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확장되는 '레스토모드(Restomod)'의 세계가 훨씬 더 흥미진진해졌다. 레스토모드라는 단어는 '복원(Restoration)'과 '수정(Modification)'의 합성어로,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 올드카를 가져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부분만 고치는 것을 넘어 차가 가진 개념 자체를 개선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본래의 감성은 고스란히 유지하되, 나쁜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현실적인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바닥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시이자 절대 강자는 단연 싱어 비클 디자인(Singer Vehicle Design)이다. 싱어는 포르쉐 964(1989~1993년 생산된 911)를 가져와 차체를 보강하고, 외부 패널을 오리지널 초기형 911 스타일로 교체하며, 더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고 서스펜션을 완전히 뜯어고친 뒤 침이 고일 정도로 호화로운 실내를 만든다.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약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청구하는데도, 기본 모델을 받기 위해 몇 년씩 줄을 서야 한다. 실제로 수많은 커스텀 튜너들이 싱어의 이 놀라운 성공을 따라 하기 위해 뛰어들었고, 그 결과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911 레스토모드 피로증'이 생길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가 신생 기업인 '에볼루토(Evoluto)'와 이들이 막 선보인 첫 번째 작품, '355 바이 에볼루토'에 두 배로 흥미를 느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 페라리 355여!
'블러디 레드(Bloody Red, 에볼루토 측에서 나에게 커스텀 컬러의 이름을 지을 기회를 주었다)' 색상의 이 최종 프로토타입과 향후 생산될 55대의 한정판 모델들은 당연히 오리지널 페라리 F355를 베이스로 한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생산되었고 피닌파리나의 마우리치오 코르비가 디자인한 F355는, (페라리 기준에서는 다소 아쉬웠던) 미드십 스포츠카 348에서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거친 모델이었다.
요즘 F355는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외형, 자연흡기 V8 엔진, 그리고 철컥거리는 게이트식 수동 변속기 덕분에 '아날로그의 정점'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덕분에 중고차 가격도 폭등하여 상태가 좋은 매물은 15만 달러(약 2억 원) 선을 돌파하고 있다. 이 가격표를 잘 기억해 두기 바란다.
마침 운이 좋게도, 우리가 주유소에서 '355 바이 에볼루토'에 기름을 넣고 있을 때 친구가 그의 1996년식 F355 GTS를 몰고 나타났다. 덕분에 오리지널 페라리와 에볼루토의 차를 곧바로 번갈아 가며 타볼 수 있었다. 오리지널 페라리 F355는 정말 사랑스럽지만, 30년 전 슈퍼카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타임캡슐 같다. 그리고 에볼루토는 오리지널의 위대한 점은 남겨두고, 아쉬운 부분들을 완벽하게 보완하겠다고 약속한다.
싱어의 기술, 페라리의 태도
첫 번째 작업은 에볼루토가 기존 F355를 뼈대만 남기고 완전히 분해하는 것이다. 영국의 에볼루토 사에 따르면, 베어 메탈 섀시 상태에서 구조적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탄소섬유 보강재를 추가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섀시 강성이 오리지널 대비 23%나 향상되었다고 언급한다(싱어가 911 섀시에 하는 작업과 일치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암자드 알리(Amjad Ali)다. 2018년 군터 웍스(Gunther Werks)의 첫 번째 911 프로토타입을 시승할 때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알리는 포르쉐 993 레이스카(Cup 및 RSR)가 앞뒤 트랙 폭이 거의 같은 스퀘어 셋업에 가깝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것이 993의 핸들링 잠재력을 깨우는 열쇠라고 보았다. 눈치챘는가? '355 바이 에볼루토' 역시 앞 트랙이 순정보다 7.6cm, 뒤 트랙이 6.3cm 더 넓어졌다.
팀과 알리의 작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스티어링 랙을 교체하여 록-투-록을 기존 3.25회전에서 단 2.0회전으로 줄였다. 서스펜션 역시 완전히 바뀌었는데, 영국 R53 엔지니어링의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355의 특성에 맞게 조율했다. 너클, 안티롤 바 마운트 포인트, 외장 리저버 탱크가 달린 3방향 조절식 댐퍼, 스프링, 휠 베어링도 모두 새 부품이다. 이 서스펜션은 에볼루토와 그 모회사인 DRVN이 공동 개발했다.
