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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왜 다시 ‘사상’을 꺼내들었나

데일리안|desk@dailian.co.kr (데스크 )|2026.06.05

핵무력·경제 성과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시장화된 관리세대' 등장

변화하는 사회를 틀어쥐기 위한 김정은식 사상 투쟁의 진짜 이유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김정은 시대를 규정하는 대표 키워드는 '경제'와 '핵무력'이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과학기술을 강조하며 지방발전 정책을 추진했고, 눈에 보이는 경제 성과를 체제 정당성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해 왔다. 그런 김정은이 최근 다시 '사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노동당 간부 양성의 요람인 중앙간부학교를 찾아 경제가 아닌 충성과 혁명성을 주문한 것이다. 핵과 경제를 외치던 그가 왜 다시 과거의 유물 같은 사상통제에 매달리는 것일까.

이번 행보는 북한 체제의 자신감보다는 불안감을 보여준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외형적 역량은 커졌지만, 체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가치관까지 제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직면한 두려운 현실은 바로 '세대교체'다. 항일혁명과 전후 복구를 경험한 혁명 원로 세대는 사실상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오늘날 당과 국가를 운영하는 중간 간부들은 대다수가 시장화 속에서 성장한 김정일•김정은 시대의 인물들이다. 이들은 혁명을 수행한 세대가 아니라, 체제를 관리하는 세대에 가깝다.

김정은이 특별히 젊은 간부들을 겨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혁명세대는 맹목적 신념으로 체제를 지탱했지만, 관리세대는 성과와 효율성을 따진다. 자연히 충성보다 실적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물질적 성과에 매몰되는 태도를 경계한 것은 단순한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간부들의 가치관 변화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오늘날 북한 주민들은 국가가 아닌 시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익숙해졌고, 간부들 역시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체제 구성원들의 물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정권의 통제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 김정은에게 사상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느슨해진 체제를 죄이기 위한 필수적인 통치 수단이 된 것이다.

핵무력은 국가를 지킬 수 있지만, 간부들의 충성심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 경제발전 역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국가에 대한 헌신까지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김정은이 다시 사상을 말하는 이유는 북한이 과거로 회귀해서가 아니다. 변화하는 사회를 통제하고 결속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이 '조국통일'이라는 선대의 유산을 지우고, 핵무력을 국가 정체성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시대를 떠받칠 새로운 간부와 '김정은식 국가 서사'를 만들려는 의도인 것이다.

중앙간부학교 방문은 그 출발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핵무기와 경제 성과만으로는 사람의 마음까지 붙잡아 둘 수 없다는 딜레마. 경제와 핵무력 시대를 넘어, 다시 사람과 사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시장의 맛을 본 젊은 관리세대에게 유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정은의 통치 능력이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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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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