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데이터가 방패...전기차 화재 구상권 시대 열렸다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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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전기차 화재 피해를 원인 규명 전에 먼저 보상하는 '전기자동차 화재안심보험'이 7월부터 시행된 가운데, 약관에 손해보험사가 배터리 등 부품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파장이 주목된다.
이는 사고당 정해진 최대 150억원의 선보상 부담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향하는지를 규정한 항목이다.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보험사가 떠안고, 배터리 결함으로 확인되면 셀 제조사에 청구서가 돌아간다. 결국 화재 원인을 어디까지 밝혀내느냐가 수십억원대 부담의 귀속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화재안심보험 약관에 따르면, 제7조의1은 보험사가 선보상한 뒤 화재 원인과 과실 여부가 확정되면 ▲화재가 시작된 차량의 소유자 또는 운전자 ▲제조사(부품 제조사를 포함) 또는 수입사 ▲충전시설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 ▲기타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제3자에게 구상한다고 규정했다. 부품 제조사가 구상 대상으로 문서화됐다.
같은 약관은 배터리 제조사를 보상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제2조는 피보험자에서 건물 관리 업체, 충전시설 관리자와 함께 '대상 전기자동차 제조사(부품 제조사를 포함) 또는 수입사'를 배제했다. 보험료 부담 구조에서도 배터리사는 빠져 있다. 연간 총보험료 60억원 가운데 정부가 2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40억원은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종을 판매하는 제작·수입사가 분담한다. 7월 15일 기준 참여기업은 현대자동차·기아·테슬라코리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21곳이다. 비용을 내는 주체와 구상을 받는 주체가 분리된 셈이다.
다만 배터리 결함이 입증되는 순간 이 보험 항목은 적용되지 않는다. 제4조 제19호는 대상 전기자동차의 설계상 결함, 제조상 결함, 재질의 결함으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원인 불명 구간에서는 보험이 작동하고, 결함이 확인되면 제조물책임 영역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결국 화재 원인 규명 결과가 부담 주체를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게다가 결함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제조사가 청구를 받을 수 있다. 보상한도 150억원이 전액 보장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약관 제8조 제5항은 하나의 사고로 발생한 총 손해액이 보상한도액을 초과하면 각 피해자에게 손해액 비율에 따라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약관에 제시된 예시에 따르면 총 손해액이 200억원이면 손해액의 75%, 500억원이면 30%만 보상된다. 총 손해액 500억원인 사고라면 350억원은 보험 밖에 남는다는 뜻이다.
이 미보상분은 피해자가 발화 차량의 소유자나 제조사를 상대로 별도 청구해야 하는 몫이 된다. 2024년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처럼 차량 140여 대와 건물 피해가 겹친 대형 사고에서는 보험 안의 구상과 보험 밖의 손해배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가 된다. 보상 대상도 주차 또는 충전 중 화재로 한정되며, 발화 차량 자체의 손해, 침수가 직접 원인인 화재, 인증되지 않은 충전설비 사용이 직접 원인인 경우는 면책이다.
◆BMS 진단 역량, 구상 국면의 방어 수단으로 주목
이 보험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운영되는 정책성 보험이다. 3년치 사고 데이터가 쌓이면 원인 불명 화재의 비중과 구상 성공률이 드러나고, 이는 2029년 이후 제도 연장 여부와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관건은 전기차 화재 데이터의 해석 주도권이다. 셀 단위 이상 징후 기록을 확보한 쪽이 결함 여부를 입증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만큼, BMS 진단 역량은 안전 기술을 넘어 구상 국면의 방어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입증 국면에 대비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역량을 축적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1일 배터리 안전진단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소프트웨어는 충전 중 전압 하강, 배터리 탭 불량, 미세 내부 단락, 비정상 퇴화, 리튬 과다 석출 등 불량 유형을 사전 진단한다. 회사에 따르면 BMS 분야에서 80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셀 기준 13만개 이상, 모듈 기준 1000개 이상을 분해 분석한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미 1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적용해 90% 이상의 안전진단 검출률을 확보했고, 글로벌 완성차 9곳에 공급 중이다.
다만 약관은 구상 대상을 '제조사(부품 제조사를 포함)'로 포괄 규정했을 뿐, 완성차와 배터리사 사이의 분담 비율은 정하지 않았다. 결국 진단 데이터를 누가 보유하고 어디까지 공개하느냐를 두고 양측 입장이 갈릴 수 있게 됐다. 업계는 향후 실제 구상 사례가 나오면 책임 배분은 개별 공급계약과 소송을 통해 가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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