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거대한 파도가 밀어붙이는 듯한 가속력…‘전기차 이질감’ 지운 마칸 4S

더 퍼블릭|오두환 기자|2026.07.27

포르쉐 마칸4S 정면 [오두환 기자]
포르쉐 마칸4S 정면 [오두환 기자]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엔진이 깨어나는 소리는 없었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변속 충격이나 회전수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몇 번의 코너를 통과하고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자 생각이 달라졌다. ‘전기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보다 ‘포르쉐를 몰고 있다’는 감각이 먼저 밀려왔다.

포르쉐의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 4S’를 타고 2박 3일 동안 서울과 김포, 파주, 고양 일대를 달렸다. 도심 정체 구간부터 자유로 고속 주행, 좁은 골목과 지하 주차장까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두루 경험했다.

시승을 마친 뒤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표현은 ‘전기차의 이질감을 지운 스포츠카’였다.

포르쉐 마칸4S 정측면 [오두환 기자]
포르쉐 마칸4S 정측면 [오두환 기자]

엔진 없이도 포르쉐다

마칸 4S는 앞뒤 차축에 전기모터를 얹은 사륜구동 모델이다. 평상시 최고출력은 448마력이지만 런치 컨트롤을 작동하면 출력이 516마력, 최대토크는 83.6㎏·m까지 올라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4.1초, 최고속도는 시속 240㎞다.

수치만 보면 전형적인 고성능 전기차다. 그러나 가속의 질감은 흔히 접하는 전기차와 달랐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목이 뒤로 꺾이는 듯 힘을 한꺼번에 쏟아붓기보다, 거대한 파도가 뒤에서 차체를 밀어붙이는 것처럼 속도를 매끄럽게 끌어올렸다. 강력하지만 거칠지 않고, 빠르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고성능 8기통 엔진이 두툼한 토크를 토해내는 감각과 닮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하면 포르쉐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가 실내를 채운다. 억지로 엔진음을 흉내 냈다기보다 속도와 가속 정도를 귀로 느끼게 해주는 장치에 가깝다. 소리가 지나치게 요란하지 않아 몇 차례 가속하고 나면 엔진음이 없다는 사실도 잊게 된다.

포르쉐 마칸4S 운전석 [오두환 기자]
포르쉐 마칸4S 운전석 [오두환 기자]

2.4t SUV가 코너에서는 911처럼

마칸 4S의 진가는 직선보다 코너에서 더 선명했다. 차체 길이는 4784㎜, 너비는 1938㎜이고 공차중량은 사양에 따라 2.4t 안팎이다. 작은 차도, 가벼운 차도 아니다.

하지만 고속 코너에서 운전대를 꺾으면 덩치 큰 SUV를 끌고 간다는 부담이 거의 없었다. 바닥에 깔린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낮춰 차체의 좌우 흔들림을 억제했고,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가 노면 상황에 따라 차체를 단단하게 붙잡았다.

특히 시승차에 적용된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차의 크기를 한 체급 줄여놓은 듯했다. 속도가 낮을 때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좁은 골목과 주차장에서 차가 경쾌하게 돌아갔다. 속도가 올라가면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차로 변경과 고속 코너링의 안정감을 높였다.

포르쉐 마칸4S 도어 [오두환 기자]
포르쉐 마칸4S 도어 [오두환 기자]

반전은 승차감이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노면을 날카롭게 읽지만 노멀 모드로 바꾸면 방지턱과 도로 이음매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냈다. 딱딱한 스포츠카를 예상했지만 잔진동을 처리하는 실력은 고급 세단에 가까웠다.

아이들과 떠나도 부족하지 않은 스포츠카

쿠페처럼 뒤로 낮아지는 지붕선 때문에 성인 남성이 2열에 오래 앉으면 머리 위와 무릎 공간이 넉넉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운전 재미를 우선한 차라는 사실은 2열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아이들과 다니는 가족용 차량으로는 부족함이 크지 않았다. 2열 시트는 40대20대40으로 나눠 접을 수 있고, 뒷좌석 열선과 외측 좌석 아이소픽스 고정 장치도 갖췄다. 파노라믹 루프가 실내의 답답함을 덜어줘 김포와 파주를 오가는 동안 아이들이 좁다는 불평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포르쉐 마칸4S 2열 [오두환 기자]
포르쉐 마칸4S 2열 [오두환 기자]

100㎾h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450㎞다. 최대 270㎾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1분이다. 장거리 여행에서도 충전 때문에 이동 계획 전체를 바꿔야 할 부담은 상당히 줄었다.

아쉬움도 있다. 저속에서 완전히 멈추기 직전 회생제동과 유압식 브레이크가 전환되는 순간 페달 감각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급제동하거나 완만하게 속도를 줄일 때는 기술로 감췄던 2.4t의 무게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포르쉐 마칸4S 측면 [오두환 기자]
포르쉐 마칸4S 측면 [오두환 기자]

가장 현실적인 장벽은 가격이다. 마칸 4S의 기본 가격은 1억1770만원이지만 시승차에는 4750만원어치 선택 사양이 추가돼 최종 가격이 1억6520만원으로 뛰었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과 에어 서스펜션뿐 아니라 가죽 인테리어,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조수석 디스플레이, 보스 오디오 등을 고르다 보면 가격표가 빠르게 두꺼워진다.

마칸 4S는 단순히 빠른 전기 SUV가 아니다. 스포츠카의 주행 감각과 출퇴근용 자동차의 편안함, 아이들과 여행할 수 있는 실용성을 한 차에 담았다. 내연기관의 감성이 사라질 것을 걱정하는 운전자에게 “전기차도 충분히 포르쉐다울 수 있다”고 답하는 차다.

가격표 앞에서는 잠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지만, 차에서 내린 뒤에도 자꾸 뒤돌아보게 만든다. ‘워너비 자동차’로 꼽을 만한 이유다.

포르쉐 마칸4S 후면 [오두환 기자]
포르쉐 마칸4S 후면 [오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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