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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美 함정시장 열렸지만…K-조선, 진짜 걱정하는 건 '3년 뒤

아시아투데이|한대의|2026.06.04

아시아투데이_한대의
최근 조선업계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미국이 동맹국 조선소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다 한미(韓美) 조선협력(MASGA) 논의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확대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K-조선의 시대가 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들은 이미 3년 안팎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일부 조선소는 도크 부족으로 수주를 선별적으로 받을 정도로 일감이 넘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근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현재의 호황보다 오히려 3년 뒤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일감이 넘쳐나지만 조선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며 "호황기에 다음 먹거리를 준비하지 못하면 또다시 수주 절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조선시장 흐름도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5643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약 27% 감소했습니다. 올해 들어 1~4월 누적 발주량은 2607만CGT로 일부 반등했지만 시장의 무게중심은 점차 중국으로 쏠리는 게 현실입니다.

중국의 추격은 국내 조선업계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입니다. 올해 1~4월 기준 글로벌 수주 점유율은 중국이 71%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18%에 그쳤습니다. 중국은 벌크선과 탱커, 컨테이너선 등 범용선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데 이어 LNG선과 친환경 선박 분야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현재 조선업 호황 역시 LNG선 중심의 수주 사이클 영향이 큽니다. 업계가 미국 LNG 프로젝트와 모잠비크 LNG 개발 사업, 알래스카 LNG 사업 등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LNG선 신규 발주가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 업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산 분야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폴란드 방산 협력, 미국 함정 MRO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 해군 함정 정비 시장은 국내 조선업계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평가됩니다. 신조선 건조를 넘어 유지·보수 서비스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친환경 선박 시장 역시 주목해야 할 분야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암모니아 추진선과 메탄올 추진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꼽힙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선기자재 업계와 중소조선소를 잇달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형 조선사의 경쟁력은 결국 기자재 업체와 협력사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 역시 대형 조선사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친환경 기자재 실증 확대, 선수금환급보증(RG) 지원, 기자재 수출 경쟁력 강화, 중소조선소 생산성 향상 등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시장 개방과 함정 MRO 확대는 분명 K-조선에 새로운 기회입니다. 하지만 진짜 경쟁력은 호황기에 얼마나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조선업계가 바라보는 시계는 현재가 아니라 3년 뒤를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호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성장의 발판이 될지, 또 한 번의 수주 절벽 전야가 될지는 결국 지금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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