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아끼려다 흐름 막는다”… 전기차와 뒷차들의 자존심 대결

테크프레스|오민준 기자|2026.07.06

15년 넘게 왕복 120km 거리를 고속도로로 출퇴근해 온 한 직장인의 하소연이 요즘 온라인에서 화제입니다. “고속도로가 이제 국도랑 다를 게 없다”는 건데요, 단순히 차가 많아져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특정 차종의 주행 습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반응이 뜨겁습니다. 오늘은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그 배경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1차선은 거북이, 2차선은 자율주행… 3차선은 화물차가 점령

이 직장인의 설명을 들어보면 상황이 꽤 구체적입니다. 1차선에는 시속 80km 안팎으로 느긋하게 달리는 차량이 자리 잡고 있고, 2차선에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켠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들이 앞차와의 간격을 지나치게 벌리면서 흐름을 끊는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답답해진 뒤차들이 3차선으로 빠져나가려 하는데, 이번엔 화물차들이 2차선과 3차선을 오가면서 끼어들기를 반복해 정체가 더 심해진다는 거죠.

결국 3개 차선 모두에서 병목이 생기는 구조인 셈인데, 이 직장인은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을 정속 주행을 고수하는 전기차들에서 찾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기차 특유의 주행 방식이 기존 내연기관 위주로 형성돼 있던 고속도로 흐름과 충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꾸준히 나오던 얘기이기도 합니다

왜 전기차는 유독 ‘정속 주행’을 고수할까

사실 이 부분은 단순히 운전자 성향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효율과 직결되는 주행거리 관리가 중요한 변수인 만큼, 운전자들이 급가속·급감속을 피하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여기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반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경우,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넉넉하게 설정해 두는 경우가 많아서 이 간격이 뒤따르는 차량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주행 방식 자체가 전기차의 특성상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정속 주행이 오히려 ‘잘 타는 법’에 가까운데, 이게 다차선 고속도로에서는 흐름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죠. 결국 운전자 개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전기차 보급 속도에 비해 도로 위 주행 문화나 차로별 통행 규칙이 아직 충분히 정착되지 못한 게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추월차선 개념이 무너지면 정체는 필연적이다

고속도로 1차선은 원래 ‘주행차선’이 아니라 ‘추월차선’으로 설계된 공간입니다. 앞차를 추월할 때 잠깐 이용하고 다시 원래 차선으로 복귀하는 게 원칙인데,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뒤따르는 차량들이 줄줄이 발이 묶이는 구조가 됩니다. 특히 정속 주행 차량이 1차선을 장시간 점유하면,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들은 어쩔 수 없이 2차선이나 3차선으로 흐름이 몰리게 되고, 이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체 차로의 병목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여기에 화물차까지 가세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화물차 입장에서도 앞차 정체 때문에 차선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잦아지는데, 이 과정에서 승용차 운전자들이 느끼는 위압감이나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결국 특정 차종 하나의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고속도로 본연의 기능인 ‘빠른 이동’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목소리들

이런 사례가 알려지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운전자들의 공감 댓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1차선 주행 원칙에 대한 단속이나 캠페인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은 편입니다. 일부에서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때 앞차와의 거리 설정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매너도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고요.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정속 주행 자체는 안전 운전의 기본이고, 오히려 과속이나 급차선변경이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이 논쟁은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단정 짓기보다는, 전기차 시대에 맞는 새로운 주행 매너와 도로 문화가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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