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로 부진했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2분기 실적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전기차 수요 둔화로 부진했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2분기 실적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첨단세액공제(AMPC) 효과에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 확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까지 맞물리며 반등 동력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손익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1분기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가 겹치며 3사 모두 적자를 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iM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2분기 매출을 7조6000억원, 영업이익 2290억원으로 전망했다. ESS 생산 확대와 AMPC 효과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SDI와 SK온도 적자 폭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1분기 155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분기에는 손실 규모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온 역시 북미 공장 가동률 개선과 출하 증가가 적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등 기대를 키우는 축은 ESS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량이 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ESS 수요가 커지는 배경이다.
시장 전망도 우호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SS 신규 설치 규모는 459.4GWh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5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 ESS 수요 전망치도 현재 시장 예상보다 35% 상향 조정됐다.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ESS 발주가 늘어나는 흐름이다.
국내 업체들도 북미 ESS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와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미시간주 에너지 기업 DTE에너지와 6GWh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현지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전력망·데이터센터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3월 미국 에너지 전문 업체와 1조5000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순차 공급하는 내용이다. SK온도 독자 운영 체제로 전환한 공장을 ESS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올해 20GWh 이상 수주를 목표로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관세 환급도 실적 개선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상호관세 환급을 신청했다. 신청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미국 정부에 관세 환급을 신청했으며, SK온도 관련 절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관세 환급 효과는 단기 실적 개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결국 중장기 수익성은 ESS 사업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ESS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비중국 공급망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을 수익성 있는 수주로 연결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ESS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센 상황”이라며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 속도 역시 중국이 앞서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보다 더 어려운 경쟁 국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배터리 수요도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북미 생산망과 비중국 공급망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수주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