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메타” 안경 쓰고 말하니 칼로리·번역·코디까지 척척 [써보니]
||2026.06.04
||2026.06.04
“지금 보고 있는 음식은 모형이지만 실제 음식이라면 크루아상은 231~359kcal, 삶은 달걀 1개는 78~82kcal다. 다 먹는다면 대략 400~600kcal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이블에 놓인 브런치 식단 모형을 바라보며 질문하자 AI 비서의 답변이 즉각 흘러나왔다. 안경테 전면 왼쪽 상단에 박힌 카메라 렌즈가 기자의 시선을 고스란히 복제해 사물을 식별하고 귀로 결과값을 알려줬다.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타코리아 사무실에서 열린 ‘AI 글래스 미디어 행사’ 현장에서 체험한 AI 글래스의 첫 경험이다. 고개 숙인 채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던 일상에서 벗어나 눈앞의 실제 세상과 소통하는 스크린리스(화면 없는) 디바이스의 가능성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메타가 그리고 있는 AI 시대 폼팩터 로드맵을 공유했다.
김 대표는 “메타의 AI 비전은 모두를 위한 개인화된 슈퍼 인텔리전스 경험이다”라며 “스마트폰은 고개를 숙여 세상과 단절되게 만들지만 안경은 세상과 연결된 상태에서 AI를 가장 심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폼팩터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메타가 글로벌 안경 브랜드 에실로룩소티카와 손잡고 선보인 제품은 일상용 ‘레이밴 메타 2세대’와 스포츠용 ‘오클리 메타’로 두 가지 라인업이다.
레이밴 메타 2세대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도록 일반 패션 안경과 동일한 외형을 갖췄다. 안경 안에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등이 탑재됐음에도 무게가 무겁지 않아 콧등에 전해지는 피로감이 적었다.
이 안경의 브레인은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MSL)이 최근 공개한 차세대 거대언어모델(LLM) '뮤즈 스파크'다. 이미지와 영상을 깊이 이해하는 네이티브 멀티모달 모델로 안경이 눈과 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 마련된 체험 존에서 기기를 직접 착용해봤다. 기자가 착용한 레이밴 메타 웨이페어러 모델은 조작 방식이 직관적이다. 안경테 안쪽에 위치한 전원 스위치를 켜고 “헤이 메타”라고 부르면 기기가 인식 프로세스를 시작한다. 오른쪽 안경다리 표면을 가볍게 앞뒤로 쓸어넘기자 스피커의 볼륨이 조절됐고 가볍게 한 번 톡 두드리자 듣고 있던 오디오가 일시 정지됐다.
이같은 사용의 편리함은 스마트폰 없이 두 손이 자유로운 해외 여행을 현실로 만든다. 낯선 해외 여행지에서 외국어 안내문을 바라보며 번역을 요청하면 즉각 문맥을 파악해 의미를 읊어주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 모형을 응시하면 도슨트처럼 건축물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다.
주변 소음 속에서도 기자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잡아내 대화를 이어갔다. 답변의 속도 조절이나 꼬리 질문도 매끄러웠다. 다만 주변 소음이 너무 강해지면 AI가 환경을 인지하려는 듯 설명을 일시 중단하는 한계도 보였다.
전신 거울 앞에서 “지금 내 코디에 어떤 가방이 어울려?”라고 묻자 레이밴 메타의 카메라가 기자가 입은 검은색 의상을 파악한 뒤 “시각적 대비를 주어 세련된 느낌을 더할 수 있는 밝은 색상의 숄더백이 좋다”고 제안했다. 정보가 과하다 싶을 땐 “스톱(멈춰)” 한마디로 오디오를 통제할 수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식단 코치 영역이었다. 참외가 담긴 접시를 바라보며 영양 성분을 묻자 AI는 “참외로 보인다. GI 지수는 평균 60~65 정도다”라며 혈당 추이를 설명했다. 단순히 학습된 이미지를 언급하는 게 아니라 접시 위에 놓인 실제 음식과 가짜 모형의 질감 및 형태를 분석해 이를 정확히 구분해 내는 성능도 보여줬다.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점이 관찰됐다. 시각 인지 과정에서 일명 AI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오류가 스쳤다. 당시 식탁 위에 귤은 없었지만 AI는 존재하지 않는 과일 정보까지 조합해 답변을 내놓았다. 사용자 눈앞에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창이 없기 때문에 이같은 음성 AI 오류를 즉각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은 향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메타는 이런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AI 글래스 3단계 로드맵을 전개 중이다.
1단계는 국내에 공개한 눈과 귀가 달린 AI 글래스다. 안경에 카메라와 오디오만 탑재해 스마트폰 독립의 초입을 다진다. 2단계는 시각 정보를 더해 안경 렌즈에 실시간 지도나 통역 자막을 띄우는 디스플레이 탑재 버전이다. 마지막 3단계는 완전한 증강현실이 결합된 AR 글래스 단계다.
메타코리아 측은 국내 시장에 1단계 제품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향후 2, 3단계 모델도 순차적으로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인프라와 배터리 제약은 장기 과제다. 기기에 탑재된 뮤즈 스파크 모델은 철저히 와이파이나 데이터가 통하는 클라우드 환경에서만 작동된다. 배터리의 경우 일반 상황 기준 레이밴 메타는 한 번 충전으로 최고 8시간 지속된다.
계속 돌아다니며 AI와 카메라를 연속 구동하면 소모 속도가 빨라지지만 배터리가 내장된 전용 충전 케이스를 혼용하면 외부에서 추가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 완충 압박을 일부 덜었다. 20분 만에 80% 가량 고속 충전이 되는 성능도 이를 뒷받침한다.
메타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별도의 메타 공식 브랜드 스토어 개설 계획은 없다”며 “하드웨어 유통과 판매를 전담하는 백화점, 면세점 및 지정 안경원 등 룩소티카 채널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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