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D램 가격담합’ 주장… 소송 제기

조선비즈|정두용 기자|2026.06.29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미국에서 D램 가격담합 의혹으로 집단소송을 당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반도체 제품 구입을 위해 비교해보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미국에서 D램 가격담합 의혹으로 집단소송을 당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반도체 제품 구입을 위해 비교해보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미국에서 D램 가격 담합 의혹으로 집단소송을 당했다. 원고 측은 이 3사가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를 명분으로 범용 D램 공급을 의도적으로 줄여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각)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Wccftech 등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14명과 중소 PC 조립·유통업체 3곳은 지난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반독점 소송으로 분류됐고,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 노엘 와이즈 판사에게 배당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고 측은 3사가 2022년부터 D램 공급을 조직적으로 제한해 최근 4년간 가격을 약 700%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고 기업들이 재고 관리를 명분으로 생산을 줄였지만, 실제로는 공급 부족을 유도해 가격을 높였다고 봤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HBM 생산 확대와 범용 D램 공급 축소의 관계다. 원고 측은 3사가 AI 반도체에 쓰이는 HBM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범용 D램 생산 라인과 투자 여력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HBM은 여러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원고 측은 경쟁 시장이라면 한 기업이 생산을 줄일 때 다른 기업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생산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3사가 비슷한 시기에 생산을 줄이거나 범용 D램 제품군을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사실상 생산량 조율 또는 공급 제한 담합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D램 시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심의 과점 구조여서 미국 소비자와 중소 PC 업체들이 이 기업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에 3사의 공급 제한 행위를 중단시키고,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반독점법상 담합이 인정되면 피해액의 3배 배상이 가능하다.

원고 측은 과거 미국 법무부의 D램 가격 담합 사건도 근거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1998~2002년 미국 시장에서 D램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2005년 각각 3억달러,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전신이다. 당시 마이크론은 수사에 협조해 처벌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메모리 가격 상승을 과거 담합 사건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 D램 가격 상승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HBM 수요 급증,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사도 신규 공장과 생산 라인 투자를 통해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법원이 집단소송 요건을 인정할 경우 D램이 들어간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와 기업으로 원고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원고 측이 3사의 공모나 의도적 공급 제한을 입증하지 못하면 AI 수요 급증에 따른 통상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소장 제출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내용을 검토한 뒤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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