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유진투자증권 광주 WM센터 차장
지난 한 주간(7월1일-7월7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9.5%, 코스닥은 8.3%가량 하락했다. 해당 기간 외국인은 약 14조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은 1조원을 팔아치웠다. 이번 한 주도 개인이 모두 물량을 받아내었으며, 최근 지속된 개인 순매수로 6월 초만 하더라도 140조원에 달했던 고객예탁금은 현재 110조원 초반 선까지 하락한 상태이다.
그 와중에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액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천억원이라는 시장 추정치보다 높은 숫자를 내놓았지만 셀온 이벤트를 이겨내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개인들의 총알 여력도 줄어든 만큼 이제는 지속될 메모리 숏티지 사이클에 기관 외국인의 수급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코스피 시총의 50%를 삼전과 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고 순이익의 70% 가까이를 두 기업이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하락에 그동안 수급을 뺏겨 저렴해진 쪽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보인다.
절대 이익 규모 측면에서는 반도체 외의 뚜렷한 대안이 많지 않은데, 그래도 이번 주 화장품 업종에서 뚜렷한 수급의 변화가 보이고 있다. 화장품 또한 K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류의 대표 수출품이고, 대표기업들은 매년 20-30%의 매출액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성장주로서 호실적 속 주가는 지속 하락해 빈집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대표주로 실리콘투, 달바글로벌이 PER 측면에서 저렴해 보이고 대장주 에이피알은 그간 별다른 조정도 없이 강한 흐름을 보여왔다.
이벤트적으로는 현대차의 월드컵 결승에서의 아틀라스 시연이 있을 수 있겠고,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영호남 투자 생태계의 전공정 장비 업체들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의 수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은 당장의 변동성에 아직 열광하고 있다. 삼전·하닉 레버리지 ETF의 압도적인 거래량 속 SK하이닉스의 ADR 상장과 실적에 귀 기울이고 있지만, 7월 말 미국 빅테크들의 분기 실적이 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이후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에도 빅테크들의 매출과 이익 증가 속도는 견고했는데 이들의 실적이 계속 늘어나는지와 올해와 내년 투자 계획 상향 여부가 메모리 업체들의 장기 사이클 확장에 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시장을 현시점에서 평가해 보자면, 주식시장은 현재 급격하게 커지는 AI 산업을 반영하고 있다.
전자·닉스 2분기 실적 영업이익은 약 150조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주식시장은 이에 맞춰 6천500조원으로 1년 사이에 3배가량 커졌다. 근본 질문은 실물이 꿈을 받아줄 수 있느냐다. 주가가 실물을 앞서 커지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주식은 미래 이익을 오늘 가격에 미리 반영하는 자산이다. 시장은 원래 실물보다 먼저 움직인다. 성장 초기 국면에서 밸류에이션이 이익을 크게 앞지르는 것도 사이클마다 반복돼 온 패턴이다.
문제는 앞서가는 폭이 아니라 그 기다림을 누가 어떤 돈으로 버티느냐다. 배당과 이익이라는 실물의 현금이 실제로 생기기 전까지 부풀어 오른 시가총액은 매일 새로 들어오는 유동성이 떠받쳐야 한다. 꿈은 장기 자산인데 그것을 지탱하는 유동성은 단기 자금이다. 이 만기 불일치가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추가적으로 유입되기 힘든 한국 시장이 넘어야 할 난관이다.
미국 빅테크에서 전력기기와 메모리로 수혜가 확장되고 있는 이번 AI 사이클은 앞으로는 또 다른 서사로 접어들 가능성도 크다. 바로 피지컬 AI인데 이는 AI가 텍스트를 넘어 현실 세계의 물리 데이터를 학습해 몸을 갖는 단계이자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AGI로 가는 핵심 길목이다.
차량과 로봇이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피지컬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를 넘어 온디바이스 메모리까지 수요가 폭발하는 구조이다. 젠슨 황처럼 바쁜 사람이 몇 번씩 한국을 찾아 현대차 그룹과 손을 잡는 이유는 결국 하나인데, 테슬라와 중국을 제외하면 SDV와 휴머노이드로 물리 데이터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파트너가 현대차 그룹이기 때문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상장 스케줄인 2027년 하반기-2028년 상반기가 가까워질수록 그 가치는 시장에서 더욱 부각될 것이고 지금은 묵묵히 해당 주식을 모아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