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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팔육을 운전했는가
모터트렌드주영삼 기자 2026.08.22

칠백육십구 킬로미터. 토요타 GR86을 타고 이틀 동안 달린 거리다. 흔치 않은 일이다. 보통 시승차 빌리면, 이백 킬로미터 정도 타기 때문이다. 얼마 전 부산에 다녀왔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부산모빌리티쇼를 위해서였고, 파트너는 <모터트렌드> 편집장이었다. 취재를 빙자해 둘이서 여름휴가를 떠나려고 했달까. 문제는 무엇을 타고 내려가느냐였다. 가장 손쉽고 편한 방법은 KTX에 몸을 싣는 것이지만, 우리는 남다르다. 아니, 언제나 유별난 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외면할 법한 낯선 방법을 선택하니까.

“영삼아, 토요타에 전화해서 GR86 빌려라.” 아주 잠깐 상상하는 것만으로 아찔했다. 빈자리 없는 주차장 같은 서울 한복판에서 1단에서 2단으로 다시 3단에 넣자마자 중립으로, 그런 오른손의 리듬에 맞춰 쉼 없이 움직이는 왼발까지… 갑자기 멀쩡했던 도가니가 아려오고 등이 뻐근했다. 아마 그 지옥문을 빠져나가 뻥 뚫린 고속도로가 펼쳐지면, 편집장이 등판하겠지? 부산 시내에 들어서면, 운전석에 앉아있는 건 또다시 나일 테고. 재미는 그가, 고통은 내 몫일 게 분명했다. 그런데 웬걸? 예상은 대한민국이 월드컵 32강에 무난히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처럼 완전히 빗나갔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 확인한 9시간 35분이라는 주행 시간 중 내 지분은 많이 쳐줘 봐야 3시간 남짓이었다. 모처럼 차 타면서 신난 그가 반전 드라마를 썼달까.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우리 편집장이 왜 그리 즐겁게 운전을 했는지 말이다. 뭐니 뭐니 해도 수동변속기 모델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텐션감 적절한 클러치 페달을 밟으며, 절도 있게 기어 레버를 밀어 넣는 행위 예술. 그것만으로도 그의 가슴은 충분히 쿵쾅거렸을 것이다.

다음 포인트는 요즘 보기 드문 경량 스포츠카라는 사실. 공차중량이 1,200kg 후반대에 불과하다. 조금 과장해서 국산 경차보다 살짝 더 무겁다. 이 경쾌함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몸이 깃털처럼 가뿐하게 느껴지는 날. GR86이 주는 감각이 딱 그렇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피로감 하나 없이 산뜻한 느낌이 밀려온다. 경량급만의 특권이랄까. 다시 말해서 강한 힘을 내세워 애써 가벼운 척하려는 중량급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기분 좋은 움직임이다.

탁 트인 도로보다 굽이진 산길을 배경으로 삼을 때 더 즐거운 이유겠다. 참고로 동선상 와인딩을 탈 수 없던 편집장은 고속도로 진출입 램프 구간에 모든 걸 쏟아냈다. 물론 가벼움이 좌우로 휘몰아치는 코너를 기다리게 만드는 전부는 아니다. 무게중심을 한껏 낮춰주는 박서 엔진과 2.6m가 채 되지 않는 짧은 휠베이스도 확실한 무기이니까. 특히 후자의 경우, 펀카라고 불리는 모델 중에서 GR86보다 축간거리가 짧은 건 미니 JCW가 유일하다(제조사 공식 수입 기준).

마지막은 쥐어짜면서 달리는 것에서 오는 쾌감이다. 스펙 시트에 적힌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25.5kg·m이라는 무의미한 숫자는 잊어도 좋다. 앞서 언급한 2.4L 수평대향 자연흡기 4기통 엔진의 최대 회전수가 무려 7,500rpm이다.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도 시트에 몸이 파묻히는 펀치력은 없지만, 절정으로 치닫는 그 과정만큼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여기에 진짜 하나 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리어를 미끄러뜨릴 수 있는 후륜구동 모델이라는 점도 편집장 취향이고. 이러니 휴게소에서 우동을 먹은 뒤에도 운전석에 오르지.

 

 

Toyota GR86

시작 가격   4297만원

엔진        2.4ℓ 가솔린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25.5kg·m

변속기      6단 수동

구동방식    후륜구동

서스펜션(앞, 뒤)  맥퍼슨 스트럿, 더블위시본

공차중량         1275 ~1285kg

휠베이스         2575mm

길이×너비×높이   4265×1775×1310mm

 

글 | 주영삼 에디터      사진 |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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