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성공 DNA 재확인한 ‘오스코텍’… 기술수출 신화 잇는다
||2026.06.04
||2026.06.04
오스코텍이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성공 신화를 쓴 데 이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로 또 한 번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이번에는 세비도플레닙(Cevidoplenib)을 앞세워 희귀질환 전문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와 손을 잡으면서, 국내 바이오벤처가 초기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수출 성공 방정식’을 다시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스코텍은 4일 코스닥협회 강당에서 세비도플레닙 기술수출 설명회를 열고 이번 계약의 의미와 향후 개발 전략을 공개했다. 앞서 오스코텍은 미국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기업 아지오스와 세비도플레닙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지오스는 세비도플레닙의 전 세계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고 향후 개발비와 상업화 비용을 부담한다. 오스코텍은 반환 의무 없는 선급금 2500만달러(약 375억원)를 받고, 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6억6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상업화 이후에는 순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도 받는다.
이번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오스코텍이 이미 한 차례 글로벌 신약 성공 경험을 보유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발굴한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을 거쳐 존슨앤드존슨 계열 얀센 바이오테크에 기술이전됐고, 이후 렉라자·라즈클루즈(Lazcluze)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허가 성과를 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8월 레이저티닙과 리브리반트(Rybrevant) 병용요법을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는 국산 신약 후보물질이 글로벌 허가와 상업화 단계까지 도달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세비도플레닙은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공동 발굴·개발한 경구용 저분자 신약 후보물질이다. 면역세포 내 신호전달 단백질인 비장 타이로신 키나아제(SY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으로, 자가항체에 따른 염증반응과 혈소판 파괴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현재 주요 적응증은 면역혈소판감소증(ITP)이다.
ITP는 자가항체가 혈소판 파괴를 유도해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고 출혈 위험이 커지는 희귀 자가면역성 혈액질환이다. 아지오스는 전 세계 ITP 환자를 약 20만명, 미국 내 성인 진단 환자를 약 9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지오스가 세비도플레닙을 도입한 배경에는 희귀혈액질환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이 깔려 있다. 아지오스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과 상업화에 집중해온 바이오 제약사로, 세비도플레닙을 ‘차세대 경구 SYK 저해제’로 평가했다.
이미 SYK 저해 기전은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 영역에서 검증된 바 있지만 기존 약물의 한계를 넘어서는 안전성, 내약성, 지속 반응성을 확보하는 것이 후속 후보물질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아지오스가 임상 2상을 마친 세비도플레닙을 도입한 것은 해당 물질이 후기 임상 설계를 통해 다시 승부를 걸 만한 자산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태형 오스코텍 대표는 “공개적으로는 ITP를 중심으로 임상 3상 연구를 진행, 적응증 확장을 위한 개념 증명 임상 2상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진행 중인 생물학적 동등성임상을 완료하고 ITP에 대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또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기술수출을 곧바로 상업화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지오스가 공개한 내용을 살펴보면 세비도플레닙은 지속성 또는 만성 ITP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복수의 2차 평가지표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혈소판 반응이 관찰됐고, 안전성과 내약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신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는 세비도플레닙이 완성된 후기 자산이라기보다, 임상 설계와 적응증 전략을 정교화할 경우 추가 개발 여지가 있는 후보물질로 평가받았다는 뜻이다.
오스코텍 입장에서는 재무적·전략적 의미가 크다. 자체적으로 글로벌 임상 3상과 상업화를 추진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조직 역량이 필요하지만 이번 계약을 통해 후기 개발 부담은 아지오스에 넘기고 선급금과 마일스톤, 로열티 수익 가능성을 확보했다. 특히 선급금 2500만 달러는 반환 의무가 없는 확정 수익이다.
향후 개발 성과에 따라 대규모 마일스톤과 로열티가 더해질 경우 오스코텍의 연구개발 재원 확보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업계는 오스코텍이 세비도플레닙의 글로벌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항내성항암제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계약은 국내 바이오벤처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이 이어지고 있지만, 임상 실패나 반환 사례도 반복되면서 ‘계약 규모’보다 ‘실제 개발 진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스코텍의 세비도플레닙 기술수출은 렉라자 이후에도 회사의 신약 발굴 역량이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1차 평가지표 미충족이라는 한계를 안고도 글로벌 파트너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후보물질의 기전·안전성·미충족 수요를 종합적으로 설득한 파트너링 역량도 부각된다.
관건은 앞으로의 임상 3상이다. 아지오스는 세비도플레닙에 대해 추가 개발과 제조공정 관련 작업을 거친 뒤 2028년 상반기 임상 3상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이번 계약의 최종 가치는 임상 3상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얼마나 뚜렷한 효능과 안전성 차별성을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 SYK 저해제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단순한 기전 검증을 넘어 복용 편의성, 지속 반응률, 장기 안전성, 실제 처방 현장에서의 경쟁력까지 확인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계약은 오스코텍이 다시 한 번 글로벌 신약개발 무대의 주역으로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렉라자가 국산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세비도플레닙은 오스코텍이 항암제에 이어 자가면역·희귀혈액질환 영역에서도 기술수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윤 대표는 “세비도플레닙 임상 규모가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2030년 이전에 허가·상용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상당히 빠른 시간내 상용화를 이룩해 마일스톤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향후 최대 3년 내 보유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지속할 예정”이라며 “성공적인 자금확보로 연구소가 확장이 되면 항내성항암제를 비롯해 새로운 모달리티 확장을 위한 준비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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