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지구적 사랑을 위한 최첨단 심령술 [새책]
||2026.07.17
||2026.07.17
범지구적 사랑을 위한 최첨단 심령술
전수오 지음 | 창비 | 168쪽 | 1만3000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과학 문명은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순식간에 다른 차원이 된다. 과학적 상상력과 존재론적 고찰이 함께 하면, 시 또한 SF (Science Fiction)의 상상력을 담은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연결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디서든지 본질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찾고, 증명하고자 한다. 이렇게 자아를 찾기 위한 연결의 갈망은 심령술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전수오 작가의 두 번째 시집 ‘범지구적 사랑을 위한 최첨단 심령술’은 전작 ‘빛의 체인’에서 선보인 가상과 실재 세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넘어 ‘SF적 상상력’ 세계관 속에서 더 치밀하고 성숙한 존재론적 사유를 펼쳐 간다. 이러한 세계관 속 과학의 전유물 같았던 ‘최첨단’과 상충되는 ‘심령술’, 이 둘을 잇는 범지구적 ‘사랑’은 어디선가 독특한 방법으로 차원을 넘어 이어진다.
시집 전반의 서사는 인간을 기록하는 ‘(사과)’와 그것의 복제체 ‘(사과)_1’, 그리고 자신의 온몸으로 상처를 통과하는 ‘루아’와 상처의 치유자 ‘천혜향’을 중심으로 흐른다. 일단은 시집의 형식이지만 안에서는 서로의 세계관이 차원을 넘어 연결된다. 시인은 시 속의 세계관과 현실의 독자를 잇는 수단인 ‘언어’까지도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하며 다양한 실험적 표현을 선보인다.
시집은 차원을 넘나드는 SF적 세계관 속에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질문은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도 묵직하고 날카롭게 다가온다. 각 존재가 선보이는 고민들은 단지 허구 속 존재들의 것이라 치부할 수만도 없을 정도다. 이 세계관을 색다르게 바라보고 치밀하게 고민한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오늘날 디지털을 넘어 AI 시대를 마주한 우리가 답해야 할 근원적인 것들이다.
이 시에서 던지는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여기 있을까” 라는 질문은 결국 ‘범지구적 사랑’으로 닿는다. 그리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경계에서는 “사랑은 과연 기록하고 데이터화할 수 있는 감정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태초에서부터 받아온 이런 질문들을 최첨단의 시대에 심령술을 보는 것처럼 마주한다. 우리가 이러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단지 문자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이 시집은 표현에서도 흔한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다.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 속에서 시를 벗어나 보고서, 기록, 대화록, 희곡 등 다양한 형식이 결합돼 있고, 일반적인 ‘문자’를 벗어난 특수 문자와 기호, QR 코드까지 등장한다. 마지막 시의 QR 코드는 실제 접속 가능해, 시의 형식을 책을 넘어선 다른 미디어, 다른 차원으로 확장한다. 가장 인문학적인 ‘시’를 다루는 시인이 기술에 내민 손은 현대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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