새로운 휠 베어링 안쪽에는 무시무시한 브렘보 브레이크가 자리 잡고 있다. 앞바퀴에는 6피스톤 캘리퍼와 15인치 로터가, 뒷바퀴에는 4피스톤 캘리퍼와 14인치 로터가 들어간다. 휠 사이즈는 전륜 19x8.5, 후륜 19x11로 순정보다 1인치 키웠으며, 단조 알루미늄 합금 또는 마그네슘 소재로 제작된다. 타이어는 완벽한 선택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다.
이안 칼럼이 입혀준 새로운 피부
이 차의 새로운 보디 패널은 대부분 카본 파이버로 제작되었으며(지붕은 여전히 강철이다), 디자인은 모터트렌드의 오랜 친구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이안 칼럼(Ian Callum)이 맡았다. 왜 오리지널 F355와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가장 큰 이유는 트랙이 늘어나 휠이 순정 차체 밖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엔진 냉각을 위해 측면 흡기구로 더 많은 공기를 불어 넣을 필요도 있었다.
피닌파리나의 오리지널 실루엣과 나란히 놓고 보면 오리지널 디자인의 순수함이 더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비교에서 벗어나 단독으로 바라보면, 이안 칼럼이 리워크한 차체는 로터스 에스프리나 2세대 토요타 MR2(SW20)의 실루엣이 스치듯 지나가, 무척 매혹적이다. 시각적으로 휠이 1인치 정도 커 보이지만, 골드 대신 다른 색을 선택하면 좀 더 작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실내는 순정 대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두툼하게 깎아낸 알루미늄 제어 버튼들은 보기만 해도 만족스럽고, 스케이트보드 바퀴를 연상시키는 카본 파이버 변속 노브에는 자꾸만 손이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알루미늄 게이트식 수동 변속기는 운전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정감 가고 황홀한 아날로그 손맛을 선사한다.
복잡해진 마력 계산법
이제 엔진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인데,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니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 바란다. 오리지널 페라리 F355와 이 차를 곧바로 번갈아 타보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오리지널 모델과 마찬가지로 엔진은 여전히 3.5ℓ 5밸브 자연흡기 V8 구조를 유지한다. 에볼루토는 이 엔진이 8000rpm에서 420마력과 37.7kg·m의 토크를 내며, 순정보다 100마력이 향상되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원래 페라리가 밝힌 F355의 순정 출력이 380마력이라는 점이다. 420에서 380을 빼면 100이 나올 리 없다.
하지만 에볼루토 측은 수많은 F355 엔진을 다이나모에 올려본 결과, 실제 순정 휠 마력은 약 320마력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두 엔진을 직접 느껴본 결과,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만약 더 강력한 파워를 원한다면 에볼루토가 제공하는 481마력, 40.8kg·m 사양의 3.7ℓ V8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또한 에볼루토는 이 차의 무게가 약 1247kg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휘발유를 가득 채우더라도 1300kg 초반대이니, 요즘 기준으로 보면 엄청나게 가벼운 수준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에볼루토는 총 55대를 제작할 예정이며, 가격은 약 80만 달러(약 10억 4000만 원)에 달한다. 물론 베이스가 될 F355 구매 가격은 별도다.
이 차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하여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운전 경험을 선사하는 자동차가 탄생했다. 최근 출시되는 슈퍼카들이 무지막지한 출력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에 집착하는 것과 달리(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고개 돌리지 마!), 이 녀석은 운전자의 오감, 그중에서도 특히 '사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어를 1단에 넣고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엔진은 부드러우면서 감미로운 멜로디를 연주하며 8500rpm 레드존을 향해 여유롭게 회전수를 높인다. 레드존에 도달하는 순간 왼발로 클러치를 밟고 긴 시프트 레버를 부드럽게 당기면 철컥 소리를 내며 알루미늄 게이트를 지나 다음 단수로 완벽하게 맞물린다. 그러고는 엔진이 다시 레드존을 향해 노래하는 과정을 짜릿하게 즐기면 된다. 클러치를 밟고 기어봉을 위로, 그리고 왼쪽으로 밀어 넣으며 3단이 주는 사운드를 만끽한다. 새 스테인리스 스틸 배기 시스템(대형 3.7ℓ 엔진에는 티타늄이 적용된다)의 음색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방금 전까지 포드 머스탱 GTD와 일주일을 보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차의 배기음은 지금까지 들어본 가장 섹시한 소리 중 하나였다. 3단 기어의 끝에 도달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4단에서 이 황홀한 짓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 차의 오너라면 한 달에 하루는 무조건 차가 한 대도 없는 탁 트인 직선 도로를 찾아가 모든 기어를 끝까지 변속하며 달릴 것이다. 요즘 사운드 테라피가 유행이라는데, 이게 바로 최고의 치료법 아닌가?
