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너스리,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새책]
||2026.06.07
||2026.06.07
팀 버너스리,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팀 버너스리 지음 | 윤신영 옮김 | 생각의힘 | 432쪽 | 2만6800원
인터넷을 만든 사람은 왜 이제 인터넷을 고쳐야 한다고 말할까.
월드와이드웹(WWW)의 발명가 팀 버너스리는 새책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에서 웹의 탄생 과정을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두고 웹이 소수 플랫폼의 통제 아래 놓인 현실을 진단하며, 데이터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새로운 웹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월드와이드웹을 만든 팀 버너스리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과거의 성취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웹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떤 문제를 낳았는지에 주목한다.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작은 사무실에서 웹은 탄생했다. 연구자들이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웹은 개방성과 협업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전 세계를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됐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디지털 서비스의 기반이 됐다.
버너스리는 이러한 성공의 이유를 기술 자체보다 개방성에서 찾는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고,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소유하지 않았기에 웹은 인류 공동의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웹이 직면한 현실은 어떤가. 그는 오늘날 웹이 소수의 거대 플랫폼에 지나치게 집중됐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데이터가 특정 기업에 모이고, 플랫폼은 이를 수익화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소셜미디어의 중독적 설계, 개인정보 수집, 허위정보 확산, 정부의 감시 문제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발생했다고 진단한다.
버너스리가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본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휴가 예약부터 세금 신고, 교육, 쇼핑까지 다양한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할 미래를 그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전망한다.
버너스리는 사용자의 데이터가 기업과 정부에 집중된 상태라면 AI는 개인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이익과 권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더 뛰어난 AI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그가 MIT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솔리드(Solid)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솔리드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보유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버너스리는 이를 통해 웹의 통제권을 플랫폼에서 개인에게 되돌리고자 한다. AI 에이전트 역시 사용자의 허가와 통제 아래에서 작동해야 한다.
버너스리는 웹이 원래 지향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되묻고, 그것을 AI 시대에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버너스리는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This is for everyone)”라는 문구를 전 세계에 남겼다. 이 책에서 그 문장은 단순한 기념사가 아니라 하나의 선언으로 등장한다. 웹은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어야 하며, AI 역시 인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AI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데이터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그리고 디지털 세상의 주도권은 과연 누구의 손에 있어야 하는가. 팀 버너스리는 그 답을 웹의 초심에서 찾고 있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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