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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 포르쉐 카이엔
모터트렌드조현규 기자 2026.07.09

지난해 9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위장막을 두른 카이엔 일렉트릭의 프로토타입 모델을 처음 마주했다. 당시 테스트 트랙에서 경험한 놀라운 출력과 아찔한 속도감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직접 운전대를 잡지 못한 아쉬움과 이 엄청난 성능을 스스로 통제해 보고 싶다는 갈증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에서 그 갈증을 해소할 기회가 찾아왔다. 무대는 용인 스피드웨이. 최고출력 1156마력을 뿜어내는 괴물 같은 순수 전기 SUV를 온전히 받아내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다.

포르쉐가 카이엔 일렉트릭을 선보이며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섀시다. 역동적인 스포츠 퍼포먼스와 일상의 안락함이라는, 자칫 양립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기술의 마법을 부렸다. 이번 트랙 주행의 첫 번째 세션은 컴포트 모드로 진입해 이 섀시의 능력을 체감하는 데 집중했다.

이 차에는 포르쉐 SUV 모델 최초로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Porsche Active Ride)’가 적용되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이 시스템의 핵심인 코너링 컴포트 및 피치 컴포트 기능이 기본으로 활성화된다. 일반적으로 차는 가속 시 앞이 들리고 제동 시 앞으로 쏠리기 마련이지만, 액티브 라이드는 마치 헬리콥터가 앞으로 나아갈 때 기수를 살짝 내리듯 가속 시 차체 전면을 낮추고, 제동 시에는 뒤를 눌러 수평을 유지한다. 코너링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심력에 의해 바깥쪽으로 기우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오히려 바깥쪽 서스펜션을 들어 올려 탑승자에게 작용하는 힘을 상쇄시킨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물리 법칙을 부드럽게 거스르는 듯한 이 감각은 컴포트 모드에서 특히 극대화된다.

트랙 주행과 같은 고속 상황에서는 움직임의 목적이 달라진다. 억지로 반대 방향의 제어를 가하기보다는, 차체의 수평을 유지하면서 네 바퀴의 휠 하중을 지능적으로 분배해 최적의 구동력과 접지력을 끌어내는 데 집중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각 액티브 댐퍼가 충격 흡수와 안티롤 바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안티롤 바가 아예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오프로드 주행 시 액슬의 가동 범위가 훨씬 넓어져 험로에서도 압도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지난 라이프치히 출장 당시 고난도 오프로드 코스에서 느꼈던 적은 피로감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두 번째 세션은 극한의 가속 후 복합 코너를 빠져나와 풀 브레이킹으로 마무리하는 짐카나 코스였다. 여기서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이 품은 1156마력의 폭력성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5초. 속도계의 숫자가 세 자리로 바뀌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다. 2.6t에 달하는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섀시와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의 조화 덕분에 코너에서 차체가 허둥대는 기색 없이 운전자의 의도대로 예리하게 궤적을 그려낸다.

제동 성능 또한 가속만큼이나 인상적이다. 감속 시 포뮬러 E와 맞먹는 수준인 최대 600kW의 회생제동이 개입하여 무거운 차체를 순식간에 멈춰 세운다.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에 탑재된 전기모터는 포뮬러 E 레이스카에서 채택한 기술을 바탕으로 포르쉐가 자체 개발한 것이다. 일상적인 주행 환경이라면 전체 브레이크 작동의 약 97%를 마찰 브레이크 개입 없이 순수 전기적인 회생제동만으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영리하고 강력하다.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진정한 올라운더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말도 안되는 출력을 가지고 있지만, 매일 탈 수 있을 만큼 부담 없는 일상의 안락함과 서킷에서도 손색없는 스포츠 주행의 짜릿함,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효율성이라는 이점까지 갖추고 있어 더욱 눈길이 간다. 처음 기대했던 두 마리를 넘어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품에 안은 셈이다. 짧은 트랙 주행만으로도 이토록 짙은 여운을 남긴 이 차가 일반 도로에서는 또 어떤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줄지, 다음 시승이 벌써부터 애타게 기다려진다. ■

글 조현규 에디터 사진 포르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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