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독일 매체와 인터뷰 공장 폐쇄에 선 긋는 발언 노조 반발에 속도 조절 나선듯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내 공장 폐쇄와 대대적인 감원을 추진하려던 폭스바겐의 계획이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힌 가운데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 경영자(CEO)가 공장 폐쇄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더 영리한 해결책이 있다”고 밝혔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루메 CEO는 독일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폭스바겐이 독일 내 생산 시설의 비용을 평균 20% 가량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모델당 판매 대수를 늘리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효율화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 인터뷰는 폭스바겐이 창사 이래 최대 구조 조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뤄져 눈길을 끈다. 폭스바겐은 9일 감독이사회를 열어 독일 내 공장 4곳 폐쇄와 최대 10만 명의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결됐으며, 대신 생산 중인 모델을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합의한 상태다. 그럼에도 구조 조정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과 불안감이 커지자 CEO가 직접 언론에 나서 공장 폐쇄에 선을 긋는 언급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 직장협의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감독이사회가 공식 안건으로 논의하기도 전에 구조조정 계획이 외부로 유출된데 대해 심각한 신뢰 상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여름 휴가 기간이 끝난 후 개최될 사원 총회에서 블루메 CEO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답변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공장 폐쇄를 일축했지만, 블루메 CEO는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빌트지에 “우리는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 장벽, 규제, 시장 격변 그리고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오늘날만큼 도전적이고 리스크가 높았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폭스바겐의 매출은 198억 9700만 유로, 영업이익은 7300만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 34.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0.1%포인트 하락한 0.4%에 불과했다. 이러는 사이 중국차는 빠른 속도로 유럽 시장을 잠식 중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발표한 5월 신차 판매 통계에 따르면 유럽 주요 31개국에서 비야디(BYD), 상하이자동차(SAIC), 저장지리홀딩그룹, 체리자동차, 리프모터 등 5개 중국 자동차 업체의 판매량은 13만 8410대로 전년 같은 달보다 65% 증가했다. 6월 유럽 31개국에서 중국 업체 자동차 점유율은 12%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일본 업체들(11%)을 넘어섰다.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이나 스텔란티스 같은 제조 업체들이 비싼 에너지와 인건비, 그리고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관료주의로 인해 너무 오랫동안 고군분투해왔다”며 “구조조정을 위한 프로그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서 구조조정안이 노조와 타협 없이 이사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독일 매체들은 내다봤다. 폭스바겐은 노조의 동의 없이는 공장 폐쇄가 불가능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감독이사회는 경영진(집행이사회)을 견제하기 위해 독일 상장기업이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기구로, 직원 규모 2000명 이상 기업은 감독이사회의 절반을 노동자 대표로 채워야 한다는 ‘공동결정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는 BMW 등 다른 독일 대기업에도 적용된다. 현재 폭스바겐의 감독이사회는 20석 중 경영진 측 이사 1인의 공석으로 19석만 있는 상황이며 이 가운데 노조 측이 10석을 확보해 사측보다 우위에 있다.
폭스바겐은 여기에 더해 1960년 민영화 당시 제정된 ‘폭스바겐법’까지 추가돼 구조조정이 더욱 어렵다. 이 법에 따르면 생산 시설 신설이나 이전에 관한 사항은 감독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별도로 필요하다. 또 주주총회에서 경영상 중요한 안건을 의결할 때도 독일의 일반 기업은 4분의 3(75%) 이상의 동의로 충분하지만 폭스바겐은 5분의 4(80%)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니더작센주와 연방정부는 각각 감독이사회에 이사 2명씩을 파견할 권리도 보장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