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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美·中 빅테크 겨냥 ‘기술 주권 패키지’ 발표…반도체·AI·클라우드 자립 선언

디지털투데이|홍진주 기자|2026.06.04

이번 제안은 반도체와 클라우드를 함께 묶어 유럽의 기술 자립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진: 셔터스톡]
이번 제안은 반도체와 클라우드를 함께 묶어 유럽의 기술 자립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유럽연합(EU)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분야에서 역내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규제 패키지를 공개했다. 미국과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핵심 디지털 인프라의 통제권을 유럽 내부로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와 유럽 클라우드 산업 육성 등을 포함한 디지털 주권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안은 병원과 에너지망, 공공 서비스 등 핵심 인프라가 외국 기술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EU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높은 대외 기술 의존도가 있다. 현재 유럽 클라우드 시장은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주요 디지털 서비스 역시 상당 부분 비유럽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럽 내부에서는 핵심 기술과 데이터 인프라를 자국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정책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산 기술과 서비스 의존도를 낮추는 것까지 포괄한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 병원을 운영하고 에너지망을 유지하며 핵심 서비스를 보호하는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의존할 여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기술 경쟁력을 넘어 디지털 인프라를 안보와 전략 자산의 관점에서 바라보겠다는 EU의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패키지는 최근 EU가 추진해온 클라우드 정책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EU는 그동안 회원국 정부가 민감한 데이터를 처리할 때 미국 클라우드 사업자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번 제안 역시 핵심 데이터와 공공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유럽 내 공급망을 우선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와 AI 분야 지원책도 같은 맥락이다. EU는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대하고 역내 AI 기업의 성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클라우드와 AI, 반도체를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묶은 것은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디지털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U는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공공 서비스 운영과 국가 안보까지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실제 시행될 경우 현재 미국 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유럽 클라우드 및 디지털 서비스 시장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부 데이터 처리와 공공 인프라 운영 과정에서 유럽 기업에 대한 우대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회원국 간 합의 과정과 실제 규제 수준이다. EU가 기술 자립 선언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생산 확대와 자국 클라우드 생태계 육성,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어느 수준까지 실행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유럽이 독자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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