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회사 넘어 AI 인프라 사업자로…네이버, ‘AI 팩토리’ 승부수 통할까
||2026.07.02
||2026.07.02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았다. 국내 검색과 쇼핑, 광고를 넘어 글로벌 AI 연산 수요를 겨냥한 기업간 거래(B2B) 인프라 사업에 나선다. 엔비디아와 손잡고 추진하는 'AI 팩토리' 사업이 그 핵심이다.
네이버가 AI 팩토리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기존 플랫폼 사업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검색 광고와 커머스는 여전히 네이버의 주요 수익원이지만 국내 이용자 기반에 묶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성장률에 한계가 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 국내 검색·쇼핑 중심 수익 모델의 성장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성장이 가능한 새 수익 모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AI 팩토리는 기존 수익구조를 보완할 수 있는 카드다. 글로벌 AI 연산 수요를 흡수하는 B2B 인프라 사업으로 새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AI 팩토리, 단순 데이터센터가 아닌 이유
AI 팩토리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다르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서버를 보관하고 빌려주는 창고에 가깝다면, AI 팩토리는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를 추론·생산하는 공장에 가깝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속 네트워크, 전력, 냉각 시스템, 운영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생산 설비처럼 통합해 제공하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이를 차세대 핵심 인프라 사업으로 강조하는 이유다.
양사의 계획은 구체적이다. 내년 상반기 55MW 규모로 첫 가동을 시작해 같은 해 말 100MW, 2028년 말 200MW(누적)까지 규모를 키운다. 장기 목표는 GW급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8일 네이버 사옥 '1784'를 찾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1GW AI 팩토리를 구축하면 네이버는 지금보다 10배 더 큰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측은 1GW급 데이터센터가 완성되는 2030~2031년께 연간 예상 매출액이 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가 단순 인프라 임대를 넘어서려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의 매출 규모를 850MW 기준 연 10조원 수준으로 비교하고 있다. 네이버가 1GW 기준 20조원이라는 두 배 높은 수치를 제시할 수 있는 근거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있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GPU 사용료에 더해 고객사 데이터에 맞게 AI 모델을 재학습시키거나 산업별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풀스택' 사업자를 지향한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를 "파운데이션 모델을 실제 양산·상용화해 본 소수의 풀스택 AI 플레이어"로 평가하며 "단순 인프라 대여가 아닌 인프라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전 주기를 잇는 역할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 차별화가 단순 GPU 임대업체와 네이버를 가르는 핵심이다.
네이버가 특히 공략하려는 수요는 '소버린 AI'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자국 언어, 규제, 산업 데이터에 맞게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AI를 뜻한다. 방산·금융·의료처럼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영역에서는 미국 빅테크의 범용 AI 모델에 데이터를 맡기기 어렵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와 AI 팩토리 인프라를 결합해 이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가 자체 칩 개발을 늘리는 상황에서 아시아 소버린 AI 시장을 함께 공략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협력 파트너로 부상한 배경이다.
◆청사진은 그려졌다…관건은 실행
다만 청사진이 실제 수익화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고객 계약이다. 증권가에서는 AI 팩토리 매출이 2027년 하반기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논의 중인 1단계 고객이 초기 200MW 물량 전체를 인수할 경우 연 1조원 안팎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객 계약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는 자금 조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0MW 단계 투자에만 약 100억달러(약 14조원)가 필요하고, 1GW까지 확대하면 시장에서 거론되는 총 소요 자금은 300억~600억달러(약 43조~80조원)에 이른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전략적 파트너가 각각 약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외부 투자자로부터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자산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는 구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특수목적법인(SPV)이 GPU와 데이터센터 자산을 보유하고 네이버가 이를 임차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자산을 직접 떠안지 않고 운영에 집중하기 위한 구조다.
네이버 측은 NDR에서 "외부 펀딩을 원활히 유치하려면 미래 현금흐름의 가시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장기 공급계약 위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 계약이 확보돼야 외부 투자 유치가 가능하고, 투자 유치가 이뤄져야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구조다.
◆전력·부지·기술…사업 속도를 가를 변수들
전력과 부지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당초 세종 데이터센터 '각 세종' 그린필드 확장이 핵심 거점으로 꼽혔으나, 전력 수급 여건상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2027년 상반기 첫 가동 물량이 세종 자체 증설분보다는 별도 임차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국내 주요 산업단지와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 권역에서 가용 공간을 물색 중이다.
다만 정부가 지난달 29일 AI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로 제시하고 전력·용수·부지·인허가 지원을 약속한 만큼 정책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전력과 부지 확보 부담은 일부 완화될 수 있다.
전력 문제의 무게감은 숫자에서 드러난다. 네이버가 발간한 2025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 자사 전력 사용량은 현재 대비 약 3배인 1테라와트시(TWh)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시 약 28만 가구가 1년간 쓰는 전기와 맞먹는다. AI 팩토리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밀도가 훨씬 높다. 엔비디아 H100·H200 기준 GPU 한 개당 소비 전력은 700W를 넘고, GB200 NVL72 랙 기준으로는 랙 전체 소비 전력이 120~130kW에 달한다. GPU를 확보해도 전력과 냉각 설비가 받쳐주지 않으면 AI 팩토리 가동은 어렵다. 네이버가 지난 4월 GS풍력발전과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고 지분 30%를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28년 상반기부터 연간 18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해 AI 팩토리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와 탄소 비용을 함께 관리하겠다는 포석이다.
기술 변화 리스크도 있다. AI 모델 효율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연산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고, 엔비디아 GPU를 대체하는 신기술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 컴퓨팅 수요 증가 속도 차이에 따른 매출·비용 불일치, 엔비디아 GPU를 대체할 새로운 기술이나 고효율 AI 모델 개발 가능성 등을 목표 수익 달성의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AI 팩토리가 네이버의 새 성장축이 될 수 있는지, 첫 번째 관문은 장기 고객 계약이다. 계약이 확보돼야 자금 조달과 설비 구축이 가능하고 전력과 부지 확보가 뒤따라야 실제 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출발점이다. 관건은 이를 지속 가능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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