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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AI 시대 새 경제 질서 ‘토큰 이코노미’가 뜬다

전자신문|정현정|2026.07.26

데이터 처리 기술 단위서


경제적 가치 용어로 진화

AI서비스 사고파는 가격
기업 생산성 측정 지표로

투명한 서비스 비용산정
토큰 자원 효율적 관리를

“엔지니어들은 기본 급여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토큰을 추가로 받게 될 것입니다.”

지난 3월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행사 'GTC 2026'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토큰을 사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는 생산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젠슨 황 CEO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더 이상 비용을 소비하는 인프라가 아니라 토큰을 생산하는 '공장(Factory)'으로 봐야한다”고 선언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AI 데이터센터(AIDC)를 “토큰을 생산하는 토큰 팩토리”로 규정하며 “토큰의 경제적 가치를 부여한 토큰 이코노미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으로는 돈이 아니라 토큰을 달라고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시장에서 거론되는 '토큰 이코노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토큰은 정보 단위, 연산, 메모리 활용, 에너지 소비, 자원 할당, 금전적 교환의 단위로 동시에 기능한다. AI 시대 경제 시스템의 단위가 '토큰'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토크노믹스'(토큰+이코노믹스)이라는 용어가 정립되는 단계다. 관련 논문은 이 분야를 “토큰의 생성·소비·가격·배분·최적화·거버넌스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토큰'이 AI 시대 공통 회계기준 된다

AI 토큰은 원래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데이터가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처리되는 근본 단위를 말한다. 기존 가상자산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와는 구별된다. 생성형 AI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토큰은 기술 용어를 넘어 AI 서비스를 사고파는 가격표이자 기업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기준,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설명하는 경제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

모든 프롬프트, 검색, 추론, 도구 호출은 토큰 소비로 전환된다. 생성형 AI 클라우드 사업자는 토큰 수를 통해 AI 서비스 이용량을 측정하고 요금을 부과한다. AI 반도체 기업들은 초당 처리 가능한 토큰(TPS)과 전력 대비 토큰 생산량을 새로운 성능 지표로 내세우고 있다. 조직의 AI 활용도, 투자 수익률(ROI)을 추론하는 방식도 토큰으로 결정된다.

콴얀 주 뉴욕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한 AI 토크노믹스 관련 논문에서 “토큰은 현대 AI 서비스의 실질적인 회계 단위가 됐다”고 정의했다. 토큰이 전력망의 킬로와트시, 통신망의 패킷 수와 같은 역할을 하며, 연산·인프라 활용·경제적 가치를 하나로 측정하는 공통 화폐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토큰, 다른 경제학…AI 시대 '동상이몽'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토큰 이코노미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해 관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데이터센터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연산을 수행하며 실제로 토큰을 만들어내는 '생산', AI 기업이 그 연산력을 계량해 상품으로 파는 '공급', 사용자가 대가를 지불하고 쓰는 '소비', AI가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사용자와 기업, 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보상과 분배' 등 하나의 단어로 다른 층위를 오간다.

전력망에 빗대면 이해가 쉽다. AIDC는 실제로 토큰이라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소라면, 전력을 표준화된 단위로 계량하고 요금을 매겨 상품으로 파는 전력 사업자가 오픈AI·앤트로픽·네이버 같은 AI 서비스 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기를 쓰고 요금을 내는 소비자가 있다.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이 AI를 단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생태계를 제안했다. AI가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를 국민에게 포인트나 크레딧 형태로 환원하고, 개인 AI 에이전트와 기업 AI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제안하면서 토큰 개념을 한층 더 확장했다. 토큰을 보상과 분배 수단으로 해석한 것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이 AI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AI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개인의 AI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여를 하고, 그 기여가 일정한 가치로 인정된다면 이를 AI 서비스 이용에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나 크레딧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AI 생태계의 참여자이자 기여자가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토큰 경제의 다음 과제…효율·투명성·거버넌스

AI 산업은 이제 GPU 개수나 모델 성능을 넘어 얼마나 많은 토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활용하며, 그 가치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경쟁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토큰 이코노미를 둘러싼 경쟁 역시 기술이 아니라 경제학과 산업 정책의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과제도 생기고 있다.

기업들은 같은 전력과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토큰을 생성하고, 내부 AI 비용을 낮추기 위해 효율적인 토큰 활용 방법을 찾는 '토큰 미닝'을 고민하고 있다. 동일한 결과물을 만드는 데 A는 100만 토큰을 사용하고 B는 50만 토큰만 사용한다면 후자가 훨씬 더 높은 생산성을 가진다는 말이다. 토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가 핵심이다.

컴퓨팅 자원을 거래하는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GPU 연산 능력이나 AI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용량을 자산처럼 사고파는 2차 시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자원 쏠림과 투기, 시장 지배력 집중, 거버넌스와 규제 체계 마련 등 새로운 과제도 생기게 된다.

정부가 띄운 토큰을 통한 분배와 부상도 아직은 구상 단계다. 배 부총리 역시 관련 구상이 과기정통부 내부에서 논의 중인 개념이라며 “아직 완성된 정책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초기 구상 단계로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 등 여러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큰 기반 서비스 비용 산정의 투명성도 새로운 과제로 꼽힌다. 이용자는 입력과 출력 토큰만 확인할 수 있을뿐, AI가 답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 추론과 메모리 처리, 실제 컴퓨팅 자원 사용량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사용자는 결과에 대한 비용은 알지만, 그 비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콴얀 주 뉴욕대 교수는 “토큰은 현대 AI 시스템이 연산을 소비하고 가치를 생성하는 근본적인 자원이 됐다”면서 “AI 시스템이 점점 더 자율적이고, 상호 연결되며, 경제적으로 중요해짐에 따라 토큰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는 중앙 기술 및 조직적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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