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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이오닉 V, 중국 시장에 깃발을 꽃다
모터트렌드안진욱 기자 2026.07.20

모터쇼가 예전만큼의 관심을 이끌지 못하지만, 여전히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오토차이나다. 지난 4월 24일 오토차이나 2026이 베이징에 있는 중국국제전시센터 순이관(Chin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 Shunyi Hall)에서 열렸다. 이날 현대자동차 부스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많은 중국 제조사들 사이에서 현대자동차에 이목이 집중됐다. 단 한 대의 자동차를 보기 위해 모인 현지 미디어와 글로벌 취재진이 몇 겹의 인파를 만들어냈고, 그 중심에 선 모델이 바로 아이오닉 V(IONIQ V)였다. 아이오닉 5의 픽셀도, 아이오닉 6의 스트림라이너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톤 앤 매너가 적용된 세 번째 아이오닉이다. 부스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이 자동차가 그동안의 아이오닉 라인업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먼저 컨셉트카 비너스와 아이오닉 V 간의 싱크로율은 거의 99%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후드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단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싱글 커브 실루엣(Single-Curve Silhouette)’이다. 현대차가 새로 도입한 디자인 언어 ‘디 오리진(The Origin)’이 처음 적용된 자동차로,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챌 만큼 인상적인 측면 라인을 그려낸다. 낮고 넓게 깔린 전면부는 노즈를 길게 빼고 보닛 라인을 부드럽게 흘러내리도록 설계해, 정통 세단의 우아함과 패스트백 쿠페의 스포티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또한 에지를 강조한 디자인이라 미래지향적이면서 고성능 차의 이미지까지 챙겼다. 크기는 길이 4900mm, 너비 1890mm, 높이 1470mm, 휠베이스 2900mm다.

헤드램프는 칼날처럼 얇고 날카로운 ‘디멘셔널 라이트 블레이드’를 채택했다. 단순히 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광원 레이어를 겹쳐 점등 시 깊이감 있는 빛의 표정을 만들어낸다. 테일램프는 별이 흐른 자국 같은 ‘디멘셔널 스타 트랙’으로 마무리됐다. 좌우 램프를 가로지르는 가로형 그래픽이 너비를 한층 넓어 보이게 하며, 점등 시 픽셀 단위로 흐르는 듯한 시퀀스가 야간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측면 글라스 하우스의 깔끔함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로, A필러에서 C필러로 이어지는 곡선이 끊기지 않도록 완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패스트백 실루엣에도 불구하고 트렁크는 전통적인 세단 방식을 택했다는 것. 트렁크 활용성과 후방 실루엣의 긴장감을 모두 잡으려는 영리한 절충이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들어서면 인테리어 분위기는 깔끔, 아니 정갈하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대시보드 우측 끝까지 길게 뻗은 27인치 4K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물리 버튼은 거의 삭제했으며 필요한 기능은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활성화하면 된다. 단순히 크기로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동승석 탑승자까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영역을 분할해 활용도를 끌어올렸다. 운전석 쪽 화면이 내비게이션을 띄우는 동안 동승석 쪽에서는 다른 콘텐츠를 재생하는 식의 분할 사용이 가능하다. 운전자 앞 계기반 자리는 비워둔 채 그 역할을 헤드업 디스플레이인 ‘호라이즌 헤드업 디스플레이(H-HUD)’에 맡겼다. 시선을 도로에서 떼지 않고도 주행 정보와 내비게이션 안내, ADAS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두뇌는 차량용 반도체 최고 사양으로 평가받는 퀄컴 스냅드래곤 8295 칩셋. 스마트폰을 다루는 듯한 즉각적인 반응 속도가 인상적이며, 멀티 윈도를 띄워도 끊김 없이 부드럽게 흐른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을 가로지르는 랩어라운드 레이아웃은 탑승자를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공간감을 제공하며 크리스털 형상의 무드 램프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는 운전자의 취향이나 주행 모드에 따라 색상과 밝기가 변하며, 야간 주행 시 실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디테일은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전동식 에어벤트인데 송풍구의 방향과 풍량을 디스플레이나 음성 명령으로 조작할 수 있다. 미니멀한 인테리어 미학을 완성하기 위한 디테일이다. 오디오 시스템은 8개의 스피커가 장착되며, 돌비 애트모스를 결합해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했다. 실내 공간 사이즈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3m에 육박하는 긴 휠베이스를 살려 1열과 2열 모두 넉넉한 레그룸을 확보했고, 패스트백 실루엣임에도 2열 헤드룸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답답하지 않은 수준을 확보했다.

전기차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터리.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 CATL과 협력해 개발한 셀을 탑재했으며, CLTC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 600km 이상을 확보했다. 중국 D세그먼트 전기 세단 시장에서 제법 든든한 주행거리 수준이다. 플랫폼은 합자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BAIC)와 공동 개발했으며, 생산은 아이오닉 라인업 가운데 최초로 중국 공장에서 이뤄진다. 자율주행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 역시 중국 현지 브랜드와 협업의 결과물이다. 중국 자율주행 분야 톱티어로 평가받는 모멘타(Momenta)와 손을 잡고 고속도로에서 차로 변경과 추월을 차량 스스로 수행하는 자율주행 레벨 2+ 기능을 적용했고, 진입한 주차장 경로를 학습해 다음번부터 자동으로 주차하는 메모리 파킹 기능까지 갖췄다. 이미지 센서에는 삼성전자 아이소셀 오토(ISOCELL Auto)가 자리해 야간이나 역광 상황에서도 또렷한 시야를 확보한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LLM 기반 스마트 AI가 음성인식과 개인화 서비스를 담당한다. 자연스러운 대화형 명령은 물론,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해 맞춤형 콘텐츠와 경로를 제안하는 식이다. 단순히 명령을 듣고 실행하는 수준을 넘어, 운전자를 이해하는 자동차에 가까워지려는 시도다.

안전 사양도 놓치지 않았다. 9 에어백과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를 기본 적용했고, 가속과 감속 패턴을 부드럽게 다듬어 멀미를 최소화하는 ‘스무스 모드’는 패밀리카로서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린다. 시승해 보지 않았지만 둘러보고 스펙 시트를 체크한 것만으로도 이 차의 상품성과 경쟁력이 높다는 게 현지 분위기였다. <모터트렌드> SNS에 올린 아이오닉 V 피드 댓글에는 한국에도 출시했으면 하는 대중들의 의견이 많았다. 자국 브랜드에 대해 냉소적인 우리나라 국민성을 고려하면 아이오닉 V의 디자인은 합격이다. 부스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돌아본 아이오닉 V의 차체는, 단일 곡선이라는 단순한 단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정성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외관의 우아한 실루엣, 실내의 미니멀한 디테일, 그리고 그 안에 채워 넣은 첨단 기술까지. 아이오닉 V는 아이오닉이라는 브랜드가 그저 숫자 하나를 더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챕터를 펼쳐냈다는 사실을 앞으로 차분하게 증명해 낼 것이다. ■

글 안진욱 편집장 사진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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