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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모인 차쟁이들, 대한민국 튜닝 아지트의 이정표를 세우다
모터트렌드유일한 기자 2026.09.01

대한민국 자동차 튜닝 시장에서 네오테크라는 이름이 가지는 신뢰감은 묵직하다. 경북 김천의 거대한 제조 시설에서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시스템을 직접 설계·양산하고,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제품의 한계를 실증하는 진짜 엔지니어링 기반의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일반 자동차 오너들에게 네오테크는 심리적으로 다소 먼 브랜드였다. 김천이라는 물리적 거리감보다도, 제품 장착을 위해 전국 각지에 흩어진 대리점이나 사설 튜닝숍의 개별 숙련도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다듬은 정교한 부품들이 오너의 자동차에 체결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오리지널 감성과 엔지니어링 의도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늘 존재했던 셈이다.

네오테크 이준명 대표가 경기도 광교에 첫 번째 수도권 직영점인 ‘더핏(THE PIT)’의 깃발을 기습적으로 꽂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론은 명확했다. 제조사와 고객 사이의 먼 거리를 좁히고, 대한민국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가장 결핍되어 있던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눈치 보지 않고 갈 곳’을 단 한 장소에서 제공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새로운 거점에 제조사 타이틀을 붙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 직원이 두 번이나 투표를 거치며 조율해 낸 ‘더핏’이라는 네이밍에는 정교한 브랜드 전략이 숨어 있다. 차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도 세련된 카페에 들르듯 부담 없이 찾아오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물론 마니아들에게 이 단어는 다르게 읽힌다. 빠르게 타이어를 교환하는 F1의 피트 스톱처럼, 네오테크의 최신 R&D 기술과 현장의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융합되는 하이테크 테크센터의 심장부를 직관적으로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을 열고 들어선 더핏의 풍경은 흔한 튜닝숍이나 정비소의 범주를 초월한다. 1층 쇼룸은 모터스포츠의 피트월을 완벽하게 오마주했다. 오너는 세련된 F&B 공간에서 버킷 시트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거대한 통유리 너머로 자신의 차의 서스펜션 감쇠력이 조율되고 브레이크 패드가 체결되는 과정을 감상할 수 있다.

카밋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동차 관련 수다를 떨고, 미니카가 도열한 MD숍을 구경하는 사이, 지하 1층 워크숍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정밀 기계와 오버홀 장비를 가동하며 신차의 서스펜션 데이터를 측정한다. 튜닝 부품 제조 브랜드가 매장과 카페, 전문 정비소와 부설 연구소를 도심 한복판에 하나의 유기체로 묶어 직접 통합 운영하는 시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보적인 사례다.

더핏의 등장이 한국 자동차 튜닝 생태계에 던지는 진짜 충격파는 공간의 수려함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비즈니스 구조에 있다. 네오테크는 단순히 부품을 많이 팔기 위해 도심 매장을 지은 것이 아니다. 이들은 기술 제조사인 ‘네오테크’, 물리적 경험의 무대인 ‘더핏’, 그리고 자동차 문화 자체를 스토리로 엮어내는 하드코어 미디어 채널인 ‘그리드 제로 스튜디오(GRID ZERO)’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리는 이른바 ‘삼각 편대’ 전략을 완성했다.

이 구조 안에서 기술(네오테크)은 뼈대가 되고, 공간(더핏)은 오너들의 해방구가 되며, 미디어(그리드 제로)는 그 안에서 피어나는 그립 주행, 드리프트, 밤샘 카밋 등 날것의 이야기들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내 세상에 퍼뜨린다. 영상 속 힙한 아지트를 본 시청자들이 주말에 자연스럽게 광교 더핏으로 차를 몰고 모여들고, 그들이 카페에 모여 나누는 이야기들이 다시 미디어의 콘텐츠가 되어 새로운 인구를 유입시키는 완벽한 자생적 선순환 구조, 즉 ‘카 컬처 플라이휠’이 구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차쟁이들의 순수한 열정만으로 브랜드가 스스로 자라나는 영리한 문화 마케팅이다.

더핏은 네오테크의 직영 거점이지만, 오너가 원한다면 전 세계에 존재하는 경쟁사의 그 어떤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파츠든 직접 주문해 장착하고 세팅값을 조율해 준다. 타사 제품을 자사 리프트 위에 올리고 뜯어보며 마찰 계수와 감쇠력 제어 특성을 정밀 연구하는 것만큼 완벽한 교과서가 없다는 엔지니어링 고집 때문이다. 현장에서 수집된 타사 제품의 데이터와 오너들의 가혹한 실전 피드백은 고스란히 김천 연구소로 송신되어 네오테크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 자양분으로 치환된다.

비록 내 차에 네오테크 서스펜션을 직접 장착해보지는 못했지만, 그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 다른 에디터의 현대 i40 왜건을 운전하며 감탄만 연신 내뱉었던 기억이 있다. 출력과는 상관없이 차체와 드라이버를 완벽한 신뢰로 묶어주던 그 손맛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더핏은 단순한 정비소가 아니라 잃어버린 야성을 깨우는 문화의 주소지다.

그동안 한국의 자동차 문화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용암처럼 뜨거웠지만, 막상 주말에 오프라인에서 당당하게 모여 서로의 보닛을 열고 카밋을 즐길 명확한 아지트가 없는 '각자의 고독한 취미'에 머물러 있었다. 광교에 둥지를 튼 더핏은 그 방황하는 차쟁이들을 위해 제조사가 직접 헌정한 거대한 거실이다.

순정 상태의 패밀리카를 타건, 혹은 아직 면허가 없는 학생이건 상관없다. 차를 좋아하는 뜨거운 피가 흐른다면 이번 주말엔 광교의 피트 월로 핸들을 꺾어보자. 참고로 나 역시 이곳에서 JDM을 즐기는 이들과의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대한민국 카 컬처의 미래가 그곳에서 조용히 스로틀을 열고 있다.

 

 

글 | 유일한 수석 에디터       사진 | 네오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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