넓어진 트랙, 새 서스펜션, 더 민첩한 스티어링, 그리고 더 넓고 접지력이 좋은 대구경 타이어는 퍼포먼스 향상에 큰 기여를 한다. 오리지널 페라리 F355와 비교했을 때 에볼루토 버전은 승차감이 더 뛰어나고, 노면을 두 배는 더 잘 움켜쥐며, 피드백이 네 배는 더 풍부한 스티어링 덕분에 세 배는 더 정교하게 조종할 수 있다. 그리고 배기음은 감히 10배 이상 더 훌륭하다고 단언한다.
머플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홀한 사운드는 실내외를 불문하고 완벽하게 고막을 울린다. 가죽과 알루미늄으로 마감된 아름다운 플랫 바텀 스티어링 휠 뒤에 앉아 있으면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하다. 오리지널 F355와의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게 벌어지는 바람에, 머릿속은 어느새 이 차를 페라리가 아닌 조금 더 최근의 명차, 즉 1세대 아우디 R8과 비교하고 있었다. 게이트식 수동 변속기, 미드십에 위치한 자연흡기 V8 엔진의 유사한 출력(420마력) 등 실제로 두 차는 닮은 구석이 많다. 하지만 에볼루토의 강력한 무기는 아우디 R8을 압도하는 독보적인 스티어링 감각이다. 오리지널 R8도 훌륭한 차였지만 스티어링 감각은 다소 둔한 편이었으니까. 다시 말해, 영국의 이름 없는 신생 스타트업이 만든 최종 프로토타입 모델이 폭스바겐 그룹의 아이콘(R8)은 물론, 페라리의 진정한 타임리스 클래식 모델까지 단숨에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과연 어떤 레스토모드가 80만 달러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이 정도로 값비싼 자동차들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할 만큼 부자가 아니다. 그렇기에 독자분들에게 "이 즐거운 레스토모드에 엄청난 거금을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절대로 그런 돈을 써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쉽다.
에볼루토에게 있어서 진짜 중요한 질문은 '지구상에 이 멋진 자동차의 가치를 알아보고 80만 달러를 지불할 55명의 자산가가 존재하느냐' 하는 점이다. 브랜드가 약속하고 홍보하는 '아날로그 퍼포먼스의 정점'을 갈망하는 55명의 사람들 말이다. 나는 알 수 없다. 누군가가 내일 당장 이보다 더 높은 정점을 가진 차를 만들어 팔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를 만든 개발 팀은 자신들이 완성해 낸 결과물에 충분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고객들은 결국 찾아올 것이며, 그 선택에 큰 만족을 느낄 것이라 믿는다. 캘리포니아 가든 그로브에 있는 군터 웍스 워크숍에서 설립자 피터 남(Peter Nam)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당시 완벽하게 완성된 군터 웍스의 911 쿠페를 시승한 후 깊은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피터, 이 차를 딱 25대만 만들 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이 만들었어야 했어요."라고 말하자, 그는 "저도 압니다."라고 답했다. '355 바이 에볼루토' 역시 훌륭하고, 위대하며, 너무나 경이로운 차이기에, 앞으로 몇 년 뒤 에볼루토 사가 과거를 돌아볼 때 정확히 똑같은 아쉬움과 자부심 섞인 미소를 짓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Specifications
355 by Evoluto
기본 가격 79만 5000 달러 (약 10억 4000만 원 / 베이스 차 가격 별도)
레이아웃 미드십, 뒷바퀴 굴림, 2인승, 2도어 쿠페
최고출력 420 마력
최대토크 37.7 kg·m
변속기 6단 수동
공차중량 1315 kg
휠베이스 2428 mm
길이x너비x높이 4280x1930x1168 mm
판매 여부 판매 중
글 | Jonny Lieberman 사진 | Brandon Lim
옮긴이 | 유일한 수석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