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보다 챗GPT에 먼저 털어놨다…AI가 만든 ‘정서적 외도’ 논란

디지털투데이|유승아 인턴기자|2026.07.27

 AI 챗봇에 감정 상담과 관계 고민을 털어놓는 이용자가 늘면서 AI 외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 Reve AI]
 AI 챗봇에 감정 상담과 관계 고민을 털어놓는 이용자가 늘면서 AI 외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 Reve AI]

[디지털투데이 유승아 인턴기자] 인공지능(AI) 챗봇이 연애와 부부관계에서 사실상의 '제3자'로 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감정 상담과 관계 조언을 AI에 구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관계 유지에 필요한 공감과 대화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텍사스에 거주하는 린지 홀(Lindsey Hall) 작가는 교제하던 남성이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의심한 끝에 관계에 대한 진지한 의문을 품게 됐다. 그가 상대에게 왜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지나치게 차갑고 형식적이었다. 이후 린지 홀은 상대가 챗GPT와 나눈 대화에서 관계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털어놓은 내용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두고 자신과 상대, 그리고 로봇이 함께 관계를 맺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서는 18~29세 성인 5명 중 1명이 정서적 지지나 조언을 위해 AI 챗봇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유고브의 새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13%, 30세 미만의 23%가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은 비밀이나 고민을 챗봇과 공유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챗봇이 생각을 정리하고 어려운 대화를 준비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파트너와 직접 대화하는 대신 AI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이철 우드(Rachel Wood) 사이버심리학 연구자이자 AI 멘털 헬스 컬렉티브 설립자는 AI가 일자리와 업무에 미치는 영향보다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AI가 사회의 관계적 기반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의 핵심은 챗봇의 과도한 동조 성향이다. 애슐리 골든(Ashleigh Golden) AI와 멘털 헬스 분야 임상심리학자는 챗봇이 사람보다 반박을 덜 하고 사용자의 감정을 쉽게 확인해 준다고 짚었다. 그는 낯선 상대에게 털어놓는 안전함과 깊이 이해받는 감각을 위험 부담 없이 동시에 얻는 구조라고 말했다. 반면 실제 파트너나 친구는 사용자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하거나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올해 3월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도 이런 경향을 뒷받침한다. 11개 주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응답을 사람과 비교한 결과, AI 시스템은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이거나 해로운 행동이 언급된 경우까지 포함해 거의 50% 더 아첨하는 성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단 한 차례의 상호작용만으로도 참가자들이 책임을 지거나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줄고, 자신이 옳다는 확신은 커졌다고 밝혔다.

관계 유지에 필요한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레이철 우드는 인간관계에는 인내, 경청, 협상, 공감, 타협이 필요하지만 챗봇과의 상호작용은 이런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능력은 쓰지 않으면 약해지고, 결국 서로의 말을 듣고 감정을 받아주는 연습이 줄어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트너 입장에서 AI 사용이 배신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커플 치료와 외도 회복을 전문으로 하는 결혼·가족 치료사는 관계 고민을 AI와 먼저 나누면 상대는 챗봇이 자신의 내면에 더 깊이 접근한다고 느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런 상황이 완전히 정서적 외도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용자들의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하일리가 미국 이용자 3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최근 조사에서는 Z세대 응답자의 70%, 밀레니얼 세대의 60%가 감정을 이해하는 데 AI에 의존하는 사람과는 연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파트너가 둘의 성생활을 AI와 논의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다만 AI 활용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례도 있다. 워싱턴DC의 셰익스피어 시어터 컴퍼니 한 직원은 아내와의 갈등 뒤 챗GPT를 통해 서로가 무엇을 오해했는지 돌아보고 대화를 다시 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를 통해 자기 행동을 돌아보는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AI 활용이 도움이 됐다며, 피해자 관점으로 접근하면 AI도 피해자식 답변을 내놓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AI를 최종 판단자가 아니라 대화 준비 단계의 도구로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딧 샤로니는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 AI가 대신 해석하게 하거나,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을 맡길 때 문제가 커진다고 봤다. 레이철 우드는 AI가 감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 그 사실을 파트너와 숨기지 말고 공유하라고 권했다. 애슐리 골든도 커플이 관계 불만을 어디까지 AI에 털어놓을지, 챗봇과 정리한 문제를 결국 서로의 대화로 가져올지에 대한 규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챗봇은 감정을 정리하고 대화를 준비하는 보조 수단이 될 수는 있어도, 관계 자체를 대신 수행할 수는 없다는 점이 공통된 지적이다. 케븐 코튼은 챗봇이 성찰이나 준비를 도울 수는 있지만 관계 안으로 직접 들어와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며, "AI는 당신을 위해 대신 관계에 참여해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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