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P 중복편성 최대 98%…“묶음 거래가 유료방송 부담 키워”
||2026.07.30
||2026.07.30
동일 콘텐츠 중복률 최고 98%…명목상 3개 채널이 실질적으론 1개
SO 콘텐츠 사용료 지급률 90.2%…일부는 수신료 넘어선 116.2%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가 동일 콘텐츠를 여러 계열 채널에 중복 편성하고 묶음으로 거래하면서 유료방송사의 콘텐츠 비용 부담을 키우고 채널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이용약관 신고수리와 재허가 조건을 통해 사실상 계약 종료를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유성진 숭실대학교 교수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특별세미나 '유료방송 채널거래 시장 개선 방안 마련'에서 MPP 9개사, 43개 채널의 193개 채널 조합에 대한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중복편성 실태와 실질 채널 수를 제시했다.
분석 결과 동일 법인 내 채널 간 최고 중복률은 98%에 달했고, MPP 5곳은 최대 중복편성률이 80%를 넘었으며, 이처럼 중복률이 80% 이상인 채널을 동일 채널로 간주할 경우 한 MPP 계열의 영화 장르 채널은 명목상 3개이지만 실질적으로 1개 채널로 환산됐다.
“형식은 개별, 실제로는 일괄 계약”…SO 부담 늘고 중소PP 위축
유 교수는 “중복편성은 사업자의 전략적 선택으로 문제는 중복편성 그 자체가 아니라, 복수 채널이 협상 테이블에서 하나의 묶음으로 올라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널 계약서에는 채널별 사용료가 분리돼 개별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력 채널 1~2개가 계열 전체의 협상력을 견인하는 가운데, 계열 채널 전체 묶음 형태로만 협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채널별 개별협상과 성과에 따른 대가 산정이라는 선택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조에서 SO의 총수신료 대비 콘텐츠 사용료 지급률은 2024년 90.2%까지 상승했으며, 일부 SO의 지급률은 116.2%에 달해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신료를 모두 지급해도 콘텐츠 사용료를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끼워팔기를 금지하는 규범이 이미 존재하지만, 비주력 채널 종료 신고가 ‘합의 없는 종료’라는 이유로 반려되면서 금지규범과 절차규범이 서로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복 채널이 한정된 콘텐츠 사용료 재원을 차지하면서 그 영향이 중소PP에도 전가되고 있다”며 “중소PP 116개사의 매출점유율이 최근 5년간 평균 9.9%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신규 진입과 시청자의 실질 선택지가 함께 줄어드는 ‘질적 다양성의 후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끼워팔기 금지규범’ 제대로 작동하려면 집행·절차 보완해야
유 교수는 끼워팔기를 금지하기 위해 새로운 규범을 도입하기보다, 이미 마련된 금지규범과 제재 수단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집행과 절차를 보완하는 3단계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방송법 제85조의2에 끼워팔기 등 금지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와 매출액 2% 이내 과징금 등 제재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지만, 등록·신고 사업자인 PP는 허가·재허가 대상인 유료방송사와 달리 재허가를 통한 집행 수단이 없어 끼워팔기 규제가 실효적으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정부가 상시 점검과 조사에 나서는 등 기존 규제를 능동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단계는 MPP가 채널별 개별계약을 거부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를 채널 종료의 별도 사유로 인정하도록 기존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2단계로는 가이드라인 상 끼워팔기 금지 조항의 해석·적용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계약서 상 채널이 분리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협상 과정에서 채널별 개별계약이 가능한지와 채널별 대가가 시청점유율 등 성과지표에 대응하는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는 중복편성에 대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정보 기반을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규제기관이 중복편성률과 실질 채널 수를 정기적으로 공표하고, PP 평가 기준, 콘텐츠 대가 산정의 주요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등록·신고 사업자인 PP와 허가 사업자인 유료방송사 간 규제 지위 차이에서 발생하는 강제력의 비대칭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가이드라인 개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계약 종료 인정…정부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사전규제
이날 두 번째 발제 '유료방송 채널거래의 법적 쟁점과 규제 개선방안' 발표를 맡은 법무법인(유) 율촌 한승혁 변호사는 ‘프로그램 공급계약’은 사적 자치 원칙이 적용되는 사적 계약이고, 법원에서 여러 차례 “기간 만료 시 종료가 원칙”이라고 판단했음에도 정부가 법적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 등을 근거로 상반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관행을 지적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 성격의 채널계약 가이드라인이 이용약관 신고수리와 재허가 조건을 통해 사실상 사전규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한 SO의 가입자·매출 기반은 축소된 반면 일부 대형 PP의 협상력은 강화되는 등 시장 구조가 변화한 만큼 일률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법적 근거와 사업자 간 실질적 협상력을 기준으로 채널거래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먼저 이용약관 변경신고는 방송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면 규제기관이 재량으로 반려할 수 없는 ‘기속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적 위임 근거가 없는 채널계약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별도의 수리 요건으로 적용하지 말고, 가이드라인 미준수를 이유로 신고를 반려해 온 실무 관행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채널거래 규제 법적 근거 명확히 하고 분쟁조정 참여 유도
두 번째로 방송법상 재허가 심사기준과 무관한 ‘채널거래공급 조건’을 재허가 부관으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당결부금지원칙·비례원칙에 위반해 채널계약 가이드라인 준수 의무를 재허가 부관 조건에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관행을 지양하고, 부관 부과의 필요성과 범위를 엄격히 검토해 필요한 규율은 명문 근거가 있는 금지행위 규정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사업자 간 채널거래 분쟁을 정식 방송분쟁조정 절차로 일원화하고, 조정 참여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제도는 분쟁조정 신청과 참여가 분쟁 당사자의 선택 사항이어서 한 쪽이 응하지 않으면 절차가 작동하기 어려운 만큼, 정당한 사유 없이 조정에 응하지 않는 경우 금지행위 조사 개시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양측이 실제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현행 채널계약 가이드라인이 SO가 PP보다 우월한 거래상 지위에 있다는 전제로 설계됐지만, 일부 대형 PP의 협상력이 강화되는 등 시장 구조가 달라진 만큼 적용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PP의 매출 규모와 콘텐츠 대체 가능성, 협상력 등을 따져 PP가 SO와 대등하거나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가이드라인 적용을 배제하고, 실질적인 보호가 필요한 중소PP와의 거래에는 현행 규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법적 근거가 불충분한 규제는 정비해 사적자치와 시장원리를 회복하고, 부당한 거래 관행은 분쟁조정과 금지행위 규제로 통제함으로써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채널 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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