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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존엄한 죽음’이 어려운 이유

아시아투데이|이세미|2026.06.04

'의정갈등'에 갇힌 병원<YONHAP NO-4876>
"내 인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겠다."

2018년 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320만명이 넘는 국민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습니다. 결과만 보고,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제도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실제 현장과 제도의 간극은 존재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 국민과 실제 현장의 차이였습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답했지만, 실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16.7%에 그쳤습니다.

이유를 찾다 보니 의외의 지점이 보였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언제 어디서나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벽은 물리적 인프라입니다. 연명의료 중단 절차를 수행하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필요한데, 위원회가 설치된 요양병원은 전체의 10.5%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 사망자 10명 중 7명이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수백만명의 서류가 사실상 '그림의 떡'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법적인 문턱 또한 넘어야 할 산입니다. 현행법상 연명의료 중단은 사망이 임박한 '임종기'에만 허용됩니다. 문제는 임종기와 말기의 경계가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말기 환자가 고통 없이 평온하게 임종할 준비를 할 시간조차, 법이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무연고자들에 대한 방치는 가장 어두운 단면입니다.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대리인조차 지정할 수 없는 구조적 결함 때문에, 이들은 국가가 방치한 '제도 밖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호스피스 인프라는커녕 최소한의 존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응급실을 전전하며 '임종 난민'이 되는 것이죠.

또 하나는 호스피스 문제였습니다. 연명의료 중단 논의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그 이후의 돌봄 체계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호스피스 이용을 희망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이용률은 여전히 낮고 지역별 격차도 존재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느냐만이 아니라, 그 이후 남은 시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낼 수 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정부는 온라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과 연명의료 결정 시기 확대, 호스피스 인프라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분명 필요한 변화입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 웰다잉이 안착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환자의 의사가 실제 현장에서 존중될 수 있는 의료 인프라와 돌봄 체계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존엄한 삶의 마무리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는 결국 돌봄의 토대를 국가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숙한 응답이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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