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너무 힘들다” vs “감내할 수준”… 미묘하게 달랐던 삼성디스플레이·LGD 수장의 하반기 전망

조선비즈|정두용 기자|2026.07.23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K-디스플레이 2026) 부스 투어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각 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K-디스플레이 2026) 부스 투어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각 사

“상반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반기는 어렵습니다. 반도체 하시는 분들이 가격을 좀 싸게 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짜 너무 힘듭니다. 고객들도 모두 굉장히 어려워하고 있어요.”(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2분기 실적 발표를 보고 실망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흑자였습니다. 하반기 성과는 상반기보다 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의 영향은 있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K-디스플레이 2026) 부스 투어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시장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두 사람은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으로 스마트폰과 IT 기기 수요가 줄고, 완제품 업체의 패널 가격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 실적과 칩플레이션의 충격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습니다.

이 사장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스마트폰과 IT 기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물량이 모두 줄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강한 어조로 우려했습니다. 반면 정 사장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원가 개선을 통해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사업 구조가 달라 두 수장의 발언에서도 이런 온도 차가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의 80~90%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OLED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모바일·IT 패널의 합산 매출 비중이 73.1%였고, 나머지는 TV와 차량용 패널이 차지했습니다. 칩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스마트폰·IT 시장에 노출된 범위가 다른 것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여기에 하반기 프리미엄 모바일 신제품 공급 확대와 2분기의 낮은 실적 기저, 최근 진행한 원가 혁신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사장이 디스플레이 시장 전반의 충격을 설명했다면, 정 사장은 업황이 악화하더라도 ‘상저하고’ 흐름이 반복되는 만큼 향후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차이도 있습니다.

분기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과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옴디아
분기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과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옴디아

◇ 삼성D 매출 대부분 중소형… 칩플레이션 충격에 직접 영향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었고,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과 PC용 부품으로 번졌습니다. 완제품 업체가 오른 메모리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판매량 감소를 감수해야 합니다. 가격을 충분히 올리지 못하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결국 생산량을 줄이거나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다른 부품 업체에 공급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디스플레이 업체로서는 패널 물량 감소와 판가 인하 압박을 동시에 받는 구조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했습니다. 특히 400달러(약 60만원) 미만 중저가 시장의 감소 폭이 컸습니다. 일부 스마트폰 업체가 부담하는 메모리 가격은 1년 전보다 4~5배 올랐고,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중저가 제품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섰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 구조상 이런 시장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과 태블릿·노트북·워치·차량용 패널이 포함된 중소형 OLED 사업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고 봅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 점유율은 44.4%로 세계 1위였습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9.0%에 그쳤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모회사인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도 올해 1분기 금액 기준 세계 스마트폰 패널 점유율이 47.3%로 명시됐습니다. 스마트폰 수요가 줄거나 완제품 업체의 패널값 인하 요구가 거세지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영향받는 물량과 매출 범위가 LG디스플레이보다 큰 셈입니다.

2026년 1분기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량 점유율./유비리서치
2026년 1분기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량 점유율./유비리서치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36.8%는 IT 패널에서 나왔습니다. 스마트폰·워치 등 모바일 및 기타 부문이 36.3%를 차지했고, TV 18.6%, 차량용 8.3% 순입니다. 모바일과 IT 역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스마트폰 중심으로 수익 구조가 집중된 삼성디스플레이보다는 제품군이 분산돼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 하락이 전사 매출에 미치는 충격을 TV·모니터·차량용 사업이 일부 완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칩플레이션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은 같다”며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사업의 절대 규모와 전사 매출 비중이 워낙 커 스마트폰·IT 물량 감소와 가격 압박을 더 넓게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디스플레이 상저하고 만드는 ‘애플 효과’… 칩플레이션 영향도 차이

애플은 디스플레이 업계의 ‘상저하고’ 실적 흐름을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꼽힙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 S 시리즈, 하반기 폴더블 신제품을 내놓는 반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애플은 통상 3분기에 아이폰 신제품을 공개하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용 패널 생산과 매출 인식이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실적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커지는 구조입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애플 공급망에 참여하는 범위는 다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최대 OLED 패널 공급사인 동시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도 패널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OLED 사업은 애플 아이폰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습니다. 이런 고객·제품 구성의 차이가 두 수장이 하반기 업황과 칩플레이션의 영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온도를 보인 배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유비리서치는 올해 아이폰용 OLED 공급량을 삼성디스플레이 약 1억2000만장, LG디스플레이 약 8500만장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애플 공급 물량이 더 많고, 기존 바 형태 아이폰뿐 아니라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용 패널도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의 첫 번째 접이식 아이폰을 추정해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3D 렌더링 이미지./유튜버 존 프로서(Jon Prosser)
애플의 첫 번째 접이식 아이폰을 추정해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3D 렌더링 이미지./유튜버 존 프로서(Jon Prosser)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칩플레이션 국면에서 다른 스마트폰 업체보다 수요를 잘 방어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완충 요인입니다.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22%, 애플 20%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포인트, 4%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강한 부품 구매력과 프리미엄 수요를 바탕으로 중저가 제품 중심의 시장 부진을 흡수한 결과입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시장 방어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더라도 칩플레이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바 형태 스마트폰부터 폴더블, 플래그십과 보급형까지 폭넓은 제품군에 패널을 공급하고 있어 시장 전반의 물량 감소와 완제품 업체의 패널값 인하 요구에 따른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가운데서도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를 적용한 프로·프로맥스 등 고부가 제품 공급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중저가 스마트폰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흡수할 여력이 큰 프리미엄 시장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OLED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물량 감소와 판가 압박을 설명했다면,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에 집중되는 고부가 패널 공급 효과를 근거로 상반기보다 나은 성과를 강조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K-디스플레이 2026)에서 전시 제품을 함께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정두용 기자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K-디스플레이 2026)에서 전시 제품을 함께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정두용 기자

◇ ‘LGD 반등’ 자신한 정철동 사장… 효율화 성과 ‘뚜렷’

LG디스플레이 역시 하반기 시장 자체를 낙관하지는 않습니다. 메모리와 원재료 가격 상승,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스마트폰·PC·TV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판단은 삼성디스플레이와 같습니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강점을 보이는 대형 OLED 시장의 성장이 칩플레이션 여파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옴디아는 전체 대형 패널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대형 OLED 출하량은 18.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노트북용 OLED와 모니터용 OLED는 각각 66%,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 사장이 칩플레이션을 “감내할 수 있다”고 평가한 또 다른 근거는 원가 구조 개선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2023년 2조51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24년 손실을 5606억원으로 줄였습니다. 작년에는 5170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3% 감소했지만, 매출원가도 6.7% 줄었습니다. 매출원가율은 90.3%에서 86.9%로 3.4%포인트 낮아졌고, 매출총이익은 31.1% 증가했습니다. 범용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생산 종료와 저수익 제품 축소, 제조 효율화와 비용 절감의 결과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매출 5조6121억원과 영업손실 107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희망퇴직 등 인력 운영 효율화와 관련된 일회성 비용 약 2400억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를 제외한 경상 영업이익은 약 13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도 390억원으로 2021년 이후 5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디스플레이의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433억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3%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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