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를 외치던 완성차업체들, 줄줄이 말 바꾸는 이유
||2026.07.16
||2026.07.16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완성차업체들은 앞다퉈 “몇 년까지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을 쏟아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렇게 큰소리치던 기업들이 하나둘 계획을 접거나 뒤로 미루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내연기관차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데다 각국의 전기차 지원 정책까지 축소되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방향 재설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기차 관련 전략을 수정한 기업이 최소 12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은 우리 돈으로 약 1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보도다. 다만 이 수치는 보도 매체의 자체 집계 방식에 따른 추산치인 만큼, 산정 기준이나 포함 항목에 따라 실제 체감되는 규모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한두 곳이 아니라 두 자릿수에 달하는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 전반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춰지는 배경에는 두 가지 축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는 내연기관차에 대한 수요가 예상만큼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쪽으로 정책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하게 밀어붙이던 정부 차원의 드라이브가 느슨해지면서,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무리하게 투자 속도를 낼 이유가 줄어든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시장의 실제 수요와 정책 방향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기업들도 계획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이 일본 혼다다. 2040년까지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던 계획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전해지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까지 예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완전 전환을 공언했던 기업이 스스로 계획을 되돌린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혼다뿐만이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드, 볼보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주요 완성차업체들도 전기차 전면 생산 목표를 줄줄이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기업 각각의 구체적인 목표치 조정 폭이나 시점은 회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정확한 내용은 각사의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흥미로운 대목은 고급차와 슈퍼카 브랜드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아예 엔진 중심 라인업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롤스로이스는 2030년 이후에도 가솔린 차량 생산 계획을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며,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역시 순수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다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엔진 소리와 주행 감각을 중시하는 고객층의 취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슈퍼카를 사는 이유 자체가 이동 수단으로서의 효율이 아니라 감성적 경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브랜드가 전동화 완전 전환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브랜드 소비자층의 성향에 대한 일반적 해석일 뿐, 개별 소비자의 선호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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