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SNS 규제 나선 호주·영국… 한국은 논의도 아직
||2026.06.17
||2026.06.17
대구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는 A씨는 매달 수차례 발생하는 학생들의 소셜미디어(SNS) 공개 저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에 이름을 밝히지 않지만,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비방 내용을 올리는 식이다. A씨는 “따돌림 문제를 막기 위해 카카오톡 단톡방 사용은 자제시키고 있지만, SNS 사용은 사실상 강제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의 초등교사 B씨는 학생들의 숏폼 중독 문제가 걱정거리다. 일부 학생이 밤늦게까지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을 보다가 늦잠을 자 지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B씨는 “어른들도 숏폼에 쉽게 빠지는데 아이들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에서 주의를 줘도 집에서 밤늦게 보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고 했다.
호주에 이어 영국도 청소년의 SNS 이용 규제에 나섰다. SNS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한국에서는 관련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방송·미디어 현안을 둘러싼 국회 대립에 밀려 논의가 사실상 멈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연내 처리하고, 2027년 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이런 플랫폼은 위험한 콘텐츠에 어린이들을 노출시키며 중독되도록 설계됐다”며 “이번 조치로 우리 어린이들은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해지며 성장할 자유와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 등에 따르면 규제안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레딧, 틱톡, 엑스(X), 유튜브, 트위치 등 주요 SNS가 모두 포함됐다. 여기에 영국 정부는 16~17세 청소년에게도 무한 스크롤과 야간 이용 등을 기본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호주·영국은 청소년 SNS 규제 속도
영국은 호주의 선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주요 SNS 이용을 금지했다. 16세 미만 이용자는 기존 계정을 쓸 수 없고, 새 계정도 만들 수 없다. 만약 기업이 16세 미만 이용자를 차단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530억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잇달아 규제에 나서는 이유는 SNS가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 악화와 유해 콘텐츠 노출, 사이버 괴롭힘 등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호주 정부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10~15세 아동의 96%가 SNS를 이용하고, 이 중 70%가 여성 혐오·폭력 콘텐츠, 섭식 장애·자살 조장 콘텐츠 등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괴롭힘 피해를 봤다는 응답도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 韓, 정쟁에 밀린 청소년 SNS 규제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2024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 보호를 위해 SNS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 가입 신청을 거부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면적인 이용 금지보다 중독 방지에 초점을 맞춘 법안도 나왔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해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알고리즘 기반 추천 콘텐츠를 제공받지 못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16세 미만 이용자나 가입 희망자가 SNS 하루 이용 한도와 알고리즘 허용 여부를 보호자에게 허락받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관련 법안들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된 뒤 본격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법안 내용 자체를 둘러싼 여야 충돌보다는 올해 상반기 과방위가 방송·미디어 현안을 놓고 격하게 대립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과방위는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TBS) 지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시청자미디어재단 통합 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업무 보고와 방송 3법 후속 조치 등을 놓고 충돌했는데, 이 과정에서 청소년 SNS 규제 논의가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김장겸 의원실은 “전반기 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깊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SNS 규제와) 관련한 토론회 등을 지속적으로 해온 만큼 관심이 지속될 경우 논의가 빠르게 진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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