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켜면 얼굴로 쏟아지는 찬바람을 피해 송풍구 방향부터 바꾸기 일쑤다. 겨울에는 히터 바람이 건조해 다시 각도를 조절한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이런 불편을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버튼 하나로 해결했다. 탑승자에게 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제어하는 승객 회피 모드가 대표적이다. 일상의 작은 불편을 기술로 해결한 결과물이다.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인포멀스퀘어에서 열린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는 현대자동차 연구진의 고민과 기술력이 집약된 무대였다. 전시 공간 곳곳에서는 연구원들이 직접 개발 배경과 시행착오를 설명하며 기술 탄생 배경을 소개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당수 기술이 고객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수년간 그랜저를 운행하며 느낀 불편과 개선 요구가 연구진의 개발 과제가 됐고, 그 결과가 더 뉴 그랜저에 고스란히 담겼다. 팝업스토어는 총 3개 층으로 구성됐다. 1층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NVH(소음·진동·불쾌감) 저감 기술, 2열 리클라이닝 시트 등 파워트레인과 플랫폼 기술을 소개하는 공간이었다. 2층에서는 주행 성능과 승차감, 공력 성능을 높인 차체 기술을, 3층에서는 플레오스 커넥트와 스마트 비전 루프, 전동식 에어벤트 등 디지털·실내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신형 더 뉴 그랜저 두 대와 나란히 전시된 1세대 그랜저였다. 1986년 출시된 1세대 그랜저는 지난 40년간 국내 플래그십 세단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모델이다. 현대차는 신형과 원조 모델을 함께 배치해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차라는 그랜저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1층에서는 현대차그룹 1.6 터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마주했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이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탑재해 최고출력 239마력, 최대토크 38.7㎏f·m, 복합연비 18.4㎞/L를 구현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8.3초에서 8.0초로, 80~120㎞/h 추월 가속은 5.4초에서 5.2초로 단축됐다.
승차감과 직결된 진동과 소음도 크게 개선됐다. 이성백 현대차 MLV전동화소음진동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엔진 정지각 제어 기술은 하이브리드 주행 중 엔진이 멈출 때 크랭크축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해 다음 시동 시 진동을 줄이는 기술”이라며 “더 뉴 그랜저는 이를 통해 재시동 때 발생하는 평균 진동을 최대 51% 줄였다”고 설명했다.
P1·P2 모터가 엔진 진동과 반대 방향의 토크를 발생시키는 모터 역위상 제어 기술도 함께 적용됐다. 덕분에 엔진 개입 시 느껴지는 이질감과 실내 부밍 소음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세단 최초로 적용된 2열 리클라이닝 및 통풍 시트도 소개됐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배터리 때문에 뒷좌석 공간 확보가 쉽지 않지만 신형 그랜저는 이를 극복했다. 홍석현 현대차 배터리설계2팀 연구원은 “2열 리클라이닝을 구현하기 위해 시트 프레임 마운팅 위치를 전방으로 약 37㎜ 이동시키고, 배터리 프레임 높이를 약 32㎜ 낮추는 구조 변경을 진행했다”며 “배터리 냉각 덕트도 트렁크 후방으로 재설계해 공간 확보와 냉각 성능을 모두 만족시켰다”고 말했다.
2층 전시장 중앙에는 하이브리드 변속기와 카울 크로스바, 차체 구조물 등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주요 부품들이 실물 그대로 전시됐다.
현대차는 차체와 전륜 서스펜션 연결부 강성을 높이고 카울 크로스바 구조를 개선해 조향 응답성과 차체 강성을 높였다. 또한 유압 제어 리바운드 스토퍼를 적용해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도록 했다. 공력 성능 개선도 눈에 띄었다. 앞 범퍼 하단에는 에어커튼과 휠 디플렉터를 적용해 타이어 주변 공기 흐름을 정리했고, 액티브 에어 플랩에는 실링 가이드를 추가해 불필요한 공기 누설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하이브리드 모델 기준 공기저항계수(Cd)는 기존 0.27에서 0.26으로 낮아졌다. 연구진은 “수치상으로는 0.01 차이지만 연비와 고속 안정성, 냉각 효율을 모두 개선하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3층은 미래 자동차의 디지털 공간을 구현한 전시였다.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AI 글레오(Gleo), 스마트 비전 루프, 전동식 에어벤트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스마트 비전 루프였다. 기존 파노라마 선루프보다 개방 면적을 약 42% 확대했고, 6개 영역의 투명도를 각각 조절할 수 있었다. 기계식 선쉐이드 대신 PDLC 필름을 적용해 버튼 하나만으로 투명도와 차광 정도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17인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차량 기능과 AI를 하나로 연결했다.
신용진 현대차 인포테인먼트플랫폼개발팀 책임연구원은 “플레오스 커넥트는 운전에 필요한 정보와 편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배치해 사용성을 높였다”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레오 AI는 사용자 의도와 대화 맥락은 물론 주행 상황과 차량 상태까지 함께 고려해 필요한 기능을 스스로 수행한다”며 “향후 다양한 서드파티 앱과 연동해 차량 안에서의 경험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조 기술도 한층 진화했다. 전동식 에어벤트는 상·하 셔터와 좌·우 풍향 제어 장치를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여 바람의 방향과 범위를 세밀하게 조절한다. 여기에 승객 집중 모드와 승객 회피 모드를 지원해 탑승자의 얼굴로 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는 현대차 최초의 기술 중심 팝업 스토어”라며 “앞으로도 고객 중심의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더욱 차별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