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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교수 “AI 도입, 모델보다 기업의 어떤 숫자 바꿀지 정해야”

IT조선|이윤정 기자|2026.07.22

기업이 인공지능(AI)을 도입할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어떤 기술과 모델을 사용할지가 아니라, 매출과 비용, 생산성, 품질 등 기업의 어떤 숫자를 바꿀 것인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AI의 정확도와 성능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해결해야 할 비즈니스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이를 실제 경영 성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업무와 조직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성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22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제38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AI를 통한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주제로 강연하며 “AI는 분명 뛰어난 기술이지만 기술 그 자체가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를 활용해 기업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명예교수가 22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제38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 이윤정 기자
조성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명예교수가 22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제38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 이윤정 기자

이번 포럼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회장 조준희)가 국내 AI 협업툴 기업 플로우의 후원으로 마련했다. 행사에는 국내 주요 AI·소프트웨어 기업 임원진을 비롯해 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조 교수는 기업의 AI 활용과 비즈니스 가치 창출 방식을 AI와 AS, AX 등 세 가지 개념으로 나눠 설명했다. AI는 기술 자체를 의미하며, AS(AI Substitution)는 사람이 수행하던 개별 업무를 AI로 대체하는 단계를 뜻한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엑셀 파일에서 필요한 숫자를 추출해 새로운 보고서를 만드는 업무를 AI가 대신 수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AS 사례다. 기존 업무 방식과 조직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사람이 하던 특정 업무만 AI로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반면 AX(AI Transformation)는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 의사결정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조직 전환을 의미한다. 단순히 사람의 업무 일부를 AI로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와 사람이 함께 일한다는 전제 아래 부서의 역할과 업무 흐름을 새롭게 설계하는 단계다.

조 교수는 “모든 업무를 사람이 수행한다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 기존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를 AI 도입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AI를 활용해 더 큰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려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AI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는 솔루션이나 기술을 먼저 선택하기보다 해결해야 할 비즈니스 문제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AI를 통해 비용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품질과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것인지, 리스크를 어느 수준까지 낮출 것인지 등 구체적인 목표를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프로젝트를 경영진의 지시나 시장의 유행만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업 부서가 직접 해결 과제를 발굴하고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시범 사업을 통해 실행 가능성과 성과를 검증해야 개념검증(PoC)이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기술을 넘어 기업이 갖춰야 할 AI 혁신 조건으로 ▲데이터의 중요성 ▲AI 리터러시 내재화 ▲실험 문화와 실패 허용 ▲인간과 AI의 역할 재정의 ▲AI 활용 가이드라인과 거버넌스 구축 등을 제시했다.

특히 기업 내부 데이터는 범용 AI 모델이 학습하지 않은 정보인 만큼, 검생증강생성(RAG) 등을 활용해 사내 문서와 데이터를 AI에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접근 권한과 개인정보 보호, AI 결과물에 대한 책임, 사용 범위 등을 정한 거버넌스가 마련돼야 조직 전반으로 AI 활용을 확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AI 도입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보다 현업 담당자가 AI를 얼마나 이해하고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기획부터 개발, 검증, 실행까지 전 과정에서 AI 리터러시를 갖춘 인력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제38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 / KOSA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일을 잘하는 직원의 기준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무를 직접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뿐 아니라, 일을 적절히 나누고 AI에 정확히 지시하며 결과를 검토하고 오류를 조정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팀장이나 관리자가 수행하던 질문과 지시, 검토, 조정의 역할을 일반 직원도 갖춰야 하며, 개발자 역시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역할에서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관리하고 검증하는 역할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실습형 교육과 워크숍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AI 개념을 설명하는 강의만으로는 조직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와 임원이 직접 AI를 사용하고, 자사 업무와 연결된 문제를 해결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AI를 잘 쓴다는 것은 가장 좋은 모델을 보유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누가 더 빠르게 조직의 업무 방식과 프로세스를 바꾸고, 이를 AS와 AX로 연결하느냐가 기업의 AI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의 정확도 너머에 있는 조직 변화와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KOSA 런앤그로우 포럼은 9월 30일 열릴 예정이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연사로 나서 ‘인공지능이 가져올 소비시장과 고용 지형 변화’를 주제로 강연한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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