. 시장의 흐름을 안전하게 따라가는 길과, 시장에 없는 혁신적인 프로파일과 사용성을 추구하는 길이다. 후자는 그만큼 위험을 안고 가야 했지만, 중국 디자인팀은 이번에 그 도전을 과감히 끌어안았다. 그 결단은 외관에 머무르지 않는다. 내연기관에서는 결코 빚어낼 수 없는 실루엣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진가가 드러나며, 스포티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뒷자리 공간감을 확보해 낸 균형이 그 증거라는 자평이다.
자율주행 성능과 모멘타라는 파트너 선택의 배경에 대해서는 중국 CTO 허재호 전무가 답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 차종에 대해 자율주행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톱티어 설루션 업체들과 함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오닉 V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높은 기술력과 풍부한 실도로 데이터를 보유한 모멘타와 본격적인 협업을 시작했다. IVI(In Vehicle Infotainment) 영역에서 자율주행 레벨 2+ 기능을 확보했고, 향후 중국 아이오닉 라인업에서는 협업의 범위를 자율주행 레벨 2++까지 넓힐 계획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아이오닉 V에는 고속도로 자율주행 레벨 2+와 메모리 파킹 등이 이미 구현돼 있다.
AIDV(AI Defined Vehicle) 전략 또한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다. 허 전무는 아이오닉 V가 스마트 캐빈과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생태계와 맞물리도록 개발됐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바이트댄스 자회사 더우바오의 LLM을 기반으로 음성인식과 스마트 추천, 개인화 서비스가 작동한다. 바이두와 가오더(高德) 지도를 모두 지원하며, 위챗을 비롯한 서드파티 앱과도 매끄럽게 연동된다. 돌비 사운드 앱을 통한 음향, 펜 모드와 노래방 기능처럼 중국 젊은 고객이 선호하는 스마트 요소도 빠뜨리지 않았다. 27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에는 고성능 칩이 자리하고, 크리스털 무드 같은 감성 요소와 한층 직관적으로 다듬어진 터치 인터페이스가 더해졌다.
아이오닉 V가 중국을 넘어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답도 명확했다. 무뇨스 사장은 ‘In China, For China, To Global’의 정신에 맞춰 다른 시장 도입 역시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에서 일렉시오가 좋은 반응을 얻은 사례가 그 근거다. 중국 출시의 성공 여부에 따라 아태, 호주, 동남아 순으로 진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중동과 중남미 역시 시야 안에 있다. 여기에 그는 고객에게 특정 기술을 강요하기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건네고 싶다는 철학을 덧붙였다. 북미에서 하이브리드 판매가 61% 증가하며 관세와 IRA 폐지, 중동전쟁 같은 변수에도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결국 고객 손에 선택권이 쥐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격 포지셔닝에 대해서도 자신감은 흔들리지 않았다. 판매량 3위, 수익률 2위라는 글로벌 성적을 거둔 제조사로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중국 시장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10년 전 톱티어로 군림하던 브랜드가 지금은 자취를 감춘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때는 존재하지도 않던 신생 브랜드가 정상에 올라선 사례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베이징현대는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결국 2030년 50만 대라는 목표는 무리한 숫자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도달 가능한 지점이며, 중국 시장은 그 자체로 글로벌 차원의 리스크를 분산할 기회이기도 하다는 전망으로 갈무리됐다. ■
글 안진욱 편집장 사진 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