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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남, 이번엔 젖지 않았다,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모터트렌드조현규 기자 2026.07.07

ESC 램프가 쉴 새 없이 깜빡이던 젖은 트랙. 지난 만남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시 만나리라 굳게 다짐했고, 바짝 마른 노면과 화창한 날씨를 준비했다.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와 즐기는 두 번째 데이트 장소는 경기도 어딘가의 구불구불한 와인딩 코스다.

시승차는 알레게리타 패키지가 입혀진 모델로, 탄소섬유를 차체 안팎에 아낌없이 심어 기본형 대비 다운포스를 67% 끌어올린 버전이다. 붉은 플립 커버를 젖히고 시동을 건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처음부터 다이얼을 코르사까지 밀어붙일 작정으로 콕핏에 몸을 싣는다.

이 차의 심장은 람보르기니가 테메라리오만을 위해 처음부터 새로 설계한 4.0ℓ V8 트윈 터보, L411이다. 플랫 플레인 크랭크샤프트를 채택해 최대 1만rpm까지 올린다. 크로스 플레인 방식에 비해 진동이 더 있지만, 그 덕에 관성이 줄고 회전수가 치솟는 속도가 달라진다. 엔진만이 아니라 기어박스 레이아웃도 새로 짰다.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엔진 후방에 가로로 눕히고, 센터 터널에는 배터리를 집어넣어 무게 중심을 차 한가운데로 최대한 당겼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표현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빠르다’라는 말로는 모자라고, ‘폭력적’이라는 단어가 가장 가깝다. 시속 100km까지 2.7초, 시속 200km까지 7.1초. 숫자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받아내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터보랙이 이론상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세 개의 전기모터가 그 공백을 틈도 없이 메워버리기 때문에, 체감으로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거대한 힘이 쉬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코너를 만나면 오늘 만남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난번 빗길에서는 LDVI 2.0이 나를 지켜주는 느낌이었다면, 오늘 마른 노면에서는 그 전기적 토크 벡터링의 작동 방식이 훨씬 선명하게 손끝으로 전해진다. 두 개의 전륜 모터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바깥쪽엔 힘을 더하고, 안쪽은 회생 제동으로 에너지를 거두어 차를 코너 안으로 팽이처럼 감아 돈다. 머리는 날카롭게 꽂히고, 탈출은 생각보다 이르다. 오늘은 그 경계를 충분히 탐색할 수 있다. 엉덩이가 미끄러지는 찰나마저 이 황소는 사납기보다는 리드미컬하게 느껴진다. 무섭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차가 운전자를 이기려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배기음도 비로소 제대로 들렸다. ‘사운드 오브 레볼루션’이라 이름 붙인 이 소리는 1만rpm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높고 날카롭게 변한다. 터보 엔진 특유의 먹먹하고 퍽퍽한 소리 대신, 고배기량 레플리카 바이크를 떠올리게 하는 그 소리. 빗소리에 반쯤 묻혀 들렸던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그 울음이 산길 굽이굽이에 울려 퍼졌다. 다운시프트마다 터지는 백파이어 소리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사한다.

V8 트윈 터보 엔진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조합으로 V10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비 갠 날의 와인딩이 트랙보다 훨씬 분명하게 답해줬다. 건조한 노면 위의 테메라리오는 빗속에서 잠깐 엿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훨씬 더 사나웠다. ■

글 조현규 에디터 사진 주보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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