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최근 주가 추이. 그래픽=임성영 기자
현대차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대체로 비슷한 반면 목표주가는 크게 엇갈렸다. 2분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이를 저점으로 하반기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목표주가는 57만원에서 90만원까지 33만원의 격차를 보였다.
실적 전망보다 미래 사업 가치를 두고 시각차가 컸다. 오는 8월 최고경영자 투자자의 날(CEO Investor Day·CID)에서 공개될 로봇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신사업에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부여할지를 놓고 증권사들의 의견이 갈렸다.
2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현대차는 24일 4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7.18% 하락했다.
현대차 주가는 올 초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달 1일 장중 78만3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48% 넘게 급락하며 올 들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9조2153억원, 영업이익 2조85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0.8%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HEV) 판매 호조로 외형은 성장했지만 판매 인센티브 확대와 원가 상승 등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영업이익률(OPM)도 지난해 2분기 7.5%에서 올해 5.8%로 하락했다.
증권가 “2Q 실적 저점 이후 개선세 전망”
증권가는 대부분 2분기를 실적 저점으로 평가했다. 생산 정상화와 신차 효과,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 차질 영향이 해소되고 신차 효과가 더해지면서 하반기에는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시장의 관심은 8월 CID를 통해 제시될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래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생산 정상화와 북미 중심의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가 실적 회복을 이끌 것”이라며 “2분기가 연간 실적의 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목표가 57만~90만원…미래 사업 가치 평가에 ‘온도차’
다만 목표주가는 크게 엇갈렸다. 유안타증권은 57만원으로 가장 보수적인 목표가를 제시한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90만원을 유지하며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적용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84만원, NH투자증권은 76만원, 교보증권은 74만원, 흥국증권은 72만원, 현대차증권과 BNK투자증권은 각각 63만원, 65만원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를 가른 건 실적보다 미래 사업 가치에 대한 평가였다. 증권사들은 오는 8월 CEO Investor Day(CID)에서 공개될 로보틱스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 등 신사업의 기업가치를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목표주가를 달리 제시했다. 특히 로보틱스와 SDV,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의 수익화 가능성과 기업가치 반영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가 목표주가 격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가장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유안타증권은 미래 사업 가치에 지나친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손익에 기여하지 않는 로보틱스 사업의 가치를 본업 이익에 기반한 주가수익비율(PER)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자동차 사업과 금융·지분법 이익 등 서로 다른 사업에 단일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데도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보틱스 기대만으로 높은 목표 PER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며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자동차 부문의 목표 PER을 기존 15배에서 10배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57만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유지한 유진투자증권은 미래 사업 가치가 본격적으로 기업가치에 반영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달 26일 열리는 CID를 통해 미래차와 로보틱스 전략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2분기 실적 부진으로 인한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90만원을 유지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미래 사업 가치에 대한 반영 정도는 달랐지만 CID를 주요 변곡점으로 꼽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NH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2분기를 실적 저점으로 평가하면서 로보틱스와 SDV, 자율주행 전략이 구체화될 경우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3분기는 로봇 모멘텀이 부각될 시점”이라며 “미국 로봇훈련소(RMAC) 가동과 CID, 미국 생산공장(RA) 법인 착공, 미국 국방수권법(NDAA) 관련 정책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RMAC 가동과 RA 법인 착공, NDAA 관련 정책은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업 확대 여부를 가늠할 주요 이벤트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이어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 이후에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외부 투자 유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며 목표주가 84만원을 유지했다.
다만 현대차의 미래 사업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둘러싼 변수도 남아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중복상장 규율을 해외 상장까지 확대하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외 상장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회사 이사회는 주주 영향 평가와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및 동의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기대가 현대차의 기업가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던 만큼 상장 일정과 방식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심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