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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DRED TRIDENT, 마세라티 MC 퓨라
모터트렌드유일한 기자 2026.05.18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마세라티의 전동화는 극과 극으로 달려가는 것 같다. 순수하게 엔진만을 품거나, 아니면 전기모터만 장착하거나. 과도기적 모델도 있긴 했지만,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더한 형태라 본격적인 하이브리드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사실 내 앞에 있어야 할 이 차는 전기차 버전인 ‘MC20 폴고레’가 되었어야 맞지만,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대신 오롯이 엔진만을 탑재한 ‘MC 퓨라’가 나타났다.

퓨라는 이탈리아어로 ‘순수함’이라는 뜻이다. 마세라티의 정수를 응축했다는 설명도 있는데, 그보다는 ‘모터 없이 엔진 자동차로 다시 한번 승부하겠다’라는 결의가 더 강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올해가 ‘코르세 100주년’이기 때문이다. 1926년에 마세라티가 그 유명한 레이스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클래스 우승을 달성했고, 이때 출전했던 ‘티포 26’의 그릴에 마세라티 역사상 최초로 삼지창 엠블럼을 달았다. 그러니까 2026년은 삼지창 100주년의 해다.

어쨌든 준비된 차는 MC 퓨라 중에서도 컨버터블인 ‘첼로’다. 하늘색에 가까운 차체 색이 인상적인데, ‘AI 아쿠아 레인보우(AI Aqua Rainbow)’라고 부른다. 빛의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색이 바뀌며, 마세라티의 커스텀 프로그램인 ‘푸오리세리에’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지붕을 닫은 상태에서도 투명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햇빛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봄기운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이라면 역시 지붕을 여는 게 더 좋다. 터치스크린을 조작해 본다.

외형이나 실내에서 바뀐 부분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인데, 일단 전면 에어 인테이크 주변의 라인이 좀 더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알칸타라를 사용해 다듬은 시트도 인상적이지만, 스티어링 휠도 상단과 하단을 깎아서 조금 더 사각형에 가깝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손이 기존 10시 10분에서 9시 15분 위치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센터 콘솔에 있는 원형 액정은 주행 모드와 서스펜션의 단단함을 결정한다.

위로 한껏 올라간 버터플라이 도어의 손잡이를 잡아당겨 닫은 후 시동을 걸어본다. 이전보다는 그 소리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여전히 운전자의 마음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일반도로가 아닌 곳이라(반경 1km 내에 민가가 없다) 모처럼 론치 컨트롤을 사용해 보고 싶었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지붕을 열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한껏 내려간 창문을 다시 올리니 그때서야 론치 컨트롤이 활성화됐다.

달려보면 확실히 엔진이 매끄럽게 돌아간다. 도심에서 엔진 회전을 억제하기 위해 높은 단수의 기어를 선택하면 약간 툴툴거리기는 하지만, 스포츠카라는 점을 고려하면 허용 범위 이내다. 뭐 매끄럽게 돌아가다 보니 이 회전을 즐기기 위해 가속 페달에서 힘을 풀지 못하는 게 단점이지만. 게다가 생각 외로 승차감도 좋다. 이 정도라면 일상적인 출퇴근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트렁크도 제대로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정도의 재력이 있어야 한다.

미드십 스포츠카답게 핸들링에서도 자연스러움이 느껴지고, 헤어핀에 가까운 코너를 돌아도 불안감은 전혀 없다. 아마 서킷에서 극한까지 몰아붙여야 그때 마세라티의 날 것 같은 느낌이 드러나지 않을까? 스포츠에 올인한 타입은 아니지만, 스포츠와 그란투리스모 그 경계에서 균형을 이룬 자동차를 찾는다면, MC 퓨라가 딱 좋을 것 같다. 뭔가 이성적인 스포츠카 같다고 할까. 레이스용 슈트가 아니라 정장을 입고도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차 말이다. ■

글 유일한 수석 에디터 사진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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