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 조합원들이 15일 오후 울산시청 남문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완성차업계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23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현대자동차와 한국GM이 이미 부분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기아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르노코리아는 사측의 최종 제시안을 놓고 노사 협상에 나선다. 두 회사까지 파업 수순에 들어설 경우 완성차업계 전반으로 ‘하투(夏鬪)’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생산라인을 일부 멈추는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오전·오후 근무조별로 4시간씩 작업을 멈추는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앞서 일주일 전 진행한 2시간 부분파업보다 투쟁 수위를 높인 것으로, 연장 근로와 주말 특근 거부에도 나선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협에서 기본급과 성과급 규모를 비롯한 정년 연장과 해고 근로자 복직 등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급 350%+1000만원, 주식 15주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호봉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약 1만대의 생산 차질과 4500억원 안팎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선 부분파업까지 더하면 누적 손실은 7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노조는 23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추가 파업 여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교섭이 재개될 경우 파업 일정을 유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도 지난 15~16일에 이어 21~22일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조합원 1인당 약 3000만원의 성과급 지급, 신규 차종 배정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전날 열린 16차 교섭에서 월 기본급 9만2000원 인상과 성과급 1500만원 등을 제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이날 올해 임단협 체결을 위한 17차 교섭을 진행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이날 교섭을 사실상 여름휴가 전 마지막 교섭으로 보고 “더 이상 진전이 없다면 거침없는 투쟁을 선택하겠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기아와 르노코리아도 23일을 기점으로 쟁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아 노조는 23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투표가 가결되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인상뿐 아니라 미래차 국내 공장 우선 배치, 별도의 고용 대책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도입이 생산 방식과 인력 운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고용 불안을 줄일 구체적인 방안을 사측이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르노코리아 노조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쟁의행위 요건을 갖춘 상태다. 다만 노조는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기보다 23일 노사 협의에서 사측이 내놓을 최종 제시안을 확인한 뒤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파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임단협이 예년보다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금과 성과급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정년 연장, 로보틱스 도입에 따른 고용 대책 등 새로운 쟁점까지 교섭 테이블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제도 개선이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도 포함되면서 노사 간 합의점을 찾기가 더욱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정년 연장처럼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나 고용 문제의 경우 기업 노사가 먼저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올해는 이러한 의제까지 교섭 테이블에 오르면서 협상이 예년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파업이 장기화로 이어져 차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게 돼 기업의 신뢰도와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생산 차질의 피해가 부품 협력사와 고객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노사가 조속히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