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 7년간 생산직 40% 자연감소… “미래형 인력구조 고민할때”

EV라운지|변종국 기자 , 최원영 기자|2026.07.14

HMGMA 차체 공장에서 아이오닉 5가 생산되는 모습. 현대차 제공 
HMGMA 차체 공장에서 아이오닉 5가 생산되는 모습. 현대차 제공 
HMGMA 차체 공장에서 아이오닉 5가 생산되는 모습. 현대차 제공  ‘양질의 일자리’의 대명사였던 자동차 업계에 고용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미래차 시대로 접어들며, 스마트 팩토리와 인공지능(AI) 피지컬 로봇이 도입돼 생산 공정의 필요 인력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감원과 공장 폐쇄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미래차 전환에 따른 투자 비용 문제도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는 대규모 정년퇴직에 따른 인력의 ‘자연 감소’로 인력 구조를 재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점차적 개편으로 미래형 생산 체계를 고민할 ‘골든타임’을 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현대차, 7년간 1만 명 정년퇴직 수순

13일 현대차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노조에 가입된 기술직(생산직) 근로자 중 올해부터 2032년까지 정년퇴직이 예정된 인원은 총 9525명에 달한다. 현재 노조 가입 기술직 인원(약 2만4500명)의 39% 가까이가 향후 7년 내 자연스럽게 현장을 떠나는 셈이다. 연도별로는 올해 2024명을 시작으로 2027년 1706명, 2028년 1722명 등 2030년까지 매년 1000명 이상의 퇴직자가 나온다.

현대차 생산 현장에 ‘정년퇴직 러시’가 시작된 것은 과거 고성장기에 채용된 인력들이 일제히 정년 연령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울산공장 증설과 아산공장 완공 등에 맞춰 대규모 기술직을 채용했다. 이후 2013년부터 약 10년간 사실상 기술직 공개채용을 중단하면서 현장의 고령화가 진행됐고, 특정 세대가 한꺼번에 정년을 맞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제조업 시대였다면 정년퇴직 인력 대부분을 같은 규모의 신규 채용으로 충원해야 했다. 그러나 생산 공정 자동화와 피지컬 AI 로봇 도입이 확대되고, 전기차와 SDV는 전기모터와 배터리 중심으로 대체되면서 생산 공정이 단순해지고 있다.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산 인력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에서는 정년퇴직 인력을 과거처럼 모두 충원하기보다 필요한 직무 중심으로 신규 채용을 조정하는 것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 역시 2023년 기술직 공개채용을 재개했지만, 채용 규모는 매년 발생하는 퇴직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백 명 수준으로 조절하고 있다.

● AI발 패러다임 변화에… 생산직 줄고, 연구직 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구조조정이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2022∼2025년 1만1000명을 감원했고 올해 3월에는 3000명 추가 감축을 발표했다. 선제적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데다 경영난까지 덮친 독일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자국 사업장에서 3만5000명 이상을 감축하기로 노조와 합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최대 10만 명 감원과 독일 내 공장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본 닛산은 글로벌 임직원의 15%인 2만 명을 감축하는 ‘리닛산(Re:Nissan)’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들 역시 전기차와 AI식 자율주행차 전환에 따라 투자 비용은 커지는데, 피지컬 AI 도입으로 인력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이 AI 기술 기업으로 전환해 가는 것이다.

현대차도 인력의 ‘양’보다는 ‘구성’을 바꾸는 전략으로 고용 체질 개선을 진행해 왔다. 현대차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7만5137명까지 꾸준히 늘던 국내 임직원 수는 지난해 7만2598명으로 최근 5년 새 처음으로 감소했다. 반면 연구개발(R&D) 인력은 꾸준히 늘고 있다. 연구직은 2024년 2만8명에서 지난해 2만599명으로 늘었다. 전동화, SDV, 자율주행 등 미래차 주도권 확보를 위해 생산직 비중을 줄이는 대신 R&D와 미래기술 분야 인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인력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직군별 인적 구성이 변하는 과정”이라며 “생산 현장 인력은 줄고 있지만, 미래차 관련 연구직 등이 늘어 전체 인원은 7만 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정년퇴직 사이클을 단순한 인건비 절감의 기회가 아닌 노사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얼마나 더 뽑고, 기본급을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에 집중했던 교섭 의제를 직무 전환 교육, AI 역량 강화, 새로운 보상 체계 마련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도요타는 2025년 춘계 노사협의에서 근속연수보다 역할과 기여도, 생산성 향상을 반영하는 임금·평가 체계 개편을 핵심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의 고용 형태가 단순 생산직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며 “로봇 도입 등이 생산 현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분석하고, 미래에 걸맞은 인력 구조와 보상 체계를 찾아가는 것이 노사 모두